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일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지 1년이 된다. 채무자회생법상 홈플러스는 이날까지 회생계획안 가결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회생의 핵심인 긴급운영자금(DIP) 조달이 여전히 답보 상태에 머물면서 정상화는 요원해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악화일로의 1년
홈플러스는 지난해 3월 4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연매출 7조원대의 대형마트 2위 업체가 기습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당시 홈플러스는 잠재적 자금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결정일뿐 기업 펀더멘털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기업회생절차를 통해 채무를 순차적으로 변제하면서 사업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기습 회생 신청은 오히려 홈플러스의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회생 개시와 함께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이 추가로 하락하면서 자금줄이 막혔다. 대금 지급 지연을 우려한 협력업체들이 납품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매대가 비어가면서 고객 이탈도 심화했다. 상품 조달 차질이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현금흐름 악화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홈플러스는 회생계획 인가 전 M&A도 추진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지난해 10월 공개입찰에 두 곳이 인수의향서를 냈지만 자금 조달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최종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지난해 연말까지 진행된 추가 인수의향서 접수에도 응찰자가 없었다.
결국 홈플러스는 회생 기간 동안 구조조정으로 버틸 수밖에 없었다. 홈플러스는 총 41개 정리 대상 점포 중 19개를 연내 영업 종료하고 오는 2027년까지 102개 수준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회생절차 개시 전 1만9924명이던 직원 수는 올해 4월 기준 1만6450명으로 3474명(17.4%) 감소할 예정이다.
3월의 갈림길
홈플러스는 지난해 12월 법원에 3000억원 규모의 DIP(긴급운영자금) 조달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으로 총 6000억원을 확보해 정상화하겠다는 구상을 담은 구조혁신형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이 계획을 제출한 후 두 달이 넘도록 DIP 조달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메리츠금융그룹·산업은행과 각각 1000억원씩 분담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두 곳 모두 자금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서다.
문제는 홈플러스에게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채무자회생법에서는 회생계획안을 절차 개시 후 1년 이내에 가결하도록 정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3월 4일 회생절차를 개시했기 때문에 법원이 오는 3일까지는 회생계획안 가결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회생계획안 가결을 받지 못하면 홈플러스는 사실상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물론 채무자회생법상 법원은 홈플러스의 회생절차를 최장 6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다. 이에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11일 홈플러스의 주주사·채권단·노조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에게 회생절차를 계속할지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홈플러스의 회생 절차가 1년간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한 데다 DIP 조달마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은 홈플러스가 회생을 이어가려면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과 제3자 관리인 추천안을 함께 제출해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현재 홈플러스 회생절차 관리인은 조주연·김광일 홈플러스 공동대표다. 이 중 김광일 대표는 MBK파트너스 부회장을 겸하고 있다. 대주주가 관리인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중립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왔고 현재 회생 절차마저 지지부진하면서 관리인 교체 요구가 커졌다.
홈플러스의 앞날은
홈플러스 이해관계자들은 관리인 교체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마트노조)는 유암코(연합자산관리)를 제3자 관리인으로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홈플러스 일반노동조합(일반노조) 역시 유통 전문가나 공기관이 관리인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유암코는 국내 8개 주요 은행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부실채권 및 구조조정 전문기관이다.
MBK파트너스도 관리인 변경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관리인 교체가 이뤄질 경우 DIP 1000억원을 우선 집행하고 새로운 관리인 체제에서 회생계획이 제출되면 1000억원을 추가 지원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홈플러스도 회생절차 연장을 위해 법원 설득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홈플러스는 최근 입장자료를 내놓고 인력 효율화로 연간 인건비 약 1600억원을 절감할 수 있고 부실 점포 정리에 따른 영업이익 개선 효과만 1000억원이 넘는다며 구조혁신안의 성과를 강조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도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조혁신안을 모두 완료하면 오는 2028년에는 영업이익 흑자전환도 가능하다는 게 홈플러스의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홈플러스의 회생 절차가 연장된다 해도 충분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자금이 사실상 소진된 홈플러스가 연장된 기간을 버텨낼 수 있느냐가 문제다. MBK파트너스가 2000억원을 투입한다 하더라도 당초 계획한 DIP 3000억원에 못 미치는 데다, 나머지 1000억원의 조달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1000억원을 먼저 투입하더라도 나머지 자금 조달이 해결되지 않으면 몇 달 뒤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며 "관리인 교체와 자금 조달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으면 연장된 기간도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