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힘을 실어준 중요한 결정이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이 지난해 12월 연임에 성공한 의미에 대해 한 말이다.
힘이 실렸을까.
지난해 제8차회의를 끝으로 1기 활동을 마친 뒤 공유 숙박·택시 등 논란이 된 사안에서 공회전만 거듭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힘을 실어줬다'던 1년이 다시 흘렀다.
당시 장 위원장은 2기에서 '4차산업혁명 대응계획 2.0'을 마련해 올해 상반기 중 대정부 권고안 형태로 제안할 계획이었다.
그 권고안은 25일 발표됐다. 일자리·교육·사회보장 등 사회혁신 분야와 바이오헬스·제조·금융·스마트시티·모빌리티 및 물류·농수산식품 등 6대 산업별 전략을 담았다.
눈길을 끄는 내용이 더러 있었다. 주52시간제의 일률적 적용은 플랫폼 노동자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새롭고 다양한 노동 형태를 포용하지 못하므로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타다 논란'으로 요약되는 모빌리티 및 물류 분야에서도 강한 어조의 제안이 나왔다.
기존 택시산업 보호에 무게가 실리는 등 혁신이 지연되고 있는 현상황에선 관련 기업과 산업의 경쟁력 확보, 글로벌 시장 참여가 힘들어지므로 정부가 현재가 아닌 미래와 국민을 염두에 두고 선제적으로 파괴적 변화에 대응할 구체적 비전을 제시하라는 촉구다.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암호화폐)에 대해서도 과감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블록체인이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는 점을 인지하고 전향적으로 미래 기회를 선점하는데 정책 목표를 둬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권고안이 정부와 국회에서 논의되고 정책으로 이어질지는 대단히 불투명하다.
장 위원장은 2기 출범 당시 기자 간담회에서 "당·정·청이 좀더 협조해줄 것으로 기대하며 4차위는 민간, 정부, 국회가 함께 좀더 잘해 (각종 현안의) 진도도 좀더 나가게 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2기 역시 대부분 논란 사안에서 공회전을 거듭한 1기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문기구에 불과한 4차위가 논의한 내용은 물론이고 이번에 발표한 권고안 역시도 정부에 전하는 권고에 그칠 뿐 강제력이 전혀 없는 탓이다.
이런 대목은 2기 4차위도 인정하고 있다. 이날 4차위가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4차 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 발표' 기자 간담회에서 공식적으로 나온 목소리다.
이상용 4차위 위원은 "자문기구가 가지는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많은 아이디어들이 정책에 반영되지 못한다"고 했고, 고진 위원 또한 "자문기구라는 것은 집행력이 없고 예산도 거의 없다"고 털어놨다.
물론 이들 위원들은 이같은 한계를 털어놓으면서도 순기능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장병규 위원장은 '공감대 형성과 생산적 토론'의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줬다.
그는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편하게 말할 수 있고, 대통령 직속이기 때문에 청와대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며 "그런 공감대 형성과 논란, 생산적 토론을 이끄는 순기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정도 순기능으로 만족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4차위가 권고한 내용들은 한국은 물론 전세계가 겪고 있는 급변의 시기에 빠르게 적용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더 나은 방안을 내놓아야 하는 사안들이다.
4차산업혁명의 시대로 접어드는 현시점은 선도국과의 차이가 크지 않으므로 퍼스트 무버로 도약할 기회이고, 이를 놓치지 않으려면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해서다.
권고안도 "4차산업혁명 시대에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글로벌 산업 경쟁력은 필수"라며 이는 토지, 노동, 자본이 아닌 인재, 데이터, 스마트 자본을 통한 현명한 시행착오에 의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끝난 뒤 다음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중요하다.
청와대가 힘을 실어줬다던 장병규 위원장은 2기 활동을 마치면서 "무엇보다 너무 지쳤다"고도 말했다.
혁신을 꿈꾸는 리더들이 지치지 않도록, 무엇보다 권고안이 4차위에 참여한 인물들의 말로 그치지 않으려면, 4차위가 실질적 실행력 있는 컨트롤 타워로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에도 관심을 보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