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서 함께 자란 친구가 몇 달 전 마을 이장이 됐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설 명절에 이장이 된 친구를 만나 생활에 달라진 게 있는지, 이장도 월급이 나오는지 물어보니 "활동비 조금 나오긴 하는데 일이 더 많고 밥 살 일도 많다"고 하더군요.
우리나라의 행정조직 구조는 위로부터 대통령, 광역단체장, 시·군·구 기초자치단체장, 읍·면·동장에 이어 마지막으로 이장과 통장이 있습니다.
우리 주변 가장 가까이에서 공무(公務)를 보는 사람은 이장·통장이며, 이들이 실질적인 마을의 리더인 셈이죠.
하지만 이장과 통장은 정식 공무원은 아니며, 무엇보다 법률에 뚜렷하게 명시된 직책도 아닙니다. 현행 지방자치법(제4조의2)에는 '행정구역상 동·리 밑에 조례로 정하는바에 따라 하부조직을 둘 수 있다고'만 되어 있으며 이장, 통장이라는 명칭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마을마다 있는 이장과 통장이 하는 일은 제법 많습니다.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이장·통장 처우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 자료집(안광현 유원대 교수 작성)에 따르면 기본적인 지역 주민 불편사항을 수렴하고 건의하는 일 외에도 ▲지역의 민방위대장 ▲상부조직인 읍·면·동 행정보조 ▲지방세 고지서 및 각종 홍보물 전달 ▲이장회의, 시·군·구 행사 등 각종 회의참석 ▲영농회장 업무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을 하는 이장과 통장은 보수를 얼마나 받을까요. 행정안전부 훈령에 정해져있는데요.
월 20만원 이내의 기본수당, 회당 2만원의 회의참석 수당, 연 40만원 이내의 상여금을 합해 연간 총액 328만원이 '활동보상금' 명목으로 지급되고 있습니다.
기본수당은 2004년 월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인상한 이후 지금까지 15년째 동결입니다.
무엇보다 이장·통장 업무를 담당하다가 발생한 업무상 상해에 대한 법률적인 보상 기준이 없어 각 지자체에서 알아서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지자체들은 단체상해보험에 가입하고 있는데요. 즉 국가가 직접 보상하는 게 아니라 민간보험회사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죠.
이에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해선 마을의 리더이자 지역 여론주도층인 이장·통장에 대한 처우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고, 최근 관련 법이 발의됐습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장·통장이란 직무와 관련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내용을 담은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입니다.
김 의원은 "이장과 통장은 지역주민들과 밀접한 행정지원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직무와 관련해 질병이나 사고를 당해도 보상금을 지급할 수 있는 근거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면서 "이장과 통장의 임명과 주요 업무를 법적으로 정하고 활동지원 수당과 여비, 처우개선비를 지급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마련해 자긍심을 갖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법안을 발의한 김두관 의원은 이장(남해 고현면 이어리)에서 시작해 군수를 거쳐 장관까지 지낸 인물이죠. 이장·통장 처우개선을 담은 이 법안이 앞으로 국회에서 어떠한 논의 과정을 거쳐 최종본이 만들어질 지 관심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