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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 유료방송]③CPS 분쟁해결은 '함흥차사'?

  • 2016.12.26(월) 11:04

유명무실한 정부 CPS 가이드라인
"지상파 요금 따로 표시하자"…미래부 결정 안할 듯

케이블TV, IPTV, 위성방송 등이 경쟁하는 유료방송산업은 연간 매출 규모가 5조원에 달하는 작지 않은 시장이다. 그러나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가 영향력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IPTV-케이블TV의 대형 인수합병(M&A)이 무산되는 등 불확실성이 어느때보다 커지고 있다. 이에 미래창조과학부가 '유료방송 발전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나,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를 둘러싼 쟁점을 점검해본다. [편집자]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KBS·MBC·SBS 등 지상파는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는 일종의 무료방송이다. 하지만 대다수 시청자들은 유료로 지상파방송을 보고 있다. 왜 그럴까. 지상파 직접수신이 불가능하거나 직접수신을 한다 하더라도 화질이 안좋아 도저히 시청할 수 없다. 때문에 매월 일정 금액을 주더라도 케이블TV나 IPTV, 위성방송을 통해 시청한다.

 

이를 통해 형성된 먹이사슬(지상파-유료방송-시청자)에서는 끊임없이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케이블TV 사업자는 지상파 직접수신률이 현저히 낮았을 때 지상파를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했다. 지상파 입장에선 투자비를 아끼면서 시청자를 늘려 광고단가를 올릴 수 있게 됐다. 마찬가지로 케이블TV도 지상파 콘텐츠를 공짜로 시청자에게 송출해 이익을 추구했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한 셈이다.

 

그런데 어느날 지상파가 돌변했다. 콘텐츠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내놓으라는 것이다. 법적으로는 콘텐츠 대가를 주고 받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방송역사를 살펴보면 꼭 그런것만이 정답은 아닐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이에 따라 지상파와 유료방송간 콘텐츠 대가를 놓고 법적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지상파는 현재 가입자당 월 280원을 받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지상파의 매출 규모는 작년 기준 1520억원에 달한다.

 

지상파는 올해 초부터 이를 400~430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케이블TV는 우월한 지위를 악용한 과도한 인상이라며 반발하면서 블랙아웃과 소송 등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연내 발표할 '유료방송시장발전방안'에도 이러한 유료방송 가입자당 비용(CPS·Cost Per Subscriber) 방식의 재송신료 개선 방안이 일부 포함된다. 그러나 사실상 유보적 판단이 담길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양측의 분쟁에 따른 시청자 피해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 CPS 가이드라인 실효성 떨어져

 

CPS를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으면서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나름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 10월 발표한 '지상파 방송 재송신 협상 가이드라인'이다. 하지만 강제력은 없고 빈틈만 드러내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

 

실제로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이후인 지난달에도 MBC가 CMB 등 대전, 광주, 울산, 제주지역 기반의 케이블TV(SO) 10곳에 VOD 공급을 중단한 뒤 하루가 지나 서비스를 재개한 일이 발생했다. 실시간 방송 가입자당 CPS 등에 대한 협상이 결렬되자 VOD 공급을 중단해 케이블TV 사업자들을 압박한 것이다.

 

가이드라인은 실시간 방송만을 협상 대상으로 보고 있다. 지상파가 VOD와 같은 다시보기 콘텐츠 공급중단 카드를 꺼내면 케이블TV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들은 "방송권역이 다르고 제작환경이 다른 지상파 3사의 CPS가 동일하다는 것은 다분히 공정거래상 담합의 소지도 있다"며 "가이드라인에는 대가 산정 부분이 빠져 있어 실질적인 협상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케이블TV협회에 따르면 지상파가 지난 2012년 유료방송사업자를 대상으로 CPS 대가를 주장한 이후 양측 소송 비용은 100억원을 넘기는 소모적 분쟁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이런 분쟁에 애꿎은 시청자들이 블랙아웃 등으로 인한 피해를 보고 있어 실효성 있는 대안이 요구된다. 주정민 전남대 교수는 "사업자들의 대립으로 인해 시청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며 "시청자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지상파 요금표시제 도입' VS '유료방송 요금 올리기 수단 불과'


가이드라인의 대안으로 '지상파 별도 상품' 또는 '요금 표시제'가 제기된다.
케이블TV 방송상품의 약관에 지상파 관련 요금이 얼마인지 명시하자는 얘기다.

 

미래부 주도의 유료방송발전방안 연구반 소속 교수들도 이에 대해 주파수를 무료로 쓰고 있는 지상파의 역할을 재평가하고, 블랙아웃 등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이런 방안이 제안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김성철 고려대 교수는 "지상파 시청자는 수신료 내고, 광고도 많이 보고 있다. 비용구조 개선이나 혁신이 아닌 손쉬운 방법을 택하는 것은 공적재원인 주파수를 쓰는 지상파로서 적합하지 않은 행동"이라며 "유료방송은 지상파를 견제하기 힘들기 때문에 시청자에게 판단을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지상파는 이에 대해 정당한 콘텐츠 대가를 받아야 양질의 콘텐츠 제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지상파 요금을 따로 표시하는 것은 유료방송 요금을 올리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지상파 요금 표시제를 추진할 경우 유료방송사가 홈쇼핑방송으로부터 얼마를 받는지 등 모든 항목의 원가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MBC 관계자는 "지상파 재송신료만 별도 표시하는 것은 요금을 인상하기 위한 소비자 기만 행위"라며 "지상파가 정당한 대가를 받아 양질의 콘텐츠에 재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청자 단체는 양측 모두 시청자를 볼모로 저마다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미래부가 연내 내놓을 유료방송발전방안에는 가이드라인 준수를 독려하고, 제도개선 방안을 연구하겠다는 수준의 내용만 담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사업자들의 분쟁과 시청자 불편이 이어질 전망이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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