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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스 뷰]부동산 세무조사와 `걸린 죄`

  • 2017.10.08(일) 09:15

세무조사 목적은 `탈루세금 추징`
집값 잡기는 일회성 이벤트일 뿐

음주운전으로 벌금을 물거나 신호위반으로 딱지를 떼이면 대개 “재수가 없어 걸렸다”고 말한다. 이른바 `걸린 죄`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걸리지 않았다면 벌금을 낼 필요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죄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를 두고 국민들의 `죄의식`이 결여됐다는 탓만 할 수 있을까.

 

부동산 세무조사 역시 `걸린 죄`라고 보는 게 국민 대다수의 법 감정이다. 부동산 양도금액을 실제 거래액보다 낮춰 적어내 세금을 탈루하는 다운계약만 해도 그렇다. 나도 하고 너도 하고, 장관 후보자도 하고 대법관 후보자도 하는데 왜 나만 갖고 그러냐는 거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세무조사를 진행 중이다. 효과가 확실한 잘 드는 칼을 집어 든 것이다.
 
지난 8월 9일엔 부모로부터 현금을 증여 받는 금수저를 타깃으로 삼았고, 지난 9월 27일엔 소득을 탈루한 고소득 전문직을 정조준 했다. 머니 게임으로 강남 집값을 올린 주범으로 금수저와 고소득 전문직을 찍고 이들의 자금 흐름을 들여다보겠다는 거다.


☞ “30세 미만이면서 고가주택을 취득한 사람과 탈세 불법행위를 조장한 부동산 중개업자 등 286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8월 9일)

☞☞ “자금출처가 불분명하거나 공공택지 분양권 다운계약 혐의가 짙은 302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9월27일)

 

그런데 국세청이 이들 600여명으로부터 탈루한 세금을 추징을 한다고 해서 부당(불법, 탈법, 편법)한 거래관행이 말끔히 사라지고 집값이 안정될까. 그렇게만 된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그런 결과는 꿈에서도 이뤄지기 어렵다.

 

세금을 추징당한 사람은 여전히 “재수가 나빠서 걸렸어. 다음엔 걸리지 말아야지”라는 각오를 다질지도 모른다. 운이 좋아 세무조사 대상에서 빠진 여러분들은 “나는 복이 많은 사람이야. 투자는 타이밍의 예술이지”라고 자랑삼아 떠들어댈 수도 있다.

 

부동산 세무조사가 탈루 세금 추징이라는 본래의 목적이 아니라 집값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동원되는 한 `걸린 죄`라고 보는 법 감정을 바꾸기는 힘들다.

 

집값 잡기란 그저 일회성 이벤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세무조사가 당장은 부당 거래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줘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는 있다. 세무조사가 진행되는 몇 개월 동안은 비슷한 불법 행위를 저지를 간 큰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벤트가 잦으면 흥미도 줄어들 듯 세무조사도 자주하면 효과도 반감된다.

 

국세청의 부동산 세무조사 이벤트는 한 두번으로 족하다. 대신 부동산 세금 탈루를 막을 수 있는 제도 마련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주택 거래자들이 제출하는 자금조달계획서 검증을 통해 자금의 원천을 추적하고, 실거래가 신고 자료를 통해 다운계약 여부를 잡아낼 수 있는 그물을 촘촘히 짜야 한다.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추가로 구입하면 임대사업용인지 갭 투자용인지 자동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들어 보자. 2019년 시행 목표인 임대주택 사업자에 대한 소득세 부과를 위해서도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부동산 세무조사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세금 탈루 방지에 맞춰져야 한다.

 

■ 국세청 세무조사 대상
- 다운계약으로 양도소득을 줄인 경우 :  양도세 추징 + 과태료 (택지지구 택지 및 아파트 분양권 전매자)

- 부모로부터 받은 돈으로 주택을 구입한 경우 : 증여세 추징 (30세 미만이면서 고가주택 구입자, 별 다른 소득이 없는 자)

- 자영업자가 사업소득을 빼돌려 주택을 구입한 경우 : 소득세 추징 (고가주택을 여러 채 구입한 자)
- 다운계약을 유도한 중개업자 : 종합소득세 추징

■ 조사 방법

- 대법원 등기자료, 실거래가 신고자료
- 최근 5년간 부동산 거래 명세 확인

- 재산 변동 상황 분석

- 3억 이상 주택 취득자 자금조달계획서 검증

- 관련 사업체 매출 및 세금 납부 실태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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