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워치 창간2주년특별기획 좋은기업

예탁결제원, 한국은 좁다…세계로 간다

  • 2015.05.28(목) 14:30

비즈니스워치 창간2주년 특별기획 <좋은기업>
[달라지자] Re-Jump
주력 예탁결제 업무서 사업 다각화
금융 인프라 수출·마켓리더로 도약

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은 올해초 신년사에서 '세계 일류 종합증권서비스 기업'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국내를 벗어나 글로벌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인식이 엿보인다. 지금이야 국내 유일의 증권 예탁결제기관으로서 독점적 사업을 하고 있지만, 정보기술(IT)의 발달로 금융 서비스의 국경이 사라지면서 예탁결제원의 역할이 언제 어떻게 바뀔 지 알 수 없는 분위기와도 맞닿아있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예탁결제 업무 외에도 새 미래 사업을 발굴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경영 혁신을 계속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준정부기관'에서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가 바뀐 것을 계기로 민간 기업으로 한발짝 다가서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도 할 수 있다.  

 

◇민간기업 탈바꿈 위해 신사업 가속도


▲ 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예탁결제원은 지난 1974년 설립된 종합증권서비스 기업이다. 증시에서 거래되는 주식, 채권 등의 실물 증권을 대신 맡아 관리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 작년 매출(1331억원) 가운데 예탁결제(예탁수수료+증권회사수수료)로 벌어들인 수익(742억원) 비중은 56%에 달한다.

 

자본시장이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게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으나 독점 사업으로 발생하는 수익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다보니 정부의 손바닥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준정부기관'으로 분류되면서 정부 관리·감독을 받다가, 작년에는 이보다 상대적으로 정부 영향력이 적은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됐으나 여전히 공공기관이라는 딱지를 떼지 못했다.

 

모회사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공공기관에서 해제된 것을 감안하면 예탁결제원으로서는 아쉬운 결과다. 그동안 예탁결제원은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한 과감한 투자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이유로 공공기관 지정해제를 희망해왔다.

 

독점 산업으로 여겨졌던 예탁결제 시장이 앞으로 글로벌 경쟁 시장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미리 체력을 길러 놓으려는 것이다. 비록 공공기관 해제의 중간 단계인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됐으나 완전한 민간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올해 신성장 발굴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새 먹거리' 전자증권제·LEI 발급사업

 

예탁결제원은 올해 주요 사업 과제로 증권전자화, 신성장동력 발굴, 글로벌 서비스 확대, 시장성 기업으로의 변화, 부산 금융중심지 지원 등을 꼽고 있다.

 

먼저 올해 도입이 가시화될 전자증권 제도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전자증권 제도는 실물증권을 발행하지 않고 증권의 발행ㆍ유통ㆍ권리행사 등 관련 사무를 전자적 방법으로 처리하는 제도다.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에 31개국이 도입할 정도로 선진국에선 보편화됐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이를 실질적으로 운용할 기관은 예탁결제원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제도를 도입한 국가들에선 예탁결제기업이 전자등록기관으로 선정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예탁결제원은 유재훈 사장 주도 아래 전자증권제 도입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정부의 전자증권법 마련을 적극 지원하고 연내 국회 입법을 위해 최선할 다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법인식별기호(LEI) 발급 사업은 올해부터 성과가 가시화되는 새로운 먹거리다. LEI는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단일식별코드다. 금융거래에 참여하는 세계 법인에 부여하는 표준화된 글로벌 ID라 할 수 있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이 해외 금융회사와 거래를 하기 위해선 미국이나 유럽에서 LEI를 발급 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하지만 예탁결제원이 개발한 LEI 발급관리 시스템(www.lei-k.com)이 올해 초 문을 열면서 더 이상 외국기관에서 발급받을 필요가 없어졌다. 예탁결제원은 LEI 발급서비스 이용을 활성화하고 관련 증권시장 분석정보도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외에도 올해 퇴직연금 지원 플랫폼 구축과 창조금융 활성화 지원 등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 한국예탁결제원이 밝힌 올해 사업 추진 방향.

 

◇금융 한류 확신 '드라이브'

 

사업 다각화와 함께 주요 키워드로 꼽고 있는 것이 글로벌 경쟁력 강화다. 예탁결제원은 그동안 축적한 금융 인프라를 해외로 수출, 사업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먼저 오는 6월까지 중국 현지 은행과 연계해 위안화표시채권 동시결제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후강퉁(상하이-홍콩 증시 교차거래 허용)과 위안화 적격외국인투자자(RQFⅡ) 자격 획득 등 국내 투자자들의 중국 투자 기회가 확대된 만큼 차별화된 서비스로 지원 사격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자산운용네트워크 구축도 핵심 실천과제다. 예탁결제원은 '아시아펀드거래표준화포럼(AFSF)'이라는 아시아 역내 펀드거래 표준화 네트워크 창설을 주도했다. 이를 통해 펀드거래 표준화의 마켓리더가 되겠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신흥 경제국에 자본시장 플랫폼을 수출하는 등 '금융한류' 확산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복안이다. 예탁결제원은 작년말 인도네시아에 한국의 펀드넷 시스템과 유사한 뉴펀드시스템(NFS) 구축을 위해 시동을 건 바 있다. 펀드넷은 펀드의 생성에서부터 성장, 소멸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표준화된 메시지에 따라 자동화된 방법으로 집중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예탁결제원이 지난 2004년에 구축한 이후 올해로 벌써 11주년을 맞은 주요 서비스다.

 

예탁결제원은 작년 11월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로 본사를 이전했다. 어엿한 부산 기업으로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롤모델로 룩셈부르크를 꼽고 있다. 룩셈부르크가 인구 54만명의 소국임에도 금융 산업을 통해 부국으로 성장한 만큼 부산을 룩셈부르크와 같은 금융 중심지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