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들이 잇따라 파격적인 할인행사에 나서고 있다. 고객들의 발길을 대형마트로 돌리게끔 하기 위해서다. 이 이벤트들은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온라인에 밀려 선택할 수밖에 없는 '고육지책'이어서다.
◇ 점점 벌어지는 온라인과의 격차
현재 국내 쇼핑 트렌드는 온라인으로 주도권이 넘어간 지 오래다. 오프라인 매장을 직접 방문해 물건을 구입하는 것보다 훨씬 간편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온라인을 통해 구입한 물품의 품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그런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온라인 쇼핑의 질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수년간 온라인 쇼핑의 영역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그 반대급부로 오프라인 쇼핑의 영역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 기반을 둔 대형마트로선 대형 악재다. 대형마트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최근 대형마트들이 경쟁적으로 파격적인 가격할인 행사를 펼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객들이 얼마나 마트를 찾느냐는 수익과 직결된 문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오프라인 쇼핑의 매출 비중은 지난 2014년 71.6%에서 작년엔 62.1%까지 낮아졌다. 반면 온라인 쇼핑의 매출 비중은 같은 기간 28.4%에서 37.9%까지 치솟았다. 올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2월 오프라인 쇼핑업체들의 매출은 전년대비 7.1% 감소한 반면 오프라인 쇼핑업체들은 12% 늘어났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으로 대거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우리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더욱 큰 문제는 그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이다. 오프라인에 근거한 대형마트 입장에선 최근 소비 트렌드 변화가 큰 타격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치열해지는 가격 경쟁
상황이 이렇자 대형마트들은 연이어 파격적인 가격할인 프로모션을 내놓고 있다.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해선 가장 기본인 '가격'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전략이다. 대형마트의 장점인 구매력을 바탕으로 가격을 큰 폭으로 낮춰 소비자들을 마트로 불러 모으겠다는 계산이다. 고객들이 마트에 머무는 동안은 최소한이나마 소비를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현재 가장 활발하게 가격할인 정책을 펴는 곳은 이마트다. 이마트는 올해 초부터 '국민가격'이라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가격'은 매월 1, 3주 차에 농·수·축산 식품 각 한 개씩 총 3품목을 선정해 행사기간인 일주일 동안 종전 가격 대비 약 40%~50% 할인해 선보이는 행사다.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구매하는 신선식품에 초점을 맞췄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엔 상반기 최대 규모 할인 행사인 ‘블랙이오'도 진행 중이다. ‘블랙이오’는 ‘이’마트에 ‘오’면 대박이라는 의미로 작년 11월 처음 진행해 인기를 끈 행사다. 유통업계 최대 비수기인 4월을 겨냥해 비장의 카드를 꺼낸 셈이다. 오는 5월 1일까지 총 1000여 품목, 1500억원 규모의 물량을 투입한다. 가격은 종전 대비 최소 20%에서 최대 50%까지 할인해 판매한다.
롯데마트도 마찬가지다. 롯데마트는 창립 21주년을 맞아 지난달 28일부터 3주간 '극한도전'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9년 만에 '통큰치킨'을 다시 선보였고, 준비 물량 12만 마리를 완판했다. 수입 쇠고기도 50% 할인 판매하고 4000원대 한우도 내놨다. 이마트와 마찬가지로 파격적인 가격으로 신선식품을 앞세운 후 다른 상품들도 대폭 할인해 판매하는 전략이다.
◇ 얼마나 버틸까
대형마트들의 움직임은 일정 부분 효과를 보고 있다. 소비자들이 가격할인 행사에 맞춰 대형마트를 찾고 있어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가격할인 이벤트 후 고객들이 확실히 매장을 많이 찾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매출이 오르고 있으며 일부 품목의 경우 완판 사례가 이어지는 등 반응이 매우 좋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형마트들의 가격할인 행사가 과연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다. 가격을 할인할 경우 그만큼 대형마트들이 가져가는 수익은 줄어든다. 결국 언제까지 버티기가 가능할 것인가가 문제다. 게다가 최근 대형마트들의 실적은 매우 좋지 않다. 자칫 가격에만 집중했다가 매출은 오르지만 수익은 줄어드는 '속 빈 강정'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이마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628억원으로 전년대비 20.9%나 감소했다. 롯데마트도 79% 줄어든 84억원에 그쳤다. 결국 현재 대형마트들이 경쟁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각종 가격할인 프로모션들은 수익성보다는 살아남기 위한 안간힘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파격할인 행사들이 당장은 매출이 올라 좋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부메랑이 돼 수익성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한마디로 고육지책인 셈"이라면서 "고객이 찾지 않는 마트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수익성 악화는 알고 있지만 고객들을 유인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다만, 문제는 할인행사가 끝난 이후다. 그때는 고객을 마트에 붙잡아 둘 명분이 없어진다. 이것이 현재 대형마트들의 가장 큰 고민"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