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시장도 수요자의 요구와 취향에 따라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는 주택 시장의 변곡점으로 꼽힌다. 주택 시장이 공급자 우위에서 수요자 우위 시장으로 바뀌면서 주택 품질이 개선되고, 평면과 평형도 다양해 졌다. 저출산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베이비부머 은퇴 등 사회구조의 변화 역시 아파트 시장의 판도 변화를 이끌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분석한 ‘아파트 시장 트렌드 변화’를 토대로 최근의 흐름을 정리해 본다.
①새 아파트 선호
과거에는 재건축 투자 붐이 불면서 노후 저층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재건축이 가능한 시기에 근접할수록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저층아파트 재건축 물량이 소진되면서 노후 아파트에 대한 관심도 떨어졌다. 작년에는 입주한 지 1~5년된 아파트 가격(전국 평균)이 10년 초과 아파트보다 평당 300만원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노후 중층아파트는 그야말로 중고아파트가 된 셈이다. 이는 2006년부터 발코니 확장이 허용되면서 평면이 크게 바뀌었고 커뮤니티시설과 가구당 1대꼴의 지하주차장이 갖춰지는 등 새 아파트의 편의시설이 훨씬 좋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②브랜드 아파트 선호
'래미안' '힐스테이트' '자이' '이편한세상' '푸르지오' 등 브랜드가 아파트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됐다. 대형 건설사가 짓는 아파트는 브랜드 프리미엄이 붙는다. 같은 지역이라도 브랜드에 따라 아파트 값이 최소 1000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 정도 벌어진다. 서울지역 재건축·재개발아파트는 상위 10대 건설사가 독식하다시피하면서 중견업체 브랜드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수요자들이 대형 건설사 브랜드를 선호하는 이유는 2008년 이후 중견 주택업체들이 잇따라 부도를 내면서 신뢰가 무너진 영향 탓도 있다.
③중소형 아파트 우위
1~2인 가구의 증가와 베이비부머 은퇴의 영향으로 주거공간 다운사이징 바람이 불고 있다. 분양가 자율화 직후인 2000년대 초반만 해도 50평대 이상 아파트가 부의 상징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중소형 아파트가 대세다. 이런 현상은 중대형 위주로 공급됐던 주상복합아파트에서도 나타난다. 지난해에는 전용 85㎡(25.7평형) 이하 아파트의 공급 비중이 80%에 달했다. 3.3㎡(평)당 분양가도 역전(중소형>중대형)되고 있다. 서울 대치동 A단지의 경우 59.99㎡는 4594만원, 114.14㎡는 4377만원이다.
④평형·평면 다양화
1996년 86%였던 주택보급률이 2010년 111.1%로 늘어나면서 공급자 위주의 획일적인 평형과 평면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 아파트 평형은 ▲국민주택규모의 기준인 전용 85㎡ ▲소형의 기준인 전용 60㎡(18.1평) ▲대형의 기준인 전용 114㎡(34.5평) 등 3가지 타입이 주종을 이뤘다. 이런 흐름은 발코니 확장 허용으로 실사용 면적이 커지면서 세분화하기 시작했다. 요즘은 74㎡, 87㎡, 108㎡ 등 틈새 평형이 호응을 얻고 있다. 조망과 채광, 통풍을 위해 전면 2베이(구획) 구조에서 3베이, 3.5베이 등으로 바뀐 것도 특징이다. 여기에 서비스 공간과 유틸리티(다용도) 공간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⑤가격 차별화
같은 동네라도 역과의 거리, 아파트 구조, 단지 환경 등에 따른 가격차가 커지고 있다. 서울 강서구 염창동 A아파트와 인근 B아파트는 입주시기가 비슷함에도 85㎡의 가격이 2010년 2월 5억3500만원 vs 5만9500만원에서 최근에는 4억3500만원 vs 5억2500만원으로 벌어졌다. 같은 단지에서도 층, 향, 위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한국감정원은 용산구 한남 더힐을 감정평가하면서 이런 특성을 반영해 같은 평형이라도 가격 차이를 최저 15%에서 최대 30%까지 뒀다. 동판교와 서판교는 2006년 비슷한 가격에 분양됐지만 지금은 1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 교통과 생활편의시설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