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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이걸 모듈러로 지었다고?'…국내 첫 13층 주택 1년만에 '뚝딱'

  • 2023.06.28(수) 06:30

현대엔지니어링, 경기 용인영덕 행복주택 준공식
서울 가리봉에도 12층 모듈러 주택…소음·화재 '안심'
원희룡 "건설업의 제조업화 혁명, 해외 시장 개척"

경기 용인영덕에 국내 최고층 모듈러주택이 준공했다. 흥덕IT밸리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로 걸어가니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아파트 단지 사이로 13층의 공공주택이 빼꼼 모습을 드러냈다.

겉으로는 일반 아파트와 다를 게 없어 보였다. 반듯한 사각형의 흑색 건물 위에 창문들이 가지런히 붙어있는, 전형적인 공동주택이었다. 사용 흔적이 없는 지하 주차장과 1층 로비, 가구 내부에서도 입주를 앞둔 새 아파트의 분위기만 물씬 풍겼다.

용인 모듈러주택 전경 / 사진=이하은기자

모듈러주택, '일반 아파트보다 조용해요'

27일 용인 영덕 행복주택이 오는 7월 입주를 앞두고 준공식을 개최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와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 등 업계 관계자들이 한데 모여 국내 최고층 모듈러주택의 준공을 기념했다.

원희룡 장관은 "많은 건설사와 혁신 기술 기업, 연구기관 등이 땀 흘려 연구한 결과, 훌륭한 주택이 나왔다"며 "현장의 선구자들과 이를 적극 지원하고 반영해준 용인시, 경기주택도시공사(GH) 등에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단지는 지하 1층~지상 13층, 106가구의 행복주택으로 모듈러 공법을 이용해 지어졌다. 모듈러 공법은 공장에서 사전 제작한 부재를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12층에 위치한 가구 2곳을 직접 둘러봤다. 전용면적 17㎡의 원룸형은 큰 창과 흰색의 벽지와 가구 등을 통해 실제보다 넓어 보이는 효과를 노렸다. 벽을 두드리고 발을 굴러도 소리가 크게 울리지 않았다.

신혼부부를 위한 전용 37㎡ 가구는 넓은 주방과 큰 수납장 등을 통해 공간 활용을 극대화했다. 복도에는 각 가구에 1곳씩 배정하는 '계절창고'를 배치해 당장 쓰지 않는 짐을 외부에 수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는 "본 주택에는 산학연 연구자들이 참여한 국책연구에서 개발된 최고의 기술들이 적용됐다"며 "층간소음은 3등급으로 기존 아파트보다 우수한 수준이며 공사기간 단축 효과 등을 객관적으로 실증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행복주택 전용 37㎡ 거실 / 사진=이하은기자

후발주자에서 세계 6번째로

모듈러 공법은 공사기간 단축, 친환경 등의 장점이 있어 외국에선 많이 사용되지만, 국내에선 걸음마 단계다. 이를 극복하고자 2019년 6월 GH 주관으로 '중고층 모듈러 실증사업'이 시작됐고, 건설사인 현대엔지니어링과 모듈러 제조업체인 금강공업이 참여했다.

세계적으론 후발주자였지만 산학연이 연구에 매달렸고, 4년 만에 13층의 중고층 모듈러주택을 짓는 데 성공했다. 모듈러 공법으로 13층의 아파트를 지은 건 전 세계에서 6번째다.

특히 모듈러주택이 콘크리트 주택에 비해 부실하다는 편견을 없애는 데 주력했다. 지진, 화재, 운반·시공 단계에서 안전 연구와 검증을 진행했고, 층간소음 차단 기술도 적용했다. 그 결과 불이 나도 3시간 이상 견딜 수 있는 층간소음 3등급의 주택이 완성됐다.

이번 사업을 통해 노하우를 쌓은 현대엔지니어링은 서울에도 12층 규모의 모듈러주택을 짓는다. SH공사와 함께 가리봉동에 174가구 규모의 공공주택을 건설할 계획이다.

김경수 현대엔지니어링 현장소장은 "현장과 공장에서 동시 생산하는 덕에 공사기간을 30~50% 단축할 수 있고, 탄소 배출량은 35% 이상 감소한다"며 "모듈러주택은 환경 친화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모듈러주택 업계 간담회 / 사진=국토교통부

이날 현장에는 모듈러주택 관련 업체들과 원희룡 장관의 간담회가 열렸다. 업계 관계자들은 모듈러주택 사업을 하며 겪는 고충을 털어놓고 △모듈러 공법 관련 국가 R&D △모듈러 건축 인증제도 도입 △발주 단위를 1개 동→1개 단지로 확대 등의 정책을 제안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모듈러주택 등을 통한 건설업의 제조업화는 건설업에 필요한 혁명 중 하나"라며 "대통령실 등에서도 관심이 큰 만큼 국내를 넘어 사우디아라비아, 우크라이나 등 해외까지 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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