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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도 청약대기자도 '후분양 희망고문'

  • 2020.05.18(월) 17:00

코로나19, 분양가 규제 등으로 점점 어려워지는 선분양
조합측은 조합원 부담 예측하기 어려워 고민
청약 대기자들은 분양 지연에 발동동

정비업계에 '후분양' 바람이 불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관리와 분양가 상한제 이중 규제 속에서 땅값 상승에 따른 분양가 인상을 기대할 수 있는 후분양이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하지만 마냥 장밋빛은 아니다. 조합 입장에선 분양이 미뤄질수록 사업비 조달이 어려운 데다 상한제 적용 단지 중 후분양 성공사례가 마땅치 않아 조합원 부담을 예측하기 어렵다. 올해 대규모 분양을 기다리던 청약 대기자들도 분양 시점이 밀릴수록 '내 집 마련' 계획이 틀어져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서초구 재건축 단지./이명근 기자 qwe123@

◇ 왜 후분양인가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 분양을 추진 중인 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 단지 조합들은 선분양에서 후분양으로의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사업 일정상 정비사업 분양가 상한제 유예기간인 7월 28일 내 분양이 어렵거나 HUG의 규제보다 상한제를 적용받을 때 분양가를 더 올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경우다.

분양가 상한제는 감정평가로 산정한 땅값에 정부가 정한 건축비를 합친 금액으로 분양가를 책정하는 제도로, 땅값이 오를수록 분양가도 높게 책정할 수 있다. 땅값 감정평가는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하는데,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 만큼 땅값은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가 크다.

2018~2020년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 (전년 대비) 상승률은 2018년 6.02%, 2019년 9.42%, 2020년 6.33%로 최근 10년간 평균 상승률인 4.68%보다 높다.

최근 수주전에 나선 시공사들이 앞다퉈 '후분양 카드'를 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달 시공사를 선정하는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신반포21차 재건축은 사업 일정상 7월 말까지 입주자 모집공고를 할 수 없어 상한제를 피할 수 없다.

이에 삼성물산은 반포3주구에서 후분양을, 대우건설은 리츠 방식을 제안하면서 후분양 가능성을 열어뒀다. 신반포21차에서 입찰 경쟁 중인 포스코건설과 GS건설도 후분양을 제시했다.

이밖에 올해 선분양을 추진하던 강동구 둔촌주공(4786가구, 이하 일반분양 물량), 송파구 잠실진주(564가구), 서초구 신반포15차(461가구), 송파구 미성‧크로바(241가구),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래미안원베일리, 225가구) 등 주요 재건축 단지들도 후분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 조합, 후분양도 불안하다

후분양도 답은 아니라는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

선분양을 하면 일반분양 수입으로 공사비를 조달할 수 있는데, 후분양은 분양 시점까지 분양 수입이 없어 조합이 금융기관에서 공사비를 조달해 시공사에 지급하고 이자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분양 시점의 시장 분위기를 예측하기도 어렵다. 예상보다 땅값 상승률이 저조하거나 분양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 조합원들의 분양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참고할 만한 후분양 선례가 마땅치 않다는 점도 부담이다.

강남 한 재건축 단지 조합원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후분양 단지 중 참고할 만한 사례가 없어서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얼마나 저렴할지, 조합원 이익은 얼마나 나올지 등 각종 비용을 구체적으로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공사들은 이런 점을 파고들어 조합에 후분양 시 공사비를 대여해주거나 사업비 이자 혜택을 주겠다고 나선 상태다.

하지만 '한남3구역 사태' 이후 시공사들의 금전적 이익 제공을 까다롭게 보고 있는 만큼 시공사로 선정된 이후에도 실제 시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 청약대기자도, 분양지연에 내집마련 미뤄져

청약 대기자들도 좌불안석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329개 사업장에서 총 32만5879가구의 민영아파트가 분양된다. 최근 5년(2015~2019년) 연평균 분양 실적(31만6520가구) 대비 약 1만 가구 많은 수준이다.

특히 서울에서 4만5944가구가 공급된다는 소식에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청약 대기자들의 기대감도 높아졌다. 재건축·재개발 분양 물량만 15만1840가구로 전체의 47%에 달한다.

하지만 정비사업 단지들이 후분양으로 전환하면 청약 시기가 2~3년 후로 밀릴 수 있다. 이미 지난해 HUG의 고분양가 관리 강화, 분양가 상한제 적용 등으로 분양이 차일피일 밀려온 상황이라 예비 청약자들이 희망고문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꼽히는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의 경우 일반분양 물량이 4786가구로 올해 서울 분양 가구의 10.4%에 달할 정도라 이를 노리는 청약 대기자가 많다. 이에 지난해부터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 청약 일정을 문의하는 예비 청약자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하지만 둔촌주공 조합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의 분양가 줄다리기로 좀처럼 분양 시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조합은 평당 3550만원의 일반분양가로 분양 보증을 신청했지만 HUG는 평당 2970만원의 분양가를 고수하며 수개월째 줄다리기 중이다.

후분양 시 분양가 상승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후분양제는 지난 2003년 재건축 단지에 의무적으로 도입됐다가 분양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결국 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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