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이 다음 달 5일 임기를 채우고 금융감독원을 떠나는 이복현 원장의 지난 3년간의 자본시장 추진 정책들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금감원은 이복현 원장 재임 기간 상장사 유상증자에 대한 엄정한 심사, 불법공매도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 불공정거래에 대한 엄단 등을 추진해 온 점을 강조하며 지난 3년간의 치적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복현 원장이 떠난 뒤에도 금감원은 과거 기조를 유지하며 개선책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자본시장을 운영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28일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자본시장 변화와 혁신을 위한 그간의 성과 및 향후 계획'을 주제로 브리핑을 진행했다. 이날 브리핑은 이복현 금감원장 대신 함용일 자본시장부문 부원장이 맡았다. 이복현 원장은 브리핑을 부원장에게 맡겼지만, 브리핑은 사실상 자신의 임기 3년 동안 추진해 온 자본시장 성과를 되돌아보는 내용이었다.지본시장 외형성장…사건·사고도 많았다
이날 함용일 부원장은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균형 재정립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 질서 확립 △시장효율성 제고 3가지 측면에서 브리핑을 진행했다. 세부적으로는 △유상증자 중점심사제 도입 △주주행동주의 발전방향 △자산운용사 의결권 행사 △불공정거래 엄정대응 △사모펀드 감독·검사 △불법공매도 근절 △외국인 투자자 접근성 제고 등이다.
함용일 부원장은 "그동안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산업은 꾸준한 외형적 성장을 해왔다"며 "국내증시 성장, 개인 주식투자 확대, 운용사 신규법인 증가, 금융투자회사 규모 성장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자본시장이 외형적 성장을 거듭했지만 그동안 발생한 여러 사건·사고도 빼놓지 않고 언급했다. 그는 "물적분할·쪼개기 상장, 주주충실의무, 대규모 유상증자 등으로 지배주주와 일반주주간 이해관계 충돌이 심화됐다"며 "SG발 주가폭락사태, 사모 전환사채(CB)·테마주 등을 악용한 불공정거래, 대규모 불법공매도 적발, 파두사태로 인한 IPO신뢰성 논란, 자사주를 이용한 부당한 대주주 지배력 강화 등 자본시장 신뢰를 훼손하는 사건들이 있었다"고 짚었다.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시장 대신 미국 등 선진국 자본시장과 가상자산 시장으로 몰리는 현상도 언급했다. 함 부원장은 "자금의 이동과 쏠림면에서 서학개미 열풍으로 미국 등 해외시장에 대한 투자비중이 늘고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했다"며 "자본시장 투자자가 1400만명이면 코인 등 가상자산은 900만명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증권사·운용사·프라이빗에쿼티(PE) 등 자본시장 플레이어의 역할과 책임문제, 일부 투자자들의 단기수익 추구 및 투자편중 등 투자행태에 대한 문제도 있었다"며 "이들에 대한 검사수요 확대, 연이은 전산사고 문제, 금융사고에 따른 제재건수도 늘어났다"고 회상했다. "자본시장 신뢰 높였다" 자평한 금감원
자본시장 내 여러 사건·사고가 있었지만 금감원은 그 누구보다도 자본시장 혁신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함용일 부원장은 "자본시장 선진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밸류업 등은 우리 상장기업의 가치 제고와 자본시장 투명성 및 매력도를 높이는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며 "금감원도 균형, 질서, 효율 세 방향에서 정책을 내놓고 유관부처와 협업, 열린토론 통해 치열하게 소통하고 그 결과를 감독행정에 반영해왔다"고 설명했다.
함 부원장은 "금감원은 지배주주, 일반주주, 증권사 등 자본시장 주요 참여자들의 역할에 대한 견제와 감시구조를 만들어 주주 간 균형 재정립 및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질서 확립, 시장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상증자 중점심사 △M&A제도 △주주이익보호 원칙 정립 △주주행동주의 △공매도 전산화 △불공정거래 대응강화 등 그동안의 치적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올해 2월 유상증자 중점심사를 도입한 이후 유상증자 시장 영향이 큰 유상증자 16건 중 14건을 중점심사 대상으로 선정했다"며 "공개된 중점심사 항목 대부분에서 정정기재 사항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금감원이 상장사 유상증자에 대해 과도한 개입을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함 부원장은 "14개 중점심사 대상 중 12곳이 한계기업이었다"며 "당연히 이들 기업의 유상증자에 대해 정정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복현 원장이 강조했던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안 역시 금감원의 주요 성과 목록에 올랐다. 함 부원장은 "상법 개정안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해 주주보호 원칙을 정립했다"며 "다만 입법 추진과정에서 이해관계자간 입장 차이로 법안통과가 무산됐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검찰 출신인 이복현 원장이 금감원에 온 이후로 불공정거래 조사도 지난 3년간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함 부원장은 "장기형 시세조종 세력 적발, IPO시장 신뢰훼손행위 엄단, 사모펀드 부정거래 신속조치, 공개매수 관련 불공정거래 엄중조치, 금융회사 임직원 사익추구 엄단, 정치테마주 대응을 강화했다"며 "사회적 현안 사건에 대한 신속한 조사 및 검찰·특사경 수사 등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이복현 원장 정책 기조..떠난 뒤에도 유효"
금감원은 지난 3년간 이복현 원장이 추진해 온 자본시장 정책의 성과를 강조하면서 원장이 떠난 뒤에도 향후 정책방향을 그대로 유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함용일 부원장은 "일본이 하루아침에 성과를 쌓은게 아니다"라며 "감독당국은 장기적 관점에서 일관된 방향성을 가지고 흔들림없이 자본시장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본시장을 업그레이드 하려면 정부, 기업, 투자자 등 모든 시장참여자들이 중단 없이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기업은 합리적 의사결정 과정을 투자자에게 성실히 공시하고 선제적으로 적극적 소통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투자자도 단기투자에서 벗어나고 자기책임 원칙하에 성숙한 투자자세를 보여주고 증권사, 회계법인 등도 눈앞의 수익에만 매몰되지 말고 사회적 책임이 있다는 점을 인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함 부원장은 "일본 사례를 보니 언론이 잘한 것은 잘했다, 못한 것은 못했다고 하더라"며 "국내도 언론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