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워치 창간2주년특별기획 좋은기업

③"기업문화에서 '희망' 찾는다"

  • 2015.05.21(목) 08:59

비즈니스워치 창간 2주년 특별기획 <좋은기업> [달라지자!]
장수기업 기업문화에 '올인'.."정직한 기업이 돈도 잘 번다"
韓 결속·헌신 '공동체 문화' 살려야

"기업문화는 버크셔헤서웨이의 모든 것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헤서웨이 회장은 최근 연례회의를 열고 4만여 명의 주주들 앞에서 이같이 말했다.

 

워런 버핏 회장은 "이윤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비윤리적인 행동을 하면서 기업문화에 반하는 일을 하는 직원이 있다면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의 비결이 윤리적인 기업문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기업 CEO들은 저마다 기업문화가 단순히 '좋은 분위기'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기업문화를 만드는 것은 기업이지만 그 기업을 오랫동안 존속시키는 것은 문화에 달려 있다는 설명이다.

 

◇IBM 100년 신화.."문화로 승부"

 

IBM은 기업문화의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설립된 지 104년째를 맞은 IBM의 '장수' 요인은 수평적인 문화에 있다.

 

IBM의 창업자 토머스 왓슨 시니어는 "어떤 기업도 단 한 사람을 기준으로 성공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고액의 연봉을 받는 임원들보다 자기 동기를 부여해 일하는 수십만의 직원이 더욱 중요하다는 의미다.

 

아버지의 뒤를 이은 토머스 왓슨 주니어는 이러한 신념을 더욱 발전시켰다. 그는 직원들이 스스로의 신념에 따라 사안을 결정하도록 북돋았다. 그의 지휘 아래 IBM이 20.9%의 연평균 성장률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이다.
 
1993년 IBM이 천문학적인 손실을 내며 침몰하고 있을 때 최후의 카드로 뽑힌 루이스 거스너가 가장 먼저 주목한 것도 기업 문화였다. 그는 침체된 기업의 경영 전략과 비전부터 다듬어 나갔다. 옴짝달싹 못하고 죽어가던 공룡 기업 IBM은 그제야 활력을 찾을 수 있었다.

 

◇글로벌기업 장수 비결은..'정직'

 

 

P&G, 코카콜라, 디즈니 등 글로벌기업 역시 기업문화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며 오랫동안 살아 남은 기업으로 꼽힌다. 미국에 기반을 둔 이 기업들의 특징은 '개방성', '투명성' 등으로 요약된다.

 

지난 2007년에서 2011년 사이 미국 '일하기 좋은 기업 연구소'(the Great Place to Work Institute)에 뽑힌 1000여개 기업의 특징 역시 다르지 않다.

 

연구를 실시한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의 뤼기 징갈르스(Luigi Zingales) 교수는 이 기업들이 정직하고 윤리적으로 경영함으로써 회사에 지속적인 수익을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또 'S&P 500'에 오른 500대 대기업의 특징을 조사했다. 그 결과 85%는 홈페이지에서 기업 문화를 설명하고 있었다. 가장 자주 오르내린 단어는 '혁신'이었으며 그 뒤를 '진실성' '존중' '팀워크' 등이 이었다.

 

물론 각 국가와 민족에 따라 기업문화에도 차이는 있다.

 

미국 텍사스대학교 국제비즈니스 교육연구센터의 올랜도 켈름(Orlando Kelm) 부소장은 "대개 미국인들은 회의 준비를 잘하는 것으로 유명하고 일본인들은 세부적인 사안을 챙기는 데서 볼 수 있듯 기업문화는 지역적인 영향을 받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공동체' 살리고 '독선' 버려라"

 

국내외 전문가들은 한국만의 독특한 기업문화에서도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 피츠버그주립대학교의 이충기 교수는 지난해 국제경영저널(The Journal of International Management Studies)에 실린 논문에서 "유교 관념이 강한 한국의 기업문화는 정직, 존중, 충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비즈니스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한국의 기업문화에 대해 전 세계에서도 찬사를 보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동료들과 함께 한 가족처럼 조화를 이루며 ▲목표 달성을 위해 희생하는 정신은 한국 기업문화만의 강점으로 꼽힌다.

 

백종현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한국 기업에서 볼 수 있는 공동체 문화는 개인주의와 경쟁이 치열한 미국에서는 볼 수 없는 일"이라며 "결속력이 강하고 헌신적인 기업 문화의 장점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동시에 기회주의적이고 독선적인 성향이라든가 오너의 가족이라고 해서 전문성을 무시하고 높은 위치에 앉히는 후진적인 인식은 버려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세계 여러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장점을 살리되 한국기업이 안고 있는 족벌주의 등의 전근대적 병폐를 고쳐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