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8일 '비(非)아파트 시장 정상화 방안'을 내놨습니다. 두 가지 목표를 위해섭니다. 서울 주택 공급의 절반을 차지하며 '주거 사다리' 역할을 톡톡히 해온 '빌라 시장'이 전세사기 여파로 무너져 이를 회생시키는 게 하나고요. 또 하나는 주거 선호지역 아파트로 불붙는 수요를 비아파트로 분산시키려는 것이랍니다.
그런데 현재 비아파트 시장의 실태를 잘 살펴보면 이번에 내놓은 대책이 정부가 기대하는 정책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수요도 늘고, 공급도 늘어야 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텐데 현실적으로 그러기엔 영 힘이 달려 보여서죠. 함께 따져보실까요?
비아파트 '수요' 늘어날까?
수요 측면부터 볼게요. 우선 전용면적 85㎡, 공시가격 5억원 이하 단독주택, 빌라 보유 시 무주택으로 간주해 아파트 청약에 유리하게 한 점이 가장 눈에 띕니다. 신규 구입자뿐 아니라 기존 주택 보유자도 무주택자로 인정되죠. 순식간에 청약 가점이 최대 32점(무주택기간 만점)까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85㎡·공시가 5억 빌라 있어도 청약 땐 '무주택' 인정(8월8일)
2027년까지 신축 빌라를 매입해 임대등록을 하면 취득·종합부동산·양도소득세 중과세를 면제받는 세제 혜택도 주어집니다. 기축도 새로 매입해 임대 등록하면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세제 혜택을 받습니다. 빌라는 임대사업자 수요가 많았던 만큼 투자 수요를 높여 주거 사다리 역할을 회복시키겠다는 복안입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1주택자도 비아파트를 추가로 구입할 수 있도록 시장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도 했죠.
인위적인 수요도 만든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2025년까지 신축 11만가구 이상 물량을 매입해 임대로 공급한다는 계획이죠. 서울은 한계를 두지 않고 '무제한' 매입하겠다고 공표도 했습니다. 전세사기로 무너진 임대차 신뢰도 LH라면 되살릴 수 있을 거란 복안입니다.
하지만 '빌라 매수세'를 조성하기엔 약해 보인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투자한 비아파트의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야 무주택자가 다세대를 지렛대 삼아 아파트 청약에 도전하든, 유주택자가 임대사업을 하든 할 텐데 말이죠. 망가진 시장 상황에서 수익을 기대하고 투자에 나서기엔 세금 계산 때 주택수에서 빼주는 정도로는 약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청약시 무주택자 간주 혜택도 오히려 수요가 빠져나가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죠. 기존 보유자에게 아파트로 이동할 '급행 티켓'을 주니까요. 진미윤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빌라를 무주택으로 간주해 아파트 청약기회를 주는 것은 자칫 시장에서 '빌라 수요자도 아파트로 가라'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면서 "빌라 시장 정상화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어요.
공급 기대할 수 있나?
공급 활성화도 만만치 않습니다. 일단 수요가 받쳐줘야 주택사업자들이 새 다세대·연립주택·오피스텔을 지어 팔겠다고 나설 텐데요.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임대물량 공급을 위해서는 투자자가 들어와야 하는데 아직 빌라는 침체국면이고, 정책에 대한 신뢰도 많이 떨어진 상황이어서 일부분 영향은 주겠지만 투자수요를 높이는 데 한계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어요.
공급을 늘려 아파트 수요를 대체해 '집값 불안'을 줄이겠다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진미윤 교수는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공급 효과가 없어 불안 심리로 불붙은 집값 상승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LH가 매입임대를 분양 전환해 공급하는 것도 최소 6년 뒤고요.
실제로 요새 집값이 크게 뛴 곳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지역의 소위 '똘똘한 한 채' 아파트인데요. 비인기 빌라들이 이 수요를 끌어올 대체제가 될 리가 없죠. 물건의 단가와 성격부터 확 다르잖아요.
특히 LH를 통한 2년 내 신축 매입임대 11만가구 공급이 사업을 활성화할지도 미지수입니다. 국토부는 현재까지 8만8000가구 정도의 신축매입 신청접수가 이뤄졌다고 밝혔지만 신청건수가 모두 공급 물량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죠. 추진 과정에서 시장 상황에 따라 사업성 등 변화가 생기면 약정을 파기하는 경우도 이미 꽤 있었습니다.
한떄 LH에 몸담았던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LH 신축매입 요건에는 주민 공동공간 마련, 필로티 등 기본 요건이 정해져 있다"면서 "요건에 맞춰 11만가구 매입 약정 성과가 나려면 시장에 3~4배수의 물량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매입은 일일이 사업자를 찾아가 협상을 진행해야 해 업무 패턴과 업무량이 다르다"면서 "신축매입 11만가구는 비용을 떠나 엄청난 시간을 요구하는 작업"이라고 덧붙였어요.
LH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매입임대 공공주택 공급실적은 연평균 1만8980가구인데요. 매입 예정 물량인 11만가구를 내년까지 채우려면 올해와 내년 각각 그 3배를 사들여야 합니다. LH가 사줄 물량도 충분치 않을 수 있죠. 올해 상반기 비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전국 1만8000가구, 서울 2000가구뿐이었거든요.
이걸로 충분? 시장선 '턱도 없다'
비아파트 시장을 살리기는 이걸로는 부족하다는 게 결론입니다. 더욱 입체적이고 파격적인 시장 복구전략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죠.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이번 대책을 두고 "시장 허리를 떠받쳐 온 비아파트 시장이 붕괴 위기에 있는 만큼 필요한 대책들"이라면서도 "시장 정상화 정책이 계속해서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대표는 "그린벨트 해제 등 아파트는 공급에 10년 이상이 걸리고, 빠른 공급이 가능한 다세대나 빌라는 수요가 없다"면서 "수요자 관심이 없어, 지어도 나가질 않으니 지을 이유가 없고 정부가 매입해 준다지만 시장 금액과 맞지 않아 사실상 시장에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송승현 대표 역시 "빌라는 높은 가격으로 매입이 어려운 아파트 대신 수요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인 만큼 '주거 사다리' 역할로 중요하다"면서 "다만 수요자(임차인) 대책으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요건을 '공시가격의 126% 이내'로 낮춘 기준을 기존 150%까지 풀지 않으면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주택 당국자들은 낙관적으로만 보고 있습니다. 한성수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일단 빌라가 팔려야 새로 지을 수도 있어 취득세 등 다양한 혜택을 줘 위축된 시장 수요를 정상화하려는 것"이라며 "투자수요 등으로 수요가 늘면 공급을 늘리는 방향으로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 정상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