금융감독당국이 증권사의 주요 지점들을 대상으로 영업 실태 점검에 나섰다. 이번 점검은 자산 규모가 큰 점포들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본사의 내부통제 체계가 적절히 작동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진행한다.
이번 검사 배경에는 과거 증권사의 지점 영업 관련 제재 사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주로 고위험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 절차가 미흡했던 점이 지적을 받았는데, 특히 2018년부터 2020년 사이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다수의 증권사가 제재를 받은 바 있다.
또한 최근 은행권에서 발생한 횡령 등 금융 사고 사례가 증권업권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이번 점검에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5년간 200곳 줄어든 지점…운용규모는 늘어
금감원 통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증권사 점포 개수는 688곳으로 5년 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해 211곳 감소했다.
전국에 점포를 많이 배치한 증권사의 경우 감소세가 더욱 가파르다. 점포 수 상위 10개사가 운영하는 영업점 수는 2019년 말 678곳에서 2024년 말 505곳으로 줄었다. 이 기간 이들이 문을 닫은 점포 수는 178곳에 달한다.
증권사들이 점포 수를 줄인 이유는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비대면 증권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오프라인 지점의 역할이 이전보다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증권사들은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인근 점포 2~3곳을 통폐합해 거점점포를 만드는 식으로 대응했다. 또 서울 반포·청담 등에 고액자산가를 겨냥한 패밀리오피스를 신설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대형점포의 경우 운용 규모가 평균 약 5~10조원으로 일반 점포 대비 크다.
금감원은 이처럼 대형 점포의 존재감이 높아지자 연초 금융투자 부문 검사 계획에 수시 검사를 예고했다. 투자자들의 위탁 자산이 쏠려있는 채널의 실태를 살피겠다는 방침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삼성증권을 대상으로 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점포들이 통합되면서 지점 하나의 규모는 커졌다"며 "영업 일선에서 규제를 지키고 있는지는 물론이고 본사 차원에서 영업점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한투·KB증권 등 과거 영업점 불완전판매 지적 다수
증권사들이 영업점에서 발생한 사고로 제재를 받는 사례는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금융당국이 증권사에 내린 제재 내역을 살펴본 결과, 점포 수 상위 10개사 모두 지점 영업 과정에서 자본시장법 위반이 적발돼 제재를 받은 이력이 있었다.
가장 최근 제재를 받은 삼성증권은 적합성 원칙 위반으로 기관주의 징계를 받았다. 영업점 직원 A씨는 투자성향을 중위험에서 초고위험으로 상향하도록 유도해 초고위험 상품을 판매했다. 또한 투자자에 대한 설명의무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징계를 받은 한국투자증권의 한 PB센터 직원들은 2018년 6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사모펀드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투자자의 투자성향을 파악하는 절차를 소홀히 했다. 또 다른 PB 센터 직원들은 고객의 투자성향을 파악하기도 전에 초고위험 상품을 권유하기도 했다. 이에 기관경고 및 임직원 제재의 조치를 처분받았다.
KB증권 역시 영업점에서 설명내용 확인 의무를 소홀히 해 제재를 받았다. 2020년 2월 일반투자자에게 2억원어치 펀드를 판매하면서 금융투자상품 내용과 투자위험을 설명하고 투자자가 이해했다는 확인을 받는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 금융당국은 KB증권에 과태료 1800만원의 처분을 내렸다.
이처럼 증권사가 영업점과 관련해 제재를 받은 건 고위험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절차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아 제재를 받는 경우가 상당수다. 고객의 투자위험과 맞지않는 위험 상품을 권유하거나 고객이 상품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지 않아 불완전판매 혐의를 적용받았다.
영업점 직원들의 규정 위반 책임은 본사로 이어졌다. 일례로 대신증권이 작년 1월 처분받은 제재 조치를 살펴보면 당국은 영업점 통제 관련 내부통제기준 미비를 문제삼았다. 당시 한 영업점의 금융상품 판매규모가 급증하고 마케팅 비용이 타 점포 평균 대비 3배를 웃돌았는데, 금감원은 이러한 징후에도 불구하고 내부감사를 면밀히 하지 않은 본사에 책임을 물었다. 영업점 통제를 위한 세부기준이 미비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프라이빗뱅커(PB)들의 개인적인 비위 행위도 집중 점검 대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작년 은행에서 지점사고가 많이 발생한 것도 (증권사 거점점포 검사) 배경 중 하나"라며 "은행 대비 지점 수가 훨씬 적긴하지만 자산 규모는 적지 않아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PB는 증권사에 소속은 되어있긴 하지만 사실상 고객 자산에 대해 전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본사는 물론 지점장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앞서 2023년에는 미래에셋증권 소속 프라이빗뱅커(PB)이 무려 11년동안 고객 계좌의 수익률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구속 기소된 바 있다. 당시 본사는 내부감사를 통해 뒤늦게 이같은 사실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