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열린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주택정책을 총괄할 후보자의 과거 부동산 거래 및 주소지 이전 등 관련 이력들이 적절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졌다.
유 후보자는 청문회 시작 전 모두발언을 통해 "배우자와 자녀의 주소 이전 등 과거 저와 가족의 사려깊지 못한 처사로 인해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청문회 내내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국토부 장관으로서 자격이 있냐"는 질타를 받았다.
▲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후보자 선서를 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 '8학군' 도곡동·대치동 위장전입
새정치연합 이찬열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유 후보자의 배우자와 장남의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 "이렇게 해서 대한민국이 선진국 문턱을 넘을 수 있겠냐"며 "국민 10명 중 6명은 위장전입이 낙마 사유가 된다고 하는데 아무 거리낌없이 청문회 자리까지 왔다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는 유 후보자의 부인과 장남이 장남의 중학교·고등학교 진학을 각각 앞뒀던 1993년과 1996년 실거주지가 아닌 도곡동과 대치동의 아파트로 주소지를 옮긴 이력을 지적한 것이다. 주소를 옮긴 두 아파트는 모두 유 후보자의 경기고-서울대-미국 펜실베이나 대학원 동문인 조 모씨 소유였다.
유 후보자는 이에 대해 "위장전입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위법"이라며 "저로서는 매우 잘못된 일이고 국민께 정말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 행당동 아파트 매입가 축소신고
지난 2005년 실 매입액 5억9900만원인 서울 성동구 행당동 행당한신아파트에 대해 매입 신고시 4억800만원으로 허위·축소 신고한 것에 대해서도 '다운 신고' 논란이 일었다. 이를 통해 취득·등록세 764만원을 탈루했다는 지적이다.
새정치연합 김상희 의원은 "조세 전문가로 국회에서 탈세방지 법안 4건을 대표발의했는데 6억원에 매입한 아파트를 4억원으로 축소 신고해 취등록세를 탈루한 것은 본인이 늘 주장하던 조세정의를 무력화하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유 후보자는 "실거래가액보다 낮게 신고한 사실이 있지만 당시는 실거래가 신고의무제가 도입되기 전이라 매매업무를 일임했던 법무사가 관행대로 시가 표준액을 신고했던 것"이라고 해명하며 "매매처리 과정을 꼼꼼히 챙기지 못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 남산 60평 주상복합서 500만원 월세 수입
서울 도심권에 고급 대형 주상복합 아파트를 분양받아 여기서 월세 500만원에 해당하는 연세(年貰) 수입을 올려온 것도 쟁점이 됐다. 주택정책 수장을 맡을 인물로서 적절한 행위였는지에 대한 지적이다.
새정치연합 강동원 의원은 "유 후보자가 12억9264만원에 분양받은 아파트는 부유층이 선호하는 고가 아파트"라며 "이를 외국인에게 임대해 월세 500만원에 해당하는 수입을 올린 것도 부적절하고 이에 대한 소득 신고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 주상복합은 전용면적 166㎡(공급면적 204㎡, 61.8평)의 회현동 2가 '남산쌍용플래티넘'이다. 유 후보자는 "시세에 따라 월세를 받고 있으며 소득과 관련해서도 제대로 신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10개월 시한부 장관"..총선 출마여부 즉답 안해
여당 의원들로부터는 내년 총선 출마와 관련한 '시한부 장관' 논란에 시달렸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국회의원 유일호가 아니라 국토부 장관으로서 모든 책임을 지고 끝까지 간다는 특단의 의지를 갖고 가야 한다"면서 "내년 총선에서 논란의 중심에 유일호가 서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박 대통령이 '총선에 나가지 말고 장관으로서 보임해달라'고 하면 유 후보자는 장관을 하겠다고 답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같은 당 하태경 의원은 "당당하게 사즉생의 각오로 답변을 해달라"며 유 후보자에게 분명한 입장을 촉구했다.
유 후보자는 이에 대해 "이 자리에서 (장관은) 10개월만 하고 20대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말씀을 드릴 수는 없다"면서도 '다음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결심한 것이냐'는 물음에는 "아직 그런 결심까지는 가지 않았다"고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