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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잇슈]'실거주 의무' 살아남으면…수분양자 선택은?

  • 2023.12.12(화) 06:06

실거주 의무 폐지, 정기국회서 통과 못해
계약포기 아니면 위장전입? 시장 혼란 우려
전세시장도 흔들릴까…21일 소위 결과 주목

'계약 포기냐 버티기냐' 

실거주 의무 폐지를 골자로 한 주택시장 규제 완화가 불투명해지면서 아파트를 분양받아 둔 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실거주를 위한 잔금 마련을 하지 못하는 이들 중에선 계약금을 날리지 않기 위해 편법을 알아보는 등 벌써부터 시장 혼란 조짐이 보인다. 

가뜩이나 서울 등 수도권 입주난이 예고된 상황에서 실거주 의무까지 유지되면 전세 물량 위축 심화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오는 21일 추가로 열기로 한 국회 국토위 법안심사소위원회 결과가 주목받는 이유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수분양자, 입주 시작 104일 내 결정해야   

11일 부동산 시장에 따르면 실거주 의무 폐지 여부가 불투명해지자 일반 수분양자 및 무순위 청약 등으로 분양권을 매수한 사람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실거주 의무는 2021년 2월 이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 수도권 아파트의 분양계약자에게 2~5년간 거주하도록 의무를 부과한 제도다. 이 기간 내엔 집을 팔아서도, 전월세로 전환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청약 과열 때 나왔던 규제인 만큼 현 부동산 시장과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부는 올해 1·3대책을 통해 전매제한 완화와 패키지로 실거주 의무 폐지를 약속했다. 

이후 4월부터 전매제한은 완화(시행령 개정)됐지만 법 개정이 필요한 실거주 의무 폐지는 야당의 반대로 국회에 멈춰있다. 사실상 마지막 법안 소위였던 이달 9일엔 안건이 상정조차 되지 않은 채로 정기 국회가 끝났다. 

이에 정부의 약속만 믿고 분양을 받거나, 분양권을 산 이들이 난처해졌다. 전매가 가능해진다 해서 입주에 맞춰 집을 팔려고 했거나, 팔지는 않더라도 전세로 돌리려 했던 이들이 실거주를 위해 잔금을 마련해야 하게 돼서다. 만약 실거주도, 잔금 마련도 안 된다면 계약금을 날릴 상황에 놓인 셈이다. 

실거주 의무 대상자의 선택지는 최초 입주일로부터 3~4개월 내 입주하거나 LH에 매입 신청하는 것밖에 남지 않는다. 주택법 시행령 제60조2에 따라 해당 주택에 입주하기 위해 준비기간이 필요한 경우, 해당 주택에 거주한 것으로 보는 기간은 '최초 입주 가능일로부터 90일까지'다. 

주택법 제57조의2에 따라 거주 의무자가 특별한 사유 없이 거주의무기간 이내 거주를 이전하는 경우 거주의무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LH에 해당 주택의 매입을 신청해야 한다. 

LH는 거주의무자의 해당 주택을 매입하려면 14일 이상의 기간을 정해 거주의무자에게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최초 입주일로부터 최소 104일 이내엔 결단을 내려야 하는 셈이다. 

LH의 주택 매입 가격은 거주의무자의 입주금에 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의 평균 이자율을 적용한 이자를 얹어서 책정한다. 이에 분양가보다 시세가 내린 인천 등 일부 지역의 수분양자들은 오히려 LH 매입 신청을 검토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실거주 의무 및 위반 시 처벌./그래픽=비즈워치

편법에 전세위축까지…21일 소위 주목

'제3의 선택지'를 만지작거리는 수분양자도 있어 시장의 혼란이 예상된다. 

수분양자들 사이에선 "차라리 벌금을 내고 실거주 의무를 어기겠다"며 버티기를 검토하는 움직임도 일부 포착된다. 수억원짜리 집을 포기하느니 최대 1000만원의 벌금을 내고 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실거주 의무 단순 위반 시(전월세 전환 등) 과태료 300만원을 물고, 위장 전입 등 의도적 위반 시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1000만원 이하를 내야 한다"며 "벌금을 한 번만 물고 계속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벌금도 내고 LH에 주택도 넘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불법 행위자만 처벌 대상이기 때문에 실거주 의무 대상 주택을 산 매수자나, 해당 주택에 전월세 계약을 체결한 임차인은 처벌받지 않는다. 대신 LH에 주택을 넘기기 때문에 매수 및 임차한 주택을 잃게 된다.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의 눈을 피해 위장전입 등 편법으로 거주 의무를 피하다가 향후 적발되는 사례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실거주 의무가 시행되면 지자체 등과 함께 수시로 실태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실거주 의무에 따른 전세 매물 위축까지 더해지면 시장 혼란은 더 커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국토부에 따르면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는 수도권 아파트는 지난달 기준 총 72개 단지, 4만7595가구에 달한다.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이들 주택의 전세 전환이 막히면서 전세 매물이 위축될 수 있다. 

일반분양만 4786가구인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도 대상이다. 이 아파트는 올해 1월 정부의 규제 완화에 힘입어 미계약분을 털어낸 만큼 실거주 의무 폐지 여부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정부도 실거주 의무 유지에 따른 부작용을 감안해 이달 21일 법안소위를 추가로 열기로 한 상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소위에서 개정안이 통과되거나 대안이 나올 수 있고 필요하면 1~2월에도 추가 소위를 열 수 있다"고 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요즘처럼 금리가 높고 집이 잘 안 팔리는 때엔 잔금 마련도 어렵고 이사, 질병, 학업 등 불가피한 이유로 실입주를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어 주민 불편 및 시장 혼란이 예상된다"고 "적용 대상 주택도 많은 편이라 전세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여야가 대승적으로 완화 개정안을 다뤄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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