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출산 직원 가정에 출산장려금을 지급했다. 이와 더불어 노인 법정연령 상향 필요성을 주장하고 '유엔(UN)데이' 공휴일 재지정도 제안했다. 건설사를 소유하고 경영하는 84세 노(老)회장의 독특한 새해 행보다.
부영그룹은 5일 오전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2025년 시무식' 열고 출산 자녀 직원 1인당 1억원씩 총 28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했다.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출산한 직원에게 70억원을 지급한 것을 포함한 지금까지의 출산장려금 지원 규모는 98억원이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저출생 문제가 지속된다면 20년 후 경제생산인구수 감소, 국가안전보장과 질서 유지를 위한 국방 인력 절대 부족 등 국가 존립의 위기를 겪게 될 것으로 봤다"면서 "해결책으로 출산장려금 지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마중물이 돼 국채보상운동과 금 모으기 캠페인처럼 앞으로도 많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출산을 지원하는 나비효과로 번졌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아이도 노인도…생애 복지 전반적인 확대 필요성 주장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시무식 이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출산장려금 지급 외에도 추가적인 복지 확대 의지를 드러냈다. 이 회장은 "여력만 있다면 복지 정책은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면서 "지금 지급하고 있는 출산장려금은 국가적으로 (출산율이) 괜찮아졌다고 판단할 때까지는 계속해서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노인회 회장이기도 한 이 회장은 노인 복지에 대해서도 강한 관심을 보였다. 특히 회사 차원에서 정년을 연장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신생아 수가 노인 인구를 부양하기에 모자란 숫자"라면서 "현재 65세인 법정 노인 연령을 75세까지는 상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늙어도 능력이 있는 이들이 있다"면서 "회사 차원에서도 어떤 형식으로든지 나이가 많더라도 능력과 의지만 있다면 쓸 작정"이라고 덧붙였다.
임대주택의 확대 필요성도 거론했다. 국내에서 공급되는 임대주택 절대다수를 '분양대기주택'(분양전환 민간임대)이라고 표현하며 영구 임대주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진정한 의미의 임대주택은 사실 국내에 2~3%에 불과한데, 이를 30%까지는 늘려야"한다면서 "대부분이 분양대기주택이다보니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주택 하자 등과 관련한 민간임대 소유자(기업)와 임차 입주자의 분란이 빈번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유엔데이' 다시 공휴일로?…6·25 전쟁 경험자의 바람
이 회장은 올해 새로운 주장으로 '유엔데이' 공휴일 재지정 제안을 내놨다. 6·25(한국전쟁)에서 유엔군의 희생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유엔데이'는 국제 평화와 안전을 목표로 국제연합(UN)이 창설된 1945년 10월24일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기념일이다.
우리나라는 1950년부터 1975년까지 유엔데이를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는 세계에서 유일한 사례다. 그러나 북한이 유엔 산하 여러 기구에 공식적으로 가입하자 항의 차원으로 1976년 공휴일에서 제외했다.
1941년생인 이 회장은 "우리의 역사도 되돌아봤으면 한다"고 말문을 열며 1948년 '여순사건'과 더불어 6·25 전쟁에 대한 경험도 밝혔다.
그는 "여순 사건과 6·25 전쟁에 사람이 많이 죽고 시체가 널브러져 있는 걸 보고 인간 존중이 이렇게 돼서는 안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내 자식과 손자들에게 전쟁의 비참한 실상을 알리고 싶다"고도 말했다.
끝으로 "북한과 좋은 관계라고 하더라도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알고 항상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동방예의지국으로서의 면모를 갖춰 유엔데이를 다시 공휴일로 지정해 전쟁에 참여한 60개국과의 외교적 관계 개선의 계기도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