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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왜?]③ 황금알 낳는 효자산업 맞나

  • 2015.11.24(화) 17:49

관광객 유치보다 관광객 효과 본 산업으로 봐야
세금 포기했는데 내수 영향도 적어

면세점 논쟁이 한창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국가와 국민이 면세점으로부터 얻는 이득이 무엇이냐는 부분이다. 사기업의 사업권 문제에 왜 국가나 국민을 들먹이냐는 시선도 있겠지만, 알고 보면 당연히, 그리고 반드시 확인되어야 할 부분이다. 면세점 사업이 일반 유통사업과는 달리 세금이 면제된 물품을 판매하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이 세금을 의무적으로 납부하고, 국가는 징수권을 행사해서 국가재정을 관리한다. 그런데 면세점은 국가가 징수권을 포기하고 특혜를 준 산업이다. 면세점의 설치와 운영을 엄격하게 할 필요성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면세점 심사에 상생이나 사회기여도를 따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혜의 안정적인 보장이라는 면세점들의 요구는 현재보다 좀 더 심도 있는 논의를 필요로 한다. 국가나 국민에게 어떤 이득이 있는지를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 면세점이 먼저냐, 관광객이 먼저냐

 

일단 이익측면만 보면 관광객 유치 가능성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지난 7월에 신규특허를 내주면서 서울 시내면세점만 3곳을 추가한 것도 큰 명분은 급증한 중국인 관광객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였다. 면세쇼핑을 즐기는 중국인들의 유입이 2010년대 들어 단기간에 급증하면서 기존 면세점의 숫자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면세점을 늘린다고 해서 관광객도 비례적으로 늘어나는 것인지, 관광객 증가와 면세점의 역할이 어떤 인과관계를 갖는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없다. 단지 면세점과 관광산업은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다는 정도로 해석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해외 여행지로 한국을 선택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사항은 ‘쇼핑’이었다. 선호하는 쇼핑장소는 명동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시내면세점, 그리고 소규모 상점 순이었다.

 

외국인 관광객의 시내면세점 선호비중은 2010년 21.8%에서 2014년 41.4%로 높아졌다. 그러나 면세점이 있어서 관광객이 증가한 게 아니라 관광객이 증가해서 면세점의 장사가 잘 됐다는 해석이 더 설득력이 있는 상황이다. 올해 신규로 진출한 사업자들이 일부 새로운 매출을 창출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기존 면세산업의 파이를 쪼개먹을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 세금 적게 내는 효자산업

 

업계에서는 면세산업을 효자산업이라 부르기도 한다. 관광객을 유치하고 결국 내수발전에 기여한다는 의미가 내포됐다. 그러나 면세점은 적어도 세수 측면에서는 불효자에 가깝다. 말 그대로 세금을 면제하기 때문에, 많이 팔아도 세수입에는 득이 되지 않는다. 

 

면세점에서 판매하는 물품은 세금의 부과가 보류된 물품이다. 수입물품은 관세와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등을 떼지 않은 상태로 팔고, 국산품은 관세를 제외한 부가가치세와 개별소비세 등을 떼지 않은 물품을 판다. 술이나 담배는 주세와 담배소비세도 빠진다. 물건을 팔아도 소비에 대한 세금은 국가가 걷지 않는 것이다.

 

호텔롯데의 지난해 매출은 4조1468억원인데 이 중 면세점 매출은 3조9494억원으로 95%를 차지한다. 호텔신라 역시 지난해 2조7953억원의 전체 매출 중 93%인 2조6121억원을 면세점사업으로 벌었다. 두 기업이 면세점으로만 6조5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셈인데 국가의 입장에서는 단순하게 부가가치세 10%만 계산해도 6500억원의 세수입이 발생해야 하지만 이를 받지 않은 셈이다. 관세와 다른 세금까지 합하면 정부가 징수권을 포기한 세금은 더 많아진다.

 

특혜를 받은 기업들이 장사를 잘 해서 법인세라도 많이 냈다면 다행인 일이다. 면세점 업체들은 법인세를 얼마나 냈을까.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호텔롯데가 부담한 법인세 비용은 916억원으로 영업이익 대비로는 21.4%의 비중을 차지했다. 호텔신라는 385억원의 법인세 비용으로 영업이익 대비 22%를 법인세 비용으로 부담했다.

 

그런데 면세점이 아닌 다른 유통대기업들은 법인세 비용의 비중이 이보다 높은 편이다. 롯데의 다른 유통계열인 롯데쇼핑은 지난해 2782억원의 법인세 비용으로 영업이익 대비 법인세 비중이 28%를 기록했고, 현대백화점도 27.3%를 나타냈다. 면세점처럼 정부로부터 5년마다 특허를 받아 사업하는 GS홈쇼핑은 영업이익 대비 법인세 비용이 27.3%를 보였다.

 

회계처리상의 법인세 비용이 아니라 전년도 실적과 각종 비용공제 등이 반영된 실제 법인세 납부액은 좀 더 차이가 발생한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163억원을 납부하는데 그쳤다. 호텔롯데는 1124억원으로 법인세 비용보다 더 낸 것으로 나오지만 GS홈쇼핑이나 이마트의 납부액과 비교하면 적은 폭이다. 국가는 면세점의 소비세를 포기한 효과를 얻고 있는 것일까.

 

 

# 내수활성화? 수출산업?

 

면세점이 내수활성화에 기여하고 외화를 벌어들이는 수출산업이라는 주장은 업계가 단골로 내세우는 논리다. 그러나 이 부분 역시 설득력은 크게 떨어진다. 외국인 관광객이 시내면세점 쇼핑을 하면서 명동이나 면세점 주변 상권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면세점 자체가 내수활성화에 기여한다고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단적으로 면세점에서 판매되는 물품부터 내수와는 거리가 멀다. 국내 면세점 매출의 80%는 수입물품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른바 명품이라 불리는 해외 고가브랜드의 매출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주로 화장품과 가방 등이다. 중소기업 매장이나 국산품 매장을 의무적으로 두도록 하고 있지만, 규정에 맞춰 면적만 채워질 뿐 실제 매출은 대부분 수입제품에서 발생한다.

 

2014년 기준 인천공항 출국장면세점의 매출 1위 브랜드는 루이비통이고, 10위권 내에 랑콤, SK-Ⅱ, 샤넬, 에스티로더, 디올 등 해외브랜드가 포진해 있다. 해외브랜드의 매출 점유율은 시내면세점에서 더 높다. 이번에 특허권을 뺏긴 호텔롯데의 롯데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에서는 까르띠에 등 해외 브랜드제품의 재고만 2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면세점의 장사가 잘 되면 외국인 관광객의 외화가 국내로 유입되는 것이 맞지만, 그 대부분이 해외 브랜드의 수익으로 다시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물품도 수입산이 그대로 해외로 나가는 것이라 수출도 수입도 아닌 산업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이 외화를 벌긴 하지만 수출산업이라는 건 좀 말이 안된다. 매출 대부분이 수입브랜드에서 발생하는데 어떻게 수출이 되나. 차라리 관광객 유치를 지원해 국내 관광산업에 도움을 주겠다는 말이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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