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미군기지의 상징적인 장소인 '장교숙소 5단지'가 116년 만에 전면 개방된다.
정부는 전체 18개 동 가운데 전시공간, 오픈하우스 등으로 리모델링한 5개 동만 먼저(8월1일) 오픈하고 잔여 건물은 아이디어 공모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중 개방키로 했다.
또 경찰청 시설 예정부지를 용산공원 조성지구 내로 편입하고 전쟁기념관, 군인아파트 등까지 공원 경계를 약 50만㎡ 추가 확장하기로 했다.
전체 용산공원 조성계획은 국제공모 당선팀의 계획안을 공개한 뒤 국민 참여단 논의를 거쳐 내년 말까지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 '보존'에 초점맞춰 리모델링…잔여건물은 '유스호스텔'?
국토교통부는 21일 정세균 국무총리와 유홍준 용산공원조성추진위원회 민간공동위원장, 관계기관 및 시민과 함께 공원부지의 첫 개방 행사를 진행하고 용산구 서빙고동 용산기지 동남쪽에 위치한 미군 장교숙소 5단지 부지를 내달 1일부터 전면 개방한다고 밝혔다.
장교숙소 5단지는 지난 1986년 미군에게 돌려받은 부지에 LH(한국주택토지공사·구 대한주택공사)가 미군장교 임대주택을 건설한 뒤 2018년까지 임대 운영해온 시설이다. 약 5만㎡에 주거 16동(12가구)과 관리시설 2동으로 이뤄져있다.
정부는 올해 1월 부지 소유권을 확보하고 국민개방을 위해 5개 동을 전시공간, 오픈하우스, 자료실, 토론공간, 카페 등으로 리모델링 해왔다.
지난 20일 미리 가 본 부분개방 부지는 '보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최대한 원래의 모습을 유지한 채 리모델링해 역사를 보존하는 동시에 새로운 장소를 공유할 수 있게 했다.
주요 시설로는 ▲용산공원 전시공간 ▲파빌리온(야외 무대) ▲집담소(토론 공간) ▲야외갤러리 ▲오픈하우스(숙소 전시) ▲잔디마당(야외 휴식공간) ▲자료실 등이 있다.
전시공간에선 역사 자료부터 용산기지 내부모형 등을 볼 수 있고 국민참여존을 통해 미래 용산공원 조성에 대한 의견도 제시할 수 있다. 야외갤러리는 기존 어린이놀이터나 옛 건물들 주변에 과거 용산정거장 전경 등 역사가 담긴 사진을 전시하는 식이었다. 허물었던 담장의 일부도 그대로 가져와 전시해뒀다.
오픈하우스엔 실제 거주했던 미군 가족들의 사진이나 이야기를 담아놨다. 발코니에 로킹 체어(흔들 의자)를 두고 방에서 주방이 보이는 구조 등 미국인들의 생활 방식이 담긴 인테리어도 연출돼 있다.
이번에 개방한 부지 이용료는 무료이며 화~토요일 오전 10시~오후 7시(내부시설은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다만 전시공간 등 일부 내부 시설은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추후에 개방 여부가 결정된다.
정부는 나머지 13개 동에 대해서도 올 하반기 의견수렴을 거쳐 시설 활용방안을 마련한 뒤 내년부터 시민들에게 추가 개방할 계획이다.
유홍준 위원장은 "잔여 건물은 어떻게 쓸지 구상 중인데 여지껏 나온 얘기중에 유스호스텔(청소년들의 여행 장려를 위한 국제적 숙박시설)이 가장 괜찮지 않나 싶다"며 "지방에서 오는 학생이나 배낭여행 청소년에게 오픈하는게 어떨까 한다"고 말했다.
◇ 2년만에 용산부지 조성계획 공개
녹지축 회복 등을 위해 용산공원 경계도 추가 확장키로 했다.
용산공원조성추진위원회는 지난해 말 첫번째 회의를 열고 용산공원 경계를 확장하기 위한 추진계획을 심의·의결한 바 있다. 이달 21일엔 두 번째 회의를 열고 용산공원 정비구역 변경고시안을 의결해 ▲국립중앙박물관 및 용산가족공원(33만5000㎡) ▲전쟁기념관(12만㎡) ▲군인아파트(4만5000㎡) 등을 포함해 공원 경계를 50만1000㎡ 추가 확장키로 결정됐다.
이와 함께 한강-남산 녹지축 확보를 위해 경찰청 시설 신축 예정부지(1만3200㎡)를 용산역 인근의 대체부지(정비창부지)로 이전해 용산공원 조성지구 내로 편입하기로 했다. 구 방사청 부지의 필지 정리 등 행정절차가 마무리 되는대로 용산공원 정비구역 변경고시를 통해 연내 용산공원 경계 내로 편입될 예정이다.
2018년 마련된 이후 미공개 상태였던 국제공모 당선 조성계획안도 공개했다.
승효상 이로재 대표는 West8‧이로재‧동일 팀에서 6년간(2012년~2018년)의 설계과정을 거쳐 '치유: 미래 공원'(힐링: 더 퓨처 파크·Healing: The Future Park)' 안을 제시했다. 북악에서 남산, 한강, 관악으로 이어지는 서울의 핵심 녹지축을 회복하고 부지 내 가치 있는 건물은 보존하고 활용한다는 게 골자다.
용산공원조성추진위원회와 국토부는 앞으로 조성계획안에 대해 국민의견을 수렴해 최종 조성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올해 8월부터 용산공원 미래 모습을 논의하는 '용산공원 국민소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내년엔 300명 규모의 국민 참여단을 운영해 조성계획 국민 권고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국민적 관심과 참여기반을 넓히고 국민 참여단 논의를 거쳐 2021년 말까지 조성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유 위원장은 "용산공원은 남산에서 원효로까지 흐르는 만초천 등 자연생태를 보여주고 일제강점기 때 위수감옥, 한옥 형태의 한미연합사 등 과거의 아픔이지만 역사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대유적지가 남아 있다"며 "역설적으로 군대가 없었다면 아파트로 차 있을 부지인데, 참고 아파왔던 것이 오히려 서울 시민들에게 도시의 허파를 줬다는 게 용산공원의 문화사적 의미"라고 말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이번 부지개방은 116년간 굳게 닫혀 있던 용산 기지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드리는 첫 걸음으로서 의미가 매우 크다"며 "용산기지를 평화의지와 미래를 담은 최초의 국가공원으로 조성해 나가기 위해 다양한 참여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