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전국에서 아파트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의외의 지역이다. 강원도 속초시다. 1월 한 달간 전국에서 유일하게 1%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2위 역시 예상 밖의 지역이 차지했다. 경기 외곽에 위치한 이천시다.
두 곳 모두 지난해 역대급 집값 상승장에서 다소 소외됐던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최근 집값이 나 홀로 고공 행진하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지역들이 비규제 지역인 데다가 상대적으로 매매가가 저렴해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전국적인 집값 상승장이 나타난 뒤 덜 오른 지역을 중심으로 '키 맞추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결국에는 서울 등 중심부 흐름과 궤를 같이 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속초, 올해 아파트값 상승률 '전국 1위'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아파트 매매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강원도 속초시였다. 1월 말 기준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월보다 1.24% 올랐다. 1%대 상승률을 기록한 건 전국에서 속초시가 유일하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이 0.08% 오르는 데 그쳤고, 서울의 경우 보합세를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말 그대로 고공행진이다.
전국에서 집값이 두 번째로 많이 오른 지역은 경기도 이천시로 0.84%를 기록했다. 이밖에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 상위권 대부분을 수도권 외곽과 지방 도시들이 차지했다. 충북 제천시(0.81%),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0.79%), 경기 안성(0.75%) 등이다.
실제 이 지역들에선 지속해 신고가 거래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5월 전용 113㎡ 분양권(43층)이 16억9000만원에 팔리며 이슈가 됐던 속초시 동명동 '속초디오션자이'는 최근 다시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 11일엔 같은 평형(40층)이 17억 40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11월 입주를 시작한 중앙동 힐스테이트속초센트럴의 경우 지난달 첫 매매거래에서 국민 평형(84㎡) 매매가가 8억1500만원을 기록하며 눈길을 끌었다.
이천에서도 갈산동 힐스테이트 전용 84㎡(7층)가 지난달 4억9800만원에 거래되며 지난해 8월 기록했던 신고가(4억2500만원, 11층)를 갈아치웠다. 인근 갈산화성파크드림 84㎡(4층) 역시 4억6300만원으로 전년 7월에 기록한 4억4500만원(11층)보다 가격이 뛰었다.
두 지역 모두 집값이 오를 만한 호재들이 거론된다. 속초의 경우 지난 2017년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 후 수도권까지 접근성이 개선된 데다 오는 2027년 개통을 목표로 하는 서울~속초 동서고속화철도도 호재로 여겨진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장기화로 국내 관광수요가 증가해 집값이 오른 것으로 여겨진다.
이천 역시 지난해 12월 개통한 중부내륙철도가 호재로 꼽힌다. 이 철도는 충주역에서 이천 부발역을 잇는다. 특히 부발역에서 경강선으로 환승하면 판교를 거쳐 강남까지 이동할 수 있다. 이천에는 SK하이닉스 본사가 있어 일자리가 풍부한 것도 장점이다.
'비규제·가격' 영향…"결국 중심부 따라갈 것"
다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호재보다는 규제 여부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등 '외부적인 요인'들을 최근 집값 상승의 주된 요인으로 꼽고 있다.
속초가 속한 강원도의 경우 비규제지역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최대 70%까지 적용받을 수 있고 전매제한 규제도 없다. 이천 역시 수도권에 몇 되지 않은 비규제지역이라는 점이 수요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런 지역들은 지난해 타 지역에 비해 집값이 상대적으로 적게 오르면서 투기 수요나 인근 지역에서 넘어오는 실수요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서울이나 수도권보다 상대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낮은 데다가 비규제 지역이라 규제의 영향에서 벗어나 있어 집값이 여전히 오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 지역들의 집값이 어느 정도 올라 인근 지역들과 비슷한 수준이 되면 상승세도 자연스럽게 잦아들 거라는 전망이다. 실제 속초와 이천, 창원 등 최근 눈에 띄게 상승세를 나타내는 지역들은 지난해 하반기 들어서 뒤늦게 집값이 뛰었다가 연말부터는 상승률이 다소 주춤하는 분위기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강원도는 물론이고 경기도 이천시 역시 지난해 집값이 폭등세를 보일 때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지역들"이라며 "비규제 지역인 데다가 이미 집값이 오른 인근 지역에서 수요가 유입되면서 이른바 '키 맞추기' 국면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만약 서울 등 도심에서 집값 안정세가 이뤄진다면 이런 지역의 상승세도 잦아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반대로 서울 집값이 다시 뛰면 갭이 벌어진 뒤 뒤쫓아가는 현상이 반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