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 1966.
설립연도가 같은 국세청과 효성은 지난해 48주년을 맞아 악연으로 재회했다. 강도 높은 심층 세무조사로 유명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5월부터 반년 동안 효성을 샅샅이 수색했고, 3000억원이 넘는 세금을 추징한 것이다.
국세청의 세무조사 과정에서 경영진의 탈세와 횡령 혐의까지 드러나면서 검찰 수사로 확대됐고, 급기야 조석래 효성 회장과 임원들이 기소되기도 했다.
1년간 직원들이 땀흘려 거둔 이익은 거액의 세금 추징으로 인해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쳤고, 꾸준히 유지해 온 신용등급까지 떨어지는 등 악재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 세금 탈루 혐의를 받고 있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2013년 12월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했다. 연일 이어지는 조사에 거동까지 불편한 조 회장이 주위의 부축을 받으며 힘든 발걸음으로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 이익 냈는데…"세무조사 미워"
지난해 상반기까지만해도 효성은 500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순항 중이었다. 2011년 이후 중공업과 건설 부진으로 실적이 다소 떨어졌지만,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섬유와 화학 부문에서 힘을 내고 있었다.
느닷없이 찾아온 세무조사는 흑자를 적자로 돌려세웠다. 국세청은 효성이 그동안 비용을 과다하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탈세해왔다며, 3652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효성이 잠정 집계한 지난해 순손실은 2362억원으로 2012년 1416억원 순이익에서 3778억원 깎였다. 세무조사로 인한 세금 추징이 없었다면 오히려 1000억원이 넘는 이익을 낼 상황이었다.
◇ 불어난 차입금…이자도 버거워
신용평가사들은 조석래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던 지난해 말 효성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낮췄다. 한국신용평가는 12월27일, NICE신용평가는 나흘 지난 31일에 등급을 내렸다. 한국기업평가도 같은 날 자회사인 효성캐피탈의 등급을 A+에서 A로 강등했다.
가뜩이나 차입금이 불어나 채무상환능력에 경고등이 들어온 상황에서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결정타를 날렸다는 분석이다. 효성의 차입금은 2010년 말까지 5조2000억원이었지만 지난해 9월에는 8조4000억원까지 치솟았고,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262%에서 416%로 급등했다.
연간 8000억원 수준인 효성의 영업현금창출력(EBITDA)으로는 10년이 걸려도 갚지 못하는 차입금 규모였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세무조사 추징금이 등급 강등의 직접적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손실 규모와 차입금 수준이 과중하게 나타난 측면이 있었다"며 "연간 3000억원에 달하는 이자비용도 이익으로 감당하기엔 버거워보인다"고 말했다.
◇ 자금조달 금리 오른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외부 평판뿐만 아니라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금리가 높아진다.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은행에서 차입할 때도 신용등급은 이자를 결정하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효성이 가장 최근에 발행한 회사채는 지난해 2월 1200억원을 조달한 것으로 당시 금리는 3년 만기 3.45%였다. 그러나 3월6일 기준으로 효성이 3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한다면 금리는 4.18%로 치솟는다. 약 1년 남짓한 사이 0.7%포인트 수준의 이자가 올라간 것이다.
만약 1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고 가정하면 1년 사이 연간 이자는 7억원 정도(34억5000만원→41억8000만원) 더 부담하게 된다.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자본시장 투자자들도 높은 금리를 요구하면서 향후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은행에서 차입할 때 재무 부담이 더 커지는 셈이다.
올해 만기가 도래할 효성의 회사채는 1400억원 규모로 오는 6월과 10월, 12월에 각각 상환해야 한다. 내년에는 2300억원의 회사채가 만기를 맞는다. 다른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세무조사로 기업의 재무구조가 악화돼 등급이 떨어진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자금 조달금리가 오르고 주가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기업들은 세무 관리에 더욱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