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소리 없는 락페스티벌!

  • 2014.07.22(화) 09:03

현대미술처럼 소통하고 참여하자!

몇 해 전부터인가 여름철이 되면 다양한 음악페스티벌의 열기가 대한민국을 더욱 후끈하게 만든다. 참여하고 즐기고자 하는 관객은 음악콘서트뿐만 아니라 미술계에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제 미술은 음악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의 예술과 함께 선보이며 경계를 허문 융복합 관객 참여형 전시도 낯설지 않게 볼 수 있다.

 

조용하던 전시장이 아니라 시끌시끌한 곳도 더러 볼 수 있다. 지난 회에 소개한 ‘플레이아트’(PlayArt)가 그 대표적인 예다. 관람객은 이제 전시의 주체로서 즐거운 소음을 내며 작품의 일부로 참여한다. 참 이상한 현대미술로 여기며 이해 못하는 이들도 아직 많다. 새로운 것처럼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관객 참여와 소통의 현대미술 역사는 그리 짧지 않다.

 

▲ 락페스티벌의 한 장면

 

지난 1952년 8월29일 뉴욕 주의 우드스탁에서 한 연주자는 피아노 앞에 앉아 피아노 뚜껑을 열었다. 연주되는 곡은 세 개의 악장으로 되어 있고, 각 악장의 악보에는 음표나 쉼표 없이 ‘조용히’(TACET)라는 악상만이 쓰여 있다. 몇 분 뒤 그는 뚜껑을 다시 닫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확하게 4분 33초 동안 그는 피아노 앞에 앉아 있기만 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연주자는 퇴장을 한다. 존 케이지가 작곡한 피아노곡 ‘4분 33초’의 연주 장면이다.

 

http://www.youtube.com/watch?v=gN2zcLBr_VM

‘4분33초’ 연주회가 있기 일년 전인 1951년, 존 케이지는 로버트 라우센버그의 ‘흰색 회화(White Painting)’를 본 후 이 작품을 제작할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횐색 회화’는 당시 전시장에 걸려 있는 조명과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그림자 등에 의해 작품이 바뀐다. 소리로 된 캔버스를 만들듯 존 케이지는 주변의 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영감을 받은 듯 하다. 연주자와 청중이 소리를 죽이고 있다 하더라도 콘서트 홀에는 소리가 있는 것이다. 이 연주회의 소리는 기이한 연주자의 행동을 보며 웅성대는 청중의 소리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로서 완벽한 침묵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존 케이지의 퍼포먼스는 음악에 대한 도전이자 과정을 중시하는 ‘시각미술’의 한 장르가 되었으며 관객의 참여로 완성되는 작품이 되었다.

 

그 이후 수도 없이 많은 이들이 존 케이지의 ‘4분 33초’를 재현하는 모습을 유튜브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은 터질듯한 음악소리의 페스티벌과 반대로 소리 없는 참여로 흥겨움의 열정과 일상을 벗어난 듯한 새로운 생각을 나누고 있다. 반전의 소통이다. 이 혁신적인 작품은 당시 음악계에서는 외면 받았지만, 시각예술가들에게는 적극적으로 수용됐다. 사운드의 새로운 가능성과 함께 오늘날 경계를 넘어서는 탈영역, 융복합적 예술양상의 시발점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 라우센버그의  1951년 작 ‘흰색 회화’(White Painting)

 

이러한 영향으로 경계를 허물고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고 소통하는 ‘인터렉티브’(Interactive) 현대미술 방식은 오늘날 일상 생활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최초의 인터렉티브 영화 ‘라스트 콜’(LAST CALL)은 지난 2010년 칸 국제광고제에서 미디어 부문 브론즈상, 사회적 광고(Direct Lions) 부문 골드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는 관객들이 직접 스토리 구성에 참여해 그 의견에 따라 영화 줄거리를 만드는 공포영화다.

 

http://www.youtube.com/watch?v=qe9CiKnrS1w

 

한 여자가 폐쇄된 요양원에 갇힌다. 그리고 그 요양원 안에는 무자비하게 잔인한 살인마도 함께 갇혀있다. 살인마로부터 도망치려는 여자는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이 영화 장면을 보고 있던 ‘나’의 핸드폰 벨이 울린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저 좀 도와주세요!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요. 가만히 있을까요? 움직일까요?”

“움직이세요!”

 

▲ 최초의 인터렉티브 영화 '라스트 콜'(Last Call)의 한 장면.

 

스크린 속의 여자 주인공은 관객인 나의 말에 따라 움직인다. 이는 실제로 영화 상영 상황을 묘사한 것이다. 이 전화를 받은 관객이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여자 주인공이 살인마를 피해 요양원을 빠져나갈 수 있는지 없는지가 결정된다. 관객이 영화에 참여하면서 이야기는 전개되고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수동적인 구경꾼(Spectator)에서 능동적인 참여자(Participant)로 관객의 역할이 변하고 있다.

 

▲ 푸조 자동차의 인터렉티브 광고의 한 장면.

 

또한 많은 광고에서도 인터렉티브 기법을 도입하고 있다. 2012년 프랑스 자동차 브랜드 푸조(Peugeot)의 광고 ‘Yes, No! 당신의 선택은?’과 같은 해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배우 한가인이 참여한 광고 ‘보해주점 월’도 그 중 하나다.

 

http://www.youtube.com/watch?v=u-H7ylwaZeU

http://www.youtube.com/watch?v=umEUGVlMRl4

인터렉티브 시대인 오늘날, 만약 우리 삶에 변화가 필요하다면 소리 없는 음악으로 새로운 미술장르를 개척한 ‘존 케이지’의 조용한 혁신처럼 새로운 도전과 역발상의 현대미술에서 배우는 것이 어떨까? 관객, 고객 등과의 소통이 굳이 시끄러운 참여로만 즐거울까? 이제는 서로의 조용한 상호작용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올 여름 경계를 넘어선 소리 없는 락페스티벌로 흥겹고 신나는 진화를 하자! <끝>

 

 

비즈니스워치가 새로운 칼럼으로 이현민 교수의 '감성경영'을 연재합니다.  이 교수는 대학시절을 포함해 약 18년간 싱가포르와 독일, 프랑스 등에서 일하고 공부하며 다양한 문화를 경험했습니다. 2007년 귀국후 대학과 기업 등에서 시각미술을 강의했고, 현재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에서 창의적 체험미술 강좌인 '영화 속 그림읽기'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스티브 잡스가 반한 피카소'가 있습니다. [편집자]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