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적 관리방안'은 청약과열이 빚어져 주변 집값까지 과도하게 끌어 올리는 지역에 청약규제를 강화한 것이 골자다. 단기 전매차익을 노린 수요자들의 청약 참여를 막는 ▲전매제한 강화 ▲1순위 청약자격 제한 ▲재당첨 금지 등이 핵심이다.
높은 청약경쟁률이 건설사들의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지고 새 아파트의 고분양가가 다시 주변 집값을 끌어올리면서 생기는 시장 불안의 '연결고리'를 앞 단계에서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주택경기 위축을 우려한 탓에 기존 주택 매매시장의 집값 급등까지 견제할 수 있는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보류했다. 일단 청약시장의 과열을 잠재우면 연쇄적으로 매매시장도 어느 정도 숨고르기를 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담긴 수위 조정으로 보인다.
◇ 정부 진단 "분양시장 과열이 발단"
배경은 이렇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2년 전국 평균 2.5대 1이던 청약경쟁률은 2016년 14.6대 1로 높아졌다. 저금리와 청약제도 완화 등으로 분양시장에 분양권 전매차익을 노린 청약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수십~수백대 1인 단지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와 올해 9월 분양권 전매 거래량은 각각 12만4000건으로 2012∼2014년 평균 거래량(6만4000건)의 약 2배 수준이다. 최근 2년간(2014년 7월∼2016년 6월) 2회 이상 청약이 당첨된 중복 당첨자 수도 총 3만9000명으로 그 직전 2년(2만9000명)에 비해 37.8% 증가했다. 실수요가 아닌 투자수요가 늘었다는 의미다.
이번에 정부가 지정한 37개 시·군·구 '조정지역'에서는 분양권 전매제한기간, 재당첨 제한, 1순위 제한 등의 규제가 강화된다. 대상지역은 주택가격과 청약경쟁률, 주택보급률 등 투기과열지구 지정 요건을 준용하되 일부 요건을 구체화해 선정했다.
▲ 수도권 내 '조정지역' 지정 현황(자료: 국토교통부) |
수도권에서는 서울 25개구 전역, 경기도 과천·성남시 전역 및 하남·고양·남양주·화성시(동탄2신도시) 등의 공공택지가 해당된다. 지방에서는 부산광역시의 해운대·연제·동래·남·수영구 등 5개구 민간택지와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지역인 세종시 공공택지가 조정지역에 포함됐다.
이들 지역은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2배 이상인 곳 ▲ 청약경쟁률이 5대 1을 초과했거나 국민주택 규모 이하 주택청약 경쟁률이 10대 1을 초과한 곳 ▲주택의 전매행위 성행 등으로 주택시장 과열 및 주거불안의 우려가 있는 곳으로서 시·도별 주택보급률이 전국 평균 이하 또는 시·도별 자가주택비율이 전국 평균 이하인 지역 가운데 선정됐다.
◇ 가수요 차단 '전매제한' 카드
조정지역 내에서의 전매제한 기간은 지역에 따라 차등화 했다. 우선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재건축 사업이 활발한 이른바 '강남 4구'와 과천은 민간택지와 공공택지 모두 현행 최대 6개월이던 전매제한 기간이 소유권 이전등기(입주) 때까지로 늘어난다.
이들 5개 지자체는 조정지역 선정 정량 기준 3가지 모두를 충족하고 있는 곳이다. 재건축 일반분양 과열과 분양가 상승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분양권 전매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강남 4구를 제외한 서울 21개 구와 성남·하남·고양·남양주·화성시 등은 공공택지에서 공공·민간주택 모두 현재 1년인 전매제한 기간이 입주 때까지로 확대된다. 이들 지역 민간택지 분양 아파트는 현재 6개월인 전매제한이 1년6개월로 종전보다 1년 늘어난다.
▲ 부산 및 세종 등 지방 지정 현황(자료: 국토교통부) |
국토부는 전매제한 강화를 곧바로 시행하기 위해 이와 관련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이날 입법예고하고 4일부터 입주자모집공고를 하는 단지에 대해서 강화된 전매제한 기준을 즉각 적용하기로 했다. 시행이 지체되면 효과가 반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공공택지만 해당되는 세종시는 공공·민간 아파트 모두 분양권 전매제한이 입주 때까지 금지된다. 부산 5개구는 민간택지만 조정지역에 포함하는데 현재 주택법상 분양권 전매제한 대상이 아니어서 분양권 전매제한은 따로 두지 못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장은 종전처럼 계약만 하면 곧바로 분양권을 팔 수 있지만 과열이 줄어들지 않으면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전매제한을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 '수백 1' 청약경쟁률 낮추기 몰두
조정지역 내 분양하는 아파트에 1순위로 청약할 수 있는 자격도 강화된다. ▲세대주가 아닌 사람 ▲5년 이내에 다른 주택에 당첨된 사람이 세대 내에 있는 사람 ▲2주택 이상을 소유한 세대에 속한 사람 1순위에 참여하지 못하고 2순위로만 청약할 수 있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지역 1순위 청약통장 가입자 약 300만명 중 절반 가량이 세대주가 아닌 세대원일 것으로 추정된다"며 "2주택 이상 보유자나 최근 청약 당첨 사실이 이들까지 제외된다면 1순위 청약 가능 인원은 150만명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정지역 분양 아파트에 청약할 때 적용되는 '재당첨제한'도 청약 수요를 줄일 전망이다. 과밀억제권역에 속하는 조정지역(서울·과천·성남·하남·고양·남양주시)에서 새 아파트에 당첨된 사실이 있는 경우 조정지역내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분양받으려할 때는 5년, 전용 85㎡ 초과 주택에 청약할 때는 3년간 당첨이 제한된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과밀억제권역이 아닌 조정지역(부산·세종 등)에 당첨 사실이 있는 사람 경우는 조정지역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전용 85㎡ 주택의 경우 3년, 전용 85㎡ 초과 주택은 1년간 재당첨이 가로막힌다.
이번 대책에는 청약시장 불법행위 근절방안과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제도개선 방안도 담겼다. 강화된 규제의 위반 사례를 솎아내고,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투명성을 강화해 과도한 일반분양가 인상 등 사업성 부풀리기에도 제약을 걸겠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지방자치단체와 국세청, 금융결제원, 주택협회 등과 '청약시장 불법행위 상시점검팀'을 구성해 청약시장에 과열현상이 나타나는 지역을 불시 단속키로 했다. 내년 1월부터 최초분양계약 때부터 분양권·주택거래내역을 파악할 수 있는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RTMS)'을 구축하고 분양주택마다 고유번호를 부여해 관리할 방침이다.
정비사업에 대해서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을 고쳐 정비조합이 발주하는 모든 용역을 일반경쟁입찰로 업체를 선정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용역 금액이 일정액을 넘는 경우 조달청 전자조달시스템을 반드시 이용하게 할 방침이다. 지명경쟁이나 수의계약은 용역금액이 적은 경우 등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