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결의를 막으려 제기했던 가처분 소송에서 패소했다. 오는 17일 주주총회에서의 '위임장 대결(proxy fight)'을 앞두고 벌어진 '전초전' 성격의 법정 공방에서 삼성이 승기를 잡은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용대 수석부장판사)는 엘리엇이 삼성물산 등을 상대로 낸 주총 소집 통지 및 결의금지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고 1일 밝혔다.
▲ 그래픽 = 김용민 기자 |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이 불공정하고, 계열사간 합병 시 적용할 수 있는 할인·할증 요소가 합병비율 산출에 적용되지 않았다면서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합리하다며 가처분을 신청한 바 있다.
그러나 법원은 엘리엇 주장에 대해 "산정 기준이 된 주가가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행위, 부정거래행위 등에 의해 형성된 것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합병비율이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기각 배경을 설명했다.
또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라 계열사간 합병의 경우 10% 범위 내에서 할인이나 할증을 할 수 있다는 데 대해서도 "자율에 맡겨져 있는 할인이나 할증을 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합병가액과 합병비율 산정이 불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합병이 공시된 직후 삼성물산의 주가가 상당히 상승하는 등 시장이 긍정적인 평가하는 모습을 보인 점을 근거로 "이를 보면 (합병이) 제일모직 및 그 주주에게만 이익을 주는 것도 아닐 뿐더러 대주주의 이익만을 위해 합병을 추진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엘리엇이 추가로 제기한 삼성물산의 자사주 전량(지분 5.76%) KCC에 매각 관련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는 주주총회날인 17일 이전 양측에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이 30일 오전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사장단 회의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법원의 가처분 결과가 발표되기 전인 이날 아침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사장단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가처분 소송 결과에 대해 "법적으로 잘 될거라 믿는다"며 긍정적 결과를 확신했다.
최 사장은 오는 17일로 예정된 임시주주총회 때까지 합병 결의를 위한 주주 설득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삼성물산 지분 10.15%를 보유한 국민연금에 대해서도 설득 중이라며 "나라가 잘 되고 주주가 잘 되는 방향으로 잘 판단해 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전날 제일모직의 기업설명회(IR) 성과와 관련해서 "(투자자들이 삼성에 대해) 주주들 얘기를 많이 듣고 노력하려는 것을 느낀 것 같다"며 "소통이라든지 소액주주들에 대한 정책들을 더 신경써야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엘리엇이 공개를 요구한 제일모직과의 협상 내용 등 상세 이사회 회의록, 회계 및 법률 실사 결과 등의 자료에 대해서는 "대주주 중 한 분이기 때문에 줄 수 있는 자료는 다 주고 있다"고 답했다.
또 전날 의결권 위임장 권유를 위해 개설한 홈페이지(http://www.newsamsungcnt.com)와 관련해서는 "주주들께서 우리가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합병을) 왜 하는지 등에 대해 오해하는 것들이 많은 것 같아서 잘 설명하려고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우호지분을 얼마나 확보했지에 대해서는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과 동남아 등지를 방문해 주주 설득작업을 진행해왔으며 앞으로도 필요한대로 찾아 다닐 것"이라며 "표결까지 2주정도 남았는데 결과가 나오는 것을 봐가면서 대처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