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르자 시장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이 만만찮다. 올들어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 분양을 두고 발생한 '로또 단지' 논란도 이 중 하나다.
HUG(주택도시보증공사)는 집값의 과도한 상승을 막고, 서민 중산층에게도 분양 기회를 주기 위해 사실상 분양가 통제(분양 승인시 인근 아파트 분양가의 110%를 넘지 않도록 관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주변 집값이 너무 오른 탓에 분양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이 가능한 단지가 생기는 것이다.
특히 강남 재건축 단지의 경우 주변 시세보다는 저렴한 수준임에도 일반 무주택자가 접근하기는 어려운 가격인 것이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분양가 통제가 '부자들을 위한 로또 단지'를 만드는 역설적인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 래미안 리더스원 분양가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지만 전체 가격은 비싸고 중도금 대출이 되지 않아 부자들만의 로또 단지로 평가받는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오는 6일부터 1순위 청약을 진행하는 '래미안 리더스원'은 3.3㎡ 당 평균 분양가가 4489만원으로 책정됐다. 일반 공급물량이 가장 많은 전용 84㎡의 경우 총 분양가는 15억7000만~17억3000만원 선이다.
서초 우성1차를 재건축해 짓는 이 단지는 당초 올 4월경 분양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지속적으로 밀렸다. 재건축 조합과 HUG의 분양가 줄다리기가 지속된 까닭이다. 결국 조합이 분양가 눈높이를 낮추면서 분양 승인을 받았다.
시장 안정에 주력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분양가는 잡았지만 이번에도 로또 분양 논란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올 3월 상반기 최대어로 꼽혔던 '디에이치자이 개포'(개포주공8단지 재건축) 때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3.3㎡ 당 평균 분양가는 4160만원이었다. 전용 84㎡ 분양가는 12억4900만~14억3100만원 수준으로 당시 인근 '래미안 블레스티지'와 '디에치이 아너힐즈'의 분양권 시세(20억~21억원)와 비교해 5억원 이상 낮았다.
래미안 리더스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인근 단지 시세와 비교하면 이 단지 분양가는 2억~3억원 이상 저렴한 게 사실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래미안 리더스원 인근에 위치한 래미안 서초에스티지에스 전용 84㎡는 지난 8월말 20억원에 거래된 바 있다. 래미안 리더스원이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바로 확보할 수 있다는 ‘로또 단지’로 불리는 이유다.
◇ 서민 중산층, 엄두도 못 낼 가격
강남 재건축 단지 분양가는 상대가격(인근 단지 시세)으로는 저렴한 수준이어도 절대가격은 높다는 점에서 '로또 단지' 앞에 '부자'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일반 서민과 중산층 무주택자들은 접근이 어렵다는 의미다.
실제 래미안 리더스원 분양가가 낮다고는 하지만 지금껏 강남에서 분양한 단지 중에서는 가장 높은 가격이다. 가장 작은 평형인 전용 59㎡ 분양가도 12억원을 훌쩍 넘고 전용 238㎡ 펜트하우스는 39억원에 달한다.
특히 강남 재건축 단지들은 총 분양가 자체가 높다는 점에서 중도금 대출이 되지 않는 곳이 많다. 디에이치자이 개포와 이번에 분양한 래미안 리더스원은 모든 공급물량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이 되지 않는다.
수분양자들 입장에서는 계약금을 포함해 수중에 수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계약이 가능하다. 분양을 통한 강남 내 집 마련 장벽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가격 안정을 목적으로 하는 분양가 상한제는 주택 공급이 대규모로 이뤄질 때 가능했던 것으로 지금처럼 공급물량이 많지 않은 시기에는 사실상 효과가 없다"며 "특히 분양가 상한제로 로또 단지가 만들어지면서 집이 당장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도 청약을 넣어 집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의 당첨 기회가 줄어드는 부작용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의 채권 입찰제 등을 재도입 하거나 수정 보완하는 방법 등을 통해 시세차익을 환수하는 방법 등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