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감염자 번호를 인식할 수 있었던 지난달 18일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사태는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2월 19일 신천지 교인인 '31번 확진자'가 나타나면서 상황은 반전됐고 한국은 중국 다음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한 나라로 급 부상했습니다.
질병관리본부(KCDC)에 따르면 10일 기준 코로나19 누적확진자수는 7513명에 달합니다. 31번 확진자가 등장하기 전인 18일까지의 누적확진자 수(31명)와 비교하면 약 243배 늘었습니다.
누적확진자수는 계속 늘고 있지만 다행히 코로나19 확산추세는 다소 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10일 기준 전날보다 131명의 확진자가 추가로 늘었지만 당일 진단건수 대비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의 비율은 1.05%로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31번확진자가 등장한 지 20일만에 '일일 확진율'이 1%대로 줄어든 겁니다.
# 20일 만에 등장한 1%대 일일확진율
비즈니스워치가 질병관리본부가 매일 발표하는 '코로나19 국내발생현황' 자료를 토대로 일일확진율을 분석한 결과, 신천지 교인들의 집단감염으로 인해 2월말 정점을 찍은 뒤 3월부터는 전반적으로 감소추세에 접어들고 있었습니다.
본지 분석 방식은 질병관리본부가 매일 발표하는 당일 확진자수(양성)와 당일 음성판정수를 더해 일일 검사건수를 집계하고 이를 당일 확진자수로 나누는 방식으로 일일확진율을 도출했습니다. 이번 분석은 매일 검사결과를 받은 사람 대비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 지를 파악해 실질적인 감염확산 현황을 제대로 전달하려는 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분석내용을 세부적으로 보면 정부가 신천지 교인들에 대한 감염자 전수조사에 들어간 지난달 25일 이후 일일확진율이 지속 증가했습니다. 25일 2.72%였던 일일확진율은 26일 4.57%, 27일 6.12%, 28일 5.8%, 29일 10.24%까지 올라갔습니다. 29일은 일일확진자수 813명을 기록해 최고점을 기록한 날입니다.
하지만 3월부터는 일일확진율이 감소추세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일 8.76%였던 일일확진율은 2일 4.65%로 낮아졌고 4일에는 2.87%로 2%대를 기록했습니다.이후에도 6일 2.85%, 8일 3.47%를 기록하다 10일에는 1.05%로 집계됐습니다.
1%대 일일확진율은 31번 확진자가 처음 등장한 지난달 19일 이후 20일 만의 기록입니다. 지난달 19일 기준 일일확진율은 1.87%였고 31번 확진자가 등장하기 전인 18일에는 일일확진율이 0.11%에 불과했습니다.
10일 기준 일일진단건수는 1만2531건으로 이중 131명이 양성판정을 받았고 1만2401명은 음성판정을 받았습니다. 전날보다 일일진단건수는 2513건 더 늘었지만 일일확진율은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겁니다.
빅데이터 전문가인 이원재 카이스트(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10일 코로나19 확진자 추이와 관련 자신의 페이스북에 "확진자수 및 검사건수 비율이 유의미하게 줄어들었다"고 평가했습니다.
# 누적 검사건수 21만건…일본의 약 26배
신천지 교인들의 집단감염을 시작으로 국내 코로나19 확진자수는 급증했습니다.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수가 늘어나자 한국을 거쳐 들어오는 외국인을 입국 금지하는 해외 국가들도 늘어나고 있는데요. 하지만 반대로 한국이 선제적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9일 열린 정부합동 외신브리핑에서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국내 총 117개 기관이 코로나19에 대한 실시간 RT-PCR검사(유전자증폭검사)가 가능하다"며 "하루 평균 1만2000건까지 가능하고 최대 역량은 2만 건도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전자증폭검사인 실시간 RT-PCR검사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코로나19검사법으로 일본, 미국, 호주, 캐나다 등이 사용 중입니다.
10일 기준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총 누적 검사건수는 21만144건입니다. 중국을 제외하고 다른 감염국가들과 비교해 압도적인 수치입니다. 실제로 9일 기준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코로나19 누적 검사건수는 8286건입니다. 우리나라는 이보다 약 26배 더 많은 검사를 실시한 겁니다.
# 치사율 1%이하…해외와 비교해 안정적 추세
이처럼 빠른 속도로 많은 검사를 해온 것이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치사율이 낮은 요인 중 하나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9일 열린 정부합동 외신브리핑에서 김연재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내과 전문의는 "우리나라는 환자의 증상이 발현되고 확진되는 과정이 매우 짧아 경증입원환자가 많고 초기 입원해 치료받은 경우도 많다"며 "또 감염자 중 젊은 인구가 많은 것(다수의 감염자인 신천지 교인 자체가 연령대가 낮음)이 사망자(치사율)가 적은 이유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국내 코로나19 사망자는 지난달 20일 처음 등장했습니다. 1월 20일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한 달간 사망자가 한 명도 없었다가 지난달 20일 첫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이후 사망자는 지속 증가해 10일 기준 54명입니다.
비즈니스워치가 지난달 18일부터 누적확진자 대비 누적사망자 비율을 집계한 결과 지난달 25일 1.12%의 치사율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1%이하 치사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0일 기준 누적사망자는 54명인데 전체 누적확진자수(7513명)대비 치사율은 0.72%입니다.
한국의 치사율이 낮다는 점은 해외 사례와 비교할때 확연히 드러납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매일 발표하는 상황보고서(10일 기준)를 보면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누적확진자 대비 누적사망자 비율은 3.68%입니다. 사망자수가 많은 중국을 제외하더라도 치사율(한국포함)은 2.39%입니다.
개별 국가로 봐도 한국의 치사율은 낮습니다. 확진자 수 1만명을 바라보고 있는 이탈리아의 치사율은 4.96%입니다. 이란은 누적확진자(6566명)대비 누적사망자가 743명으로 치사율은 11.32%입니다.
# 아직 진정국면 판단은 섣부르다
10일 일일확진율이 1.05%로 집계되면서 방역당국도 코로나19 확산이 완화추세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방심의 끈을 놓을 때는 아니라는 것이 정부 입장입니다.
일일확진자 수 248명을 기록한 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진행한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이 다소 진정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호전되고 있다고 전망하긴 어렵다"면서 "대구 경북 이외 지역의 빠른 확산은 없지만 산발적 감염사례가 계속 발생하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서울에는 은평성모병원에서 감염경로를 추적할 수 없는 집단감염이 발생한 상태이며 서울 성동구 주상복합, 구로구 콜센터의 집단감염 등이 산발적으로 발생중인 상황입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9일 브리핑에서 "현재 대구·경북 지역 신천지 신도 대상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면서 증가 추세가 다소 둔화하고는 있다"며 "하지만 여전히 의료기관, 사회복지시설 등을 중심으로 한 추가 전파는 확인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10일 열린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을 진행한 권준욱 부본부장도 "전체적 수치는 감소추세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연결고리가 분명치 않는 집단감염이 서울, 경기도 등 인구가 많은 지역에 발생하면 그것이 제2, 제3의 신천지와 같은 증폭집단으로 발견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