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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위드 코로나' 선언 전에 꼭 해야 할 일

  • 2021.09.16(목) 07:20

질병청, 내달 말 '위드 코로나' 전환 목표
부스터샷‧방역 수칙 완화 등 철저한 계획 필요

/그래픽=비즈니스워치

2년여 째 이어지는 코로나19로 전 국민의 피로도는 날로 커지고 있다. 코로나 종식에 대한 기대감은 사라지고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전환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위드 코로나는 매년 발생하는 독감처럼 코로나와 공존하며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다수 국민들은 '위드 코로나' 전환을 바라는 분위기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지난달 30일부터 3일간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대국민 인식조사를 진행한 결과에서도 이 같은 의견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조사 결과 '위드 코로나' 전환 동의 여부에 20.2%는 '매우 찬성한다', 53.1%는 '대체로 찬성한다'고 답했다. 10명 중 7명은 '위드 코로나'에 찬성하는 셈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최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위드 코로나 전환 시점을 내달 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달 말이면 우리나라도 '위드 코로나' 전환이 가능할까?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국가들도 점차 늘고 있다. 영국, 싱가포르, 덴마크 등이 대표적이다.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백신 접종 완료율은 영국 66%, 싱가포르 78.5% 수준이었다. 

영국은 지난 7월 과감하게 '위드 코로나'로 전환했다. 마스크 착용, 모임 인원제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 대부분의 방역 조치가 해제됐다. 이후 6월 전까지 2000명대로 낮아졌던 확진자가 4만명으로 급증했다. 최근 일일 확진자는 2만~3만명대로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다만 높은 백신 접종률 덕분인지 중증 및 치명률은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는 지난달 초부터 방역 수칙 완화에 들어갔다. 직장 내 모임을 허용하고 사적 모임 인원 제한을 2명에서 5명으로 완화했다. 백신 접종을 완료했을 경우 500명 이상의 종교·체육·문화 행사도 가능해졌다.

싱가포르는 '위드 코로나' 시행 전에는 일일 확진자수가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인구가 580만명 정도로 적은데다 방역 수칙 위반 시 처벌이 강력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에서 방역법을 위반하면 6개월 이하의 징역, 최대 1만 싱가포르달러(한화 약 870만원)의 형이 선고된다.

국내에서는 지난 2월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접종을 시작했다. /이명근 기자 qwe123@

그러나 강력한 방역법 처벌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 역시 '위드 코로나' 전환 후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14일 싱가포르의 확진자는 837명으로 대폭 늘었다. 

덴마크의 경우 아직 '위드 코로나' 도입 초기이기는 하지만 가장 우수한 사례로 꼽힌다. 덴마크는 지난 10일부터 방역 조치를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덴마크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74.1%에 달한다.

덴마크 역시 영국과 마찬가지로 마스크 미착용을 허용하고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제한도 모두 해제했다. 방역 수칙 해제 후 수일이 지난 현재까지 확진자는 조금씩 감소하는 추세다. 덴마크는 그동안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기 위해 지난 4월부터 백신여권 도입 등 철저하게 준비를 해왔다. 또 현재 3차 접종도 진행중이다.

우리나라의 백신 1차 접종 비율은 64.1%, 2차 접종 완료율은 38.8%다. 정부는 내달 말까지 전체 국민의 70%까지 접종완료를 기대하고 있지만 그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세계적으로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코로나 3차 대유행이 우려되고 있다.세계보건기구(WHO)는 전파력과 증상, 백신 효과 등을 고려해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를 '우려 변이'와 '관심 변이'로 분류하고 있다. '우려 변이'는 알파, 베타, 감마, 델타 등 4종, '관심 변이'는 애타, 요타, 카파, 람다, 뮤 등 5종이다.

국내 유입된 주요 변이 바이러스는 델타형이 대부분이지만 최근에는 뮤 변이 바이러스 등 확진자도 나타나고 있다. 뮤 변이 바이러스는 위험 수준이 낮은 '관심 변이' 바이러스긴 하지만 벨기에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 중 감염돼 7명이 사망한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섣불리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기본적으로 '위드 코로나' 전환은 70% 이상의 백신 접종율을 달성해야 한다. 또 급진적인 '위드 코로나' 선언은 3차 대유행을 불러올 수 있다. 변이 바이러스 감염으로 3차 대유행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마스크 착용을 유지하되 집합 인원 제한 완화,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확대 등 방역 수칙을 순차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부스터샷 도입 방안도 계획을 세워둬야 한다. 영국과 싱가포르, 덴마크 등 '위드 코로나'에 진입한 국가들은 일부 연령층을 대상으로 부스터샷 접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백신 확보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수입으로 전량을 의존하고 있다. 그 탓에 노바백스, 모더나, 얀센 등 백신 수급에 지속적으로 문제가 생기고 있다. 이는 국산 코로나 백신이 개발되면 해결될 수 있다. 그때까지는 백신 물량 수급에 문제가 없도록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이제 '위드 코로나'를 맞이하기 보다 먼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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