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의 탈세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박근혜 정부 초기 CJ와 효성이 오너의 탈세 문제로 홍역을 치른 데 이어 최근에는 롯데그룹 일가도 검찰의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이들 그룹의 오너 일가는 법무법인(로펌)의 세무 자문을 받고 국세청을 상대로 한 조세 소송까지 벌이고 있다. 하지만 해당 기업들이 어느 로펌의 자문을 받고 있는지 공식적으로 알려진 적은 없었다. 비즈니스워치는 올해 서울행정법원에서 진행된 세금관련 재판 정보를 토대로 주요 그룹 계열사들이 선호하는 로펌을 살펴봤다. [편집자]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대기업들이 세금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많이 찾은 로펌은 법무법인 율촌으로 나타났다.
율촌은 올해 서울행정법원이 진행한 조세관련 재판에서 현대자동차와 롯데, CJ, GS, LG, 두산그룹 계열사들로부터 선택을 받았다. 이어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광장, 정안, 충정 등이 대기업 계열사들의 조세 소송을 담당했다.
그룹 중에는 현대자동차와 롯데, LG그룹 계열사들이 국세청을 상대로 소송을 많이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 김앤장보다 율촌
9일 비즈니스워치가 서울행정법원의 올해 세금재판 내역을 분석한 결과, 과세당국을 상대로 두 건 이상의 소송을 제기한 그룹은 8곳이었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가 제기한 사건이 11건으로 가장 많았고 롯데그룹 8건, LG그룹 6건, CJ그룹 5건, GS그룹 4건 순이었다. 삼성과 두산, SK그룹은 각각 2건으로 집계됐다.
이들 주요 그룹 계열사들이 선호하는 로펌은 율촌과 김앤장, 광장 순이었다. 율촌은 총 19건의 조세소송 사건을 진행하면서 김앤장(8건)을 두 배 넘게 앞질렀다. 광장과 정안은 각각 6건과 5건씩 담당했고, 충정이 2건, 세한 호산 화우가 각각 1건의 소송을 진행했다.
율촌은 조세소송 분야에서 가장 높은 승소율을 기록하면서 대기업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 상반기 서울행정법원이 선고한 조세재판 가운데 율촌의 승소율은 77%로 태평양(75%)과 김앤장(52%)보다 앞섰다. 관련기사☞ 국세청 '천적' 율촌..세금소송 77% 승소
회계법인 소속 변호사들이 만든 법무법인 정안과 호산도 대기업 소송에 뛰어들었다. 정안은 삼일회계법인 변호사들이 설립했고, 호산은 안진회계법인에서 만든 로펌이다. 이들 로펌은 중국에 자회사를 둔 대기업들의 배당세금을 돌려주는 과세 논리를 개발해 조세소송 분야에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 현대차·롯데그룹 '큰 손'
그룹 중에는 현대차와 롯데의 조세 소송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 현대건설, 현대라이프생명보험 등이 각각 세금 재판을 진행했다. 대리인으로는 법무법인 율촌과 김앤장, 광장, 충정, 정안, 호산이 각각 참여했다. 국세청의 해외 자회사 지급보증수수료 법인세 부과 처분과 중국 자회사 배당 세금 문제 등 굵직한 사건들이 모두 얽혀 있다. 지난해 유사한 사건들이 법원의 승소 판결을 받아내면서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롯데그룹은 롯데쇼핑의 포인트와 우리홈쇼핑의 할인쿠폰 관련 부가가치세 소송, 롯데카드의 해외 이자소득 법인세 소송 등 다양한 이슈로 국세청을 상대했다. 롯데리아와 롯데제과, 롯데케미칼은 지급보증수수료 관련 소송 대열에도 합류했다. 롯데 계열사들은 주로 율촌을 대리인으로 선임했고 김앤장과 광장도 일부 소송에 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쇼핑과 롯데물산은 지난해 말 종합부동산세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데 이어 올해도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이 과세 취소 판결을 받아냈다.
해외 계열사가 많은 LG와 CJ그룹은 지급보증 수수료 사건을 중심으로 소송을 제기했고, GS그룹은 GS칼텍스의 관세 소송과 GS홈쇼핑의 부가가치세 소송, GS건설의 중국배당 법인세 소송을 각각 진행했다. LG와 GS는 특정 로펌에 치우치지 않고 율촌, 김앤장, 정안, 화우, 광장 등에 골고루 일감을 맡겼다. 이 가운데 GS홈쇼핑은 지난 4월 소송에서 승소했고, 나머지 사건은 진행 중이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 삼성, 내부인력으로 대응
삼성그룹은 다른 그룹과 달리 웬만한 사건에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로펌 대신 내부 인력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행정법원에 제기된 사건은 삼성전자와 삼성전기가 서울세관을 상대로 낸 관세 소송밖에 없다. 관세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법무법인 광장과 충정을 대리인으로 선임해봤지만 지난 2월과 3월, 6월에 모두 패소했다. 관련기사☞ 삼성전자도 졌다..APTA 특혜관세 소송서 패소
SK그룹도 과세당국에는 약한 모습이다. 지난 1월 SK텔레콤의 단말기 보조금에 붙은 2900억원의 부가가치세 취소 소송에서 패소했고, 지난해 11월에는 SK네트웍스가 관세 소송에서 졌다. 지난 5월에 SK E&S가 법인세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냈지만 돌려받을 세금은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반면 두산그룹은 국세청을 상대로 선전하고 있다. 지난 1월 두산이 지급보증 수수료 관련 소송에서 승소했고, 두산건설도 5월에 열린 2건의 부가가치세 재판에서 연이어 이겼다. 승소 논리를 파악한 두산은 다른 과세연도에 대한 법인세 취소 소송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