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종교인의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면 실제 세 부담은 얼마나 될까.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종교인은 23만명이다. 이들 가운데 2만6000명(11%)은 이미 자발적으로 근로소득세를 내고 있다. 천주교는 2011년부터 모든 성직자들이 소득세를 내고 있으며 기독교도 은혜교회와 사랑의교회, 온누리교회 등 20개 교회가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 그래픽/변혜준 기자 jjun009@ |
이들이 낸 세금은 연간 80억원으로 과세 종교인 1인당 30만원꼴이다. 그런데 내년부터 종교인 소득 과세가 전면 시행되면 전체 종교인의 20%인 4만6000명이 소득세를 내게 된다. 종교인들이 낼 세금은 연간 100억원으로 추산된다.
종교인의 세 부담은 똑같은 소득의 직장인에 비해 가벼운 편이다. 새로 마련되는 '종교인 소득'은 기타소득처럼 필요경비를 차감한 후 소득세율을 적용해 계산하기 때문이다. 필요경비는 종교인 소득이 4000만원 이하일 경우 80%를 적용하고 8000만원 이하는 60%, 1억5000만원 이하는 40%, 1억5000만원 초과는 20%를 적용한다.
연소득이 1억원인 종교인(독신 기준)의 경우 실제로 납부할 세액은 402만원 수준이다. 같은 조건의 직장인은 3배가 넘는 1300만원의 소득세를 내야 한다. 기재부는 직장인과 종교인의 세부담 차이가 큰 점을 감안해 필요경비율을 다소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종교인이 종교단체로부터 받는 학자금이나 식대, 출산육아지원금, 사택 등은 비과세 소득으로 분류한다. 예를 들어 연소득이 3000만원인 종교인이 학자금과 육아지원금으로 1000만원을 지원받았다면 나머지 2000만원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한다.
종교인도 직장인처럼 근로소득으로 신고해 소득세를 납부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같은 소득수준의 직장인과 똑같은 세액을 부담하게 된다. 다만 재산이나 소득이 일정 수준에 미달할 경우 저소득 직장인에게 적용되는 근로장려금이나 자녀장려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종교단체는 일반 회사처럼 매월 지급하는 월급에서 세금을 원천징수하고 종교인은 직장인처럼 연말정산도 하게 된다.
다만 종교단체가 원천징수 의무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국세청이 가산세 등 별도의 불이익은 주지 않기로 했다. 종교단체에 대한 세무조사나 장부 확인도 종교인 소득에 한해서만 들여다보도록 제한했다. 종교단체의 부담을 최대한 덜어주기 위한 조치다.
국세청은 사상 첫 종교인 전면 과세를 앞두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지난 6월 인사청문회에서 "지난 2년간 종교인 소득 신고서식을 확정하고 전산시스템 구축 등 신고지원 인프라를 준비했다"며 "종교단체와 종교인의 신고와 납부에 지장이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