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무산시키기 위해 주주총회 결의금지와 자사주매각 금지 등 2건의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상황. 엘리엇은 첫 심리가 열린 지난달 19일 한영회계법인이 작성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기업가치 보고서를 법정증거로 제출했다. 합병비율 산정과 삼성물산의 주가가 저평가돼 주주가치가 침해됐다는 엘리엇 주장의 근거였다.
그러나 한영회계법인은 해당 보고서가 법인명의의 최종승인이 안된 보고서인데다 합병을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 아니라며 펄쩍 뛰었다. 자료를 일방적으로 법원에 제공한 엘리엇에 대해 법적조치를 하겠다며 강력히 항의하고 나섰다.
# 엘리엇 허위공시 고발한 안진회계법인
지난달 24일에는 또 다른 국내 대형회계법인인 안진회계법인이 엮여들어갔다.
엘리엇은 오는 7월 17일에 있을 삼성물산 주총에 앞서 반대하는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대리하기 위해 의결권을 위임해달라고 지난달 24일 공시했다. 공시에는 의결권 행사 대리인으로 15명의 명단도 공개됐는데, 여기에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2명이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명단은 오기였다.
안진회계법인은 대리인 위임사실이 없음에도 엘리엇이 위임장 용지와 참고서류에 자사 회계사의 이름을 표기했다며 즉각 항의했다.
엘리엇측이 일주일 뒤인 지난달 30일에 해당 회계사 2명의 이름을 빼는 등 정정공시를 했으나 안진회계법인은 이미 허위사실을 공시한 것이라며 1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고소 및 고발장을 제출했다. 마치 안진회계법인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는 세력에 동조하는 것처럼 보여 삼성물산 자문업무를 방해받았다는 것이다. 안진회계법인은 현재 양사간 합병관련 자문용역을 진행중이다.
# 삼성에 밉보일라..회계법인 '전전긍긍'
안진회계법인과 한영회계법인이 발끈한 것은 사실과 다른 내용이 활용되고 있다는 이유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엘리엇이 회계법인의 최대 고객사인 삼성그룹과의 갈등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에 있다.
삼성그룹사의 절반은 삼일회계법인이 외부감사를 과점하고 있지만 다른 회계법인에게도 삼성은 중요한 고객이다.
안진회계법인은 이번 합병주체인 제일모직의 외부감사인으로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16년간 제일모직 감사보고서를 작성했다. 지난해에는 제일모직 외부감사로 10억원의 수임료를 받았고, 7억8100만원짜리 비감사용역도 수행했다. 2013년에는 비감사용역으로 무려 21억원이 넘는 용역비도 챙겼다.
안진회계법인이 2일 언론보도자료를 통해 엘리엇을 고소·고발했다는 소식을 알리면서 "고객과의 신뢰유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표현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지난달 기업가치보고서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한영회계법인도 노심초사 하기는 마찬가지다. 법적조치까지 거론했지만, 삼성물산과 엘리엇간의 법정공방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 아직은 선뜻 나서지는 못하고 있다. 엘리엇으로부터 돈을 받고 보고서를 썼지만 본의 아니게 보고서가 잘못 활용된 탓에 누명을 쓴 입장이다.
한영회계법인도 삼성전기와 호텔신라 등 삼성그룹사의 외부감사를 전담하고 있다. 한영회계법인 관계자는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이라며 "법원에서 심리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최대한 입장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17일에 주총이 열리기까지는 지켜보는 입장"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