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
  • 검색

우크라 사태 골든타임 6개월? '초조·불안' 식품·외식업계

  • 2022.03.16(수) 06:50

5개월째 물가상승률 3%대…스태그플레이션 우려
국제유가·곡물가 급등에 원가부담 갈수록 커져
가격인상 압박 강하지만 섣부른 결정 어려워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우크라이나 사태)이 예상보다 길어지며 식품·외식업계가 불안한 시선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유가가 연일 폭등하고 곡물 시장이 들썩이며 물가에 대한 악영향이 현실화했다. 아직까지 소비재 가격은 안정적이지만 직·간접적 영향을 받기까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오며 또 한번의 밥상물가 폭등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식품·외식업계의 속내는 복잡하다. 선물 구매 방식으로 원재료를 조달하는 덕분에 당장의 부담은 덜고 있지만, 전쟁의 길어질수록 가격인상 압박을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경기침체와 새 정부가 들어서는 국내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해 가격인상 여파가 남아 있는 시장의 반발을 피할 수 없다. 코로나19에 전쟁까지 '산 넘어 산'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137.34였다. 2012년 9월 이후 9년 5개월만의 최대 수치다. 수입물가는 지난 1월 전월 대비 4.4% 오른 데 이어 지난달에도 3.5% 올랐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29.4% 상승하며 12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코로나19로 원재료 생산량이 줄어들고, 유가·물류비 상승으로 공급망이 흔들린 결과다.

러시아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가격 폭등이 예상된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지난달 말부터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달 두바이의 월평균 유가는 배럴당 92.36달러였다. 전쟁 시작 이후 약 1주일 정도의 수치만 반영됐음에도 전월 대비 10.7% 폭등했다. 이에 석탄·석유·금속제품 등의 가격도 올랐다. 소비재는 보합세를 이어갔지만 에너지 가격 폭등이 조만간 반영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국내 소비시장에서도 우크라이나 사태발 물가 상승이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대형마트들은 노르웨이산 연어 가격을 약 20% 가량 인상했다. 러시아 영공을 거쳐 수입되던 노르웨이산 연어가 영공 봉쇄 후 우회 경로를 거치며 운송비가 늘어서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더욱 강해진다면 대게·명태·대구 등 러시아산의 비중이 높은 수산물 가격 폭등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식품·외식업계 "아직은 괜찮다"

식품·외식업계도 우크라이나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는 대표적 곡창지대다. 전세계 밀의 약 30%를 생산하며, 옥수수도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은 전쟁 이후 주요 곡물의 수출을 사실상 중단했다. 우크라이나는 해바라기씨유에도 수출 허가제를 도입했다. 헝가리·이집트 등 밀 소비량이 많은 국가들도 곡물 수출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이는 전세계 곡물가 폭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게다가 곡물 가격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에도 폭등하고 있었다. UN식량농업기구가 측정한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FFPI)는 사상 최고치인 140.7이었다. FFPI는 2002년~2004년 식량 가격 평균을 100으로 둔 상대적 수치다. 즉 20년전에 비해 식량 가격이 40% 이미 올라 있었다는 의미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반영되면 10% 이상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더 큰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런 우려가 당장 현실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식품·외식업계는 원재료를 선물 구매로 조달한다. 구매 이후 공급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 수입되는 원재료는 3개월~6개월 전 계약한 물량이다. 오리온·팔도·롯데제과 등 러시아에서 현지 법인을 운영중인 기업의 상황도 비슷하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이 반영되기까지 최대 6개월 정도의 '골든타임'이 남아 있는 셈이다.

시간은 흐르지만…대책이 없다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국내 물가는 이미 빠르게 오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연속으로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외부 요인에 따른 물가 상승인 만큼 정부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도 적다. 경기 침체를 부를 수 있는 금리인상 정도가 주요 대책으로 거론된다. 때문에 불황과 물가 상승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이 15일 수입 수산물 유통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런 가운데 식품·외식업계는 지난해 일제히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가격을 또 다시 올린다면 소비자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다. 정부가 가격 책정에 적극 관여할 수도 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으며, 소상공인 지원과 유가 안정을 위한 추경이 검토되는 등 재정 조치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아울러 스태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심리 침체도 가격을 올리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결국 우크라이나 사태의 빠른 종결만이 물가 상승의 유일한 해법이라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대부분이 이미 구매된 물량인 만큼 당장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을 받고 있지는 않다. 원재료를 더 확보하고 자금을 비축하는 등 선제적 조치도 이어가고 있다"며 "앞으로 원가 부담이 얼마나 더 높아질지 예상하기 어렵고, 가격을 더 올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긴장감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언제 끝나느냐에 따라 대책이 바뀌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naver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