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과 과세당국이 세금을 둘러싸고 벌이는 숨바꼭질은 자본주의 체제의 영원한 '빅매치(Big Match)'다. 세금을 덜 내려는 쪽과 더 걷으려는 쪽의 치열한 두뇌싸움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지난해 국회의원과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 떠오른 화두는 경제민주화였다. 여야를 막론하고 사회적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대기업에 쏠린 부(富)의 편중 현상을 완화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는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가 미래의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세수 확보를 중점 과제로 강조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일감몰아주기 과세가 자리잡고 있다. 올해부터 시행된 이 과세 방안은 대기업 지배주주가 자녀나 친지 등이 소유한 계열사에 일감을 주고, 그 기업의 이익과 가치를 늘려주는 점에 주목한다. 계열사에 직접 돈을 쥐어주진 않았더라도 넓은 의미의 증여로 판단해 세금을 매긴다는 것이다.
정부가 10년 전 도입한 증여세 완전포괄주의로도 과세 근거는 마련되어 있다. 굳이 세법에 열거하지 않아도 재산을 무상 이전하거나, 타인의 재산 가치를 증가시키는 행위를 포괄적인 증여로 해석할 수 있게 됐다.
완전포괄주의를 통해 편법 증여가 뿌리 뽑힐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 법을 집행하는 과정은 순탄치 못했다. 과세당국은 대기업과 주주들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고, 완전포괄주의를 적용한 과세 사례도 극히 드물었다.
최근 감사원은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이 증여세 완전포괄주의와 재벌의 일감몰아주기를 사실상 묵인해왔다고 지적했다. 이례적으로 대기업 9곳의 일감몰아주기와 일감떼어주기, 내부정보 이용 주식거래를 통한 부의 이전 등 편법 증여 사례를 공개하며 과세당국과 해당 기업 주주들을 압박했다. 과세당국은 완전포괄주의 제도를 보완하고, 새로운 유형의 편법증여에 대한 실태 파악을 통해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국세청은 6월부터 일감몰아주기 과세대상 기업과 주주들에게 증여세를 납부하라는 통지를 시작할 예정이다. 감사원으로부터 '증여세 과세가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을 받은 만큼, 부과 대상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웬만한 대기업 계열사와 후계자들이 무더기로 과세 통지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재벌이 부를 대물림하는 과정에서 법망을 피해 세금을 피하는 방법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아무리 법을 만들어 대응해도 새로운 변칙 수법이 등장해 과세당국을 비웃는다. 2000년대 이후 편법 증여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은 일감몰아주기 사례를 재구성해 향후 과세의 맥을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