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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과 크레딧]① '세무조사'의 후폭풍

  • 2014.03.10(월) 08:53

효성·서희건설 등 세금 추징 후 신용등급 강등
대규모 손실 인식…재무구조 악화 '직격탄'

기업의 재무부서에서 고민하는 문제로 세금과 채무상환능력(크레딧)을 빼놓을 수 없다. 세금은 기업의 이익을 정산하는 최종 관문이고, 채무상환능력을 상징하는 '신용등급'은 자본 시장 투자자들의 시선을 좌우한다.

 

최근 과세당국의 세무조사 이후 신용등급까지 추락하는 기업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세금 추징으로 이익이 줄어든 기업에게 신용등급 강등은 자금조달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지난해부터 세금 추징과 크레딧 추락이란 이중고(二重苦)에 시달리고 있는 기업들이 어떤 과정을 밟아왔고, 세무조사의 후폭풍에 따라 재무 상황이나 시장의 평가는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살펴본다. [편집자]

 

 

경기 불황으로 기업들이 저조한 실적을 내면서 국가 재정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해 기업들이 낸 법인세는 44조원으로 2011년보다 2조원 줄었다. 법인세가 전년보다 감소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과세당국은 부족해진 세수를 메우기 위해 세무조사를 강화하고 있다. 국세청과 관세청은 기업뿐만 아니라 고소득 자영업자와 대재산가 등 소득이 발생한 곳에 조사요원들을 집중 투입하고, 각종 탈세 행위를 잡아내 세금을 걷어들이고 있다.

 

지난해 법인들이 몰려있는 서울 여의도의 한 빌딩에는 각 기업 사무실마다 연일 세무조사 요원들이 드나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강도 높은 세무조사와 거액의 추징금으로 인해 이익을 내던 회사가 손실로 전환하거나 적자 규모가 커지는 사례도 속출했다.

 

◇ 흑자에서 적자로…효성그룹의 시련

 

효성에게 2013년은 '시련' 그 자체였다. 2011년부터 찾아온 실적 부진에도 꿋꿋이 버텨왔지만, 국세청의 세무조사 한 방에 그룹 전체가 휘청였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심층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조사4국 요원들을 효성에 파견했고, 손금 과다산입 등 탈세 혐의를 적발해 3652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국세청의 검찰 고발과 압수수색이 이어지면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과 임원진은 검찰에 불려다녔고, 지난해 말 조세포탈과 횡령 배임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세금 문제에 둔감하던 신용평가사들도 일제히 효성그룹을 재평가했다. 지난해 말 NICE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효성과 효성캐피탈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강등했다.

 

세금 추징 이후 재무 부담이 커진 것이 결정적이었다. 2012년 1416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효성은 지난해 2362억원의 손실을 냈다. 세무조사가 없었다면 1000억원 이상의 흑자를 냈겠지만, 적자로 전환하며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신용등급이 추락하면 채권시장의 자금 조달 금리도 상승하고, 재무부담이 커지는 악순환을 낳는다. 지난해 2월 효성이 발행한 회사채는 신용등급 A+를 반영해 3년 만기 금리가 3.45%였지만, 현재 같은 조건으로 발행한다면 4%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1년 전 A+등급 금리는 3년 만기 기준 3.20%에 불과했지만, 지난 6일 기준 A등급 금리는 3.90% 수준으로 올라 있다.

 

◇ 손실은 더 크게…서희건설·코오롱글로벌

 

건설사들도 세무조사의 후폭풍에 시달렸다. 서희건설은 지난해 6월 국세청 세무조사를 통해 138억원의 법인세를 추징 당했다. 2012년 168억원이었던 순손실 규모는 지난해 9월 기준 359억원까지 불어났다. 갚아야 할 차입금이 2000억원을 넘지만, 3년째 손실을 내고 있다.

 

NICE신용평가는 지난해 말 서희건설의 신용등급을 BB+에서 BB로 조정했다. 사업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세무조사 추징금으로 인해 유동성과 재무안정성이 떨어졌다는 이유였다. 건설경기 침체로 손실이 쌓여가던 상황에서 세무조사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지난해 초 세무조사로 476억원의 세금을 더 낸 코오롱글로벌도 신용등급 강등 위기에 몰렸다. 지난해 12월 NICE신용평가에서 신용등급(BBB)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 데 이어 한국기업평가도 두 달 만에 같은 조치를 취했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8000억원이 넘는 차입금과 500%대의 부채비율로 채무상환능력이 의심스러운 상황었는데, 세금 추징 후 재무 부담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순손실 규모는 2012년 233억원에서 지난해 9월까지 432억원으로 늘었고, 영업이익으로 차입금 원금은커녕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9월말까지 금융비용은 527억원으로 영업현금창출력(EBITDA) 435억원을 뛰어 넘었다.

 

올해 초 신용등급이 A+에서 A로 떨어진 대우건설도 지난해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 수사에 이어 국세청 세무조사와 금융감독원의 분식회계 감리까지 받았다. 지난해 말 대규모 사업 손실을 반영하며 2012년 1000억원대 흑자를 내던 기업이 1년 만에 6000억원대 적자로 돌아섰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수익성이나 현금흐름이 악화된 기업에게 거액의 세금 추징은 재무적 타격이 크다"며 "세무조사로 인해 손실이 크게 인식된 기업은 신용등급을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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