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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가는 쓱 '강남' 가는 스벅의 엇갈린 운명

  • 2025.02.22(토) 13:00

[주간유통]신세계 계열사 본사 이전
스타벅스, 주력 계열사로 발돋움
적자 SSG닷컴, 본사 규모 대폭 감축

그래픽=비즈워치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편집자]

이사하는 날

살림살이란 참 신기합니다. 집에 있을 땐 물건이 많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데, 이사를 가려고 짐을 싸 보면 어떻게 이렇게 많은 짐이 집 안에 다 들어와 있었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이렇게 많은 짐을 짊어지고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대학생 시절 원룸에 살 때는 그래도 이사가 할 만했습니다. 작은 트럭 한 대를 빌리면 온 짐이 쏙 들어갔죠. 한나절 고생하면 이사가 끝났습니다. 가장 최근의 이사 때는 전문 업체를 불러야 했습니다. 하루종일 짐이 들락날락한 건 물론 며칠 동안 짐 정리와 청소가 이어졌습니다. 

사진=pexels

그래서 이사는 정말 큰 마음을 먹어야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처음으로 내 집 장만에 성공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드는 생각 중 하나가 '이제 이사 그만 다녀도 되겠구나'라고도 하니까요. 아마 살면서 치르는 가장 큰 행사 중 하나가 이사일 겁니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이 본사를 옮기는 게 자주 있는 일은 아니죠. 회사에 큰 변화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사세가 확장되고 직원들이 늘어 더 큰 곳으로 이사를 가기도 하고요. 반대로 회사 사정이 여의치 않아 더 작은 사무실로, 임대료가 더 싼 곳으로 이사를 가기도 하죠. 기업의 이사는 곧 그 기업의 미래와 관련이 많습니다. 기업이 사옥을 옮기는 일에 많은 관심이 모이는 이유입니다.  

스타벅스와 쓱

최근 신세계그룹의 두 계열사가 나란히 사옥을 이전하게 됐습니다. 스타벅스와 SSG닷컴입니다. 스타벅스는 오는 5월 역삼동 센터필드로 본사를 옮깁니다. 더블유컨셉코리아가 지난 20일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SCK컴퍼니는 오는 5월 17일부터 2032년까지 센터필드 사무실을 임차합니다. 

스타벅스는 원래 소동동 웨스틴조선 호텔 지하 사무실을 사용하다가 2020년 명동 스테이트타워 남산으로 한 차례 본사를 옮겼습니다. 이후로도 스타벅스의 성공행진은 이어졌죠. 사세가 확장하니 사무실이 좁아지는 건 당연한 순서입니다. 5년 만에 다시 한 번 살림을 늘리게 됐습니다.

스타벅스 1호점의 1999년 오픈 당시 모습과 지금의 모습/사진제공=스타벅스

스타벅스야 당연히 매년 고성장을 이어가는 기업이죠. 지난해 스타벅스는 전년 대비 5.8% 늘어난 3조100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도 30% 넘게 늘었으니 호실적입니다. 더 큰 건물로 이사갈 만하죠. 

스타벅스의 이사가 눈에 띄는 건 다른 이유 때문입니다. 스타벅스가 이사를 가는 센터필드를 쓰던 기업이 같은 신세계 계열사인 SSG닷컴이었기 때문입니다. SSG닷컴은 이달 영등포시장 사거리에 있는 KB영등포타워로 사옥을 이전했습니다. SSG닷컴이 이사를 가면서 빈 자리에 스타벅스가 들어오게 된 거죠. 

SSG닷컴이 이사를 가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비용 절감입니다. SSG닷컴은 지난해 7월 창립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몸집을 줄였습니다. 더블유컨셉코리아 공시에 따르면 센터필드의 임대료는 연 21억1000만원입니다. 이사를 가는 KB영등포타워의 임대료는 센터필드의 절반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타벅스가 사세 확장에 따라 강남으로 집을 옮겼다면 SSG닷컴은 반대 이유로 영등포로 이사를 가게 된 셈이죠.

엇갈린 운명

스타벅스는 신세계그룹이 지난 1997년 미국 스타벅스와 손잡고 들여왔습니다. 이마트와 미국 스타벅스가 50대 50으로 지분을 나눠 합작회사를 만들었죠. 지난 2021년엔 스타벅스 미국 본사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17.5%를 이마트가 추가 매입하면서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경영권을 확보했습니다. 

출범 3년 차인 2000년 10개였던 매장은 2016년 1000개로 늘었고 지난해 말 2000개를 돌파했습니다. 같은 기간 매출도 86억원에서 1조원으로, 다시 3조원으로 급성장해 신세계그룹 내에서도 핵심 계열사로 발돋움했습니다.

SSG닷컴은 지난 2014년 이마트몰과 신세계몰 온라인 부문을 통합하며 설립된 회사입니다. 사실상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사업을 책임지는 곳이죠. SSG닷컴 출범 이후 신세계그룹은 'SSG' 또는 '쓱'을 그룹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처럼 사용 중입니다. 온라인 중심으로 전환되는 유통업계의 트렌드에 맞춰 SSG닷컴을 그룹 핵심 계열사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보였죠.

사진제공=SSG닷컴

하지만 SSG닷컴은 창립 10주년이었던 지난해까지도 자리를 잡지 못했습니다. 2021년 824억원, 2022년 1228억원, 2023년 1042억원의 적자를 냈고 지난해에도 7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냈습니다. EBITDA 기준으로 50억원의 흑자를 냈다는 건 그나마 좋은 소식이지만, 이는 매출이 6% 이상 감소하는 걸 감수한 수치입니다. 

스타벅스는 신세계그룹이 커피 사업을 위해 이름을 빌려온 '서자'였지만 이젠 그룹의 수익성을 책임지는 '캐시카우'로 거듭났습니다. SSG닷컴은 오프라인 유통이 핵심이었던 신세계 그룹의 미래를 건 도전이었지만 이제는 쿠팡이 이끄는 이커머스 시장의 트렌드에서 한 발 뒤처져 있습니다. 

두 회사의 이사 소식을 들으며 그동안의 성과가 떠오르는 건 우연이 아닐 겁니다. 영등포로 떠난 SSG닷컴이 다시 강남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스타벅스는 또 한 번 살림을 늘릴 수 있을까요. 신세계 형제의 다음 이사 소식을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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