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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왜?]⑤ 붙어도 떨어져도 모르는 시험성적

  • 2015.11.26(목) 18:02

"면세점으로 먹고 살건데, 탈락 사유라도 알아야"
방통위 통신사업자 심사는 심사록, 평가점수까지 죄다 공개

면세점들의 불만은 특허기간의 단축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다. 최근 있었던 두 차례의 특허심사 과정에서 '깜깜이 심사'로 불릴 정도로 답답하게 진행된 심사와 합격여부만 겨우 확인되는 결과발표도 불만을 확산시키는데 기여했다. 특허권이 어떻게 왜 결정됐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 시험에 떨어졌는데, 왜 떨어졌는지 모른다

 

매번 시험을 치러야 하는 학생에게 오답노트는 중요하다. 틀린 문제는 왜 틀렸는지를 알아야 다음 시험에서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면세점 시험을 치른 사업자들은 오답체크가 불가능하다. 관세청은 철통보안을 원칙으로 특허심사위원회의 모든 과정을 비밀에 붙이고 있다.

 

로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심사위원 명단을 비공개하는 것은 인정한다 치더라도 심사받은 당사자들에게까지 심사결과를 비공개하고 있는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7월과 11월 두 차례 면세점 특허심사를 받은 업체들은 심사 결과로 당락여부와 함께 자신의 최종점수만 확인할 수 있었다. 특허심사위원회는 1000점 만점의 심사평가 기준으로 평가하는데, 특허구역 관리역량, 경영능력, 주변환경, 사회공헌도, 상생협력도 등으로 평가항목이 세분화 돼 있다. 심사를 받은 업체들은 각각의 항목에서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를 확인받을 권리가 있지만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올해 시내면세점 특허입찰에 참여했던 한 면세점 관계자는 “합격하거나 탈락하거나 총점이 몇점인지만 알려준다”며 “앞으로도 면세점에 도전할 수 있고, 또 면세점으로 먹고사는 업체들도 있는데 어떤 항목에서 뭐가 부족해서 떨어졌는지는 알아야 다음에 대비를 하지 않겠냐. 상세점수 비공개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투명하기 위해 유지한 비공개 원칙은 오히려 투명성을 의심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7월의 신규특허 심사에서는 결과 발표 이전에 심사평가 정보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불거져 5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의 조사가 진행중이다. 관세청은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이 요구하는 심사결과자료 요청에도 불응했다.

 

# 모든 것을 공개하는 다른 특허사업들

 

관세청이 면세점 특허심사과정 전체를 비공개하고 있는 것은 다른 특허산업과 비교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다.

 

방송통신위원회가 3~5년마다 사업권유지 여부를 심사하는 TV홈쇼핑의 경우 심사위원회의 구성방식과 명단을 모두 공개하고, 심사결과도 평가항목별로 각각 몇점을 얻었는지, 각각의 총점은 얼마인지, 심지어 심사위원들의 종합평가 해설까지 공개하고 있다. 심사위원 명단은 커녕 전체 점수 합계조차 각 사에만 공개하는 관세청 특허심사위원회와 비교하면 충격적인 차이다.

 

이런 정보의 투명한 공개는 TV홈쇼핑사업 승인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방통위는 3년마다 심사하는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에 대한 재승인 심사결과도 거의 같은 방식으로 공개한다.

 

뿐만 아니다. TV홈쇼핑 사업자 심사결과와 종편 사업자 심사결과 등은 심사의 시작에서부터 결과의 모든 과정을 '백서'로 정리해서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백서에는 심사기준을 정하기 위한 토론회의 내용, 각 사별 사업계획 이행실적 점검결과, 의결결과, 그리고 모든 회의의 속기록이 총 망라되어 있다. 여기에는 사업자들이 낸 의견들도 속기록으로 담겨 있다. 심사의 시작에서부터 끝까지가 모두 투명하게 공개돼 있는 것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각각의 사업자 심사와 관련한 내용은 규정에 따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백서작성까지 법령에서 의무화한 것은 아니지만 심사과정에 대한 투명성을 확실하게 담보하기 위해 과거에서부터 지속적으로 공개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2007년 TV홈쇼핑 사업자 재승인 심사결과(자료=방송통신위원회)

 

# 외청의 행정규칙에 적힌 면세 특허결정권

 

관세청이 면세점 심사의 모든 것을 쥐고 있을 수 있는 것은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면세점 특허심사위원회와 관련된 사항은 관세법이나 관세법 시행령에서 찾을 수 없다. ‘보세판매장 운영에 관한 고시’라는 관세청의 행정규칙에 언급돼 있는게 전부다.

 

심지어 고시도 부실하다. 보세판매장 운영 고시는 면세점 심사를 위해 특허심사위원회를 둘 수 있고, 위원의 구성은 어떻게 할 수 있다는 정도만 언급돼 있을 뿐 심사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심사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배점표도 고시에서 찾을 수 없다. 심사의 기준이 되는 배점은 관세청이 심사때마다 수시로 바꿀 수도 있는 구조다. 개정할 때 행정예고 등으로 업계나 국민의 여론을 수렴할 필요조차 없는 것이다.

 

면세품을 팔게 하는 특혜산업을 입법 권한도 없는 기획재정부 산하 외청단위의 부처가 단독으로 모든 것을 관리, 결정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때문에 최근에는 관련 법개정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달 ‘면세점 특허제도 개선방안 보고서를 내고 “법령이나 고시상에 개략적인 평가기준 항목만 공개돼 있을 뿐 세부 심사기준이나 심사방법이 공개되지 않아 특허심사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저하되고, 심사결과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류성걸 의원(새누리당)은 이런 문제를 개선하는 내용의 관세법 개정안을 지난 19일 발의했다. 개정안은 특허심사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관한 사항을 법률에 상향해서 규정하고, 민간위원의 선임 기준 등도 구체화하도록 했다.

 

류성걸 의원은 “면세점은 정부가 민간기업에 독점적인 법적 지위와 초과이윤을 보장해주는 특혜적 성격을 가진 산업”이라며 “공익성과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해 정책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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