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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뱅 공모가 둘러싼 의구심 '여전'…상장 후 숙제는

  • 2021.07.20(화) 07:10

[선 넘는 금융]
증권사들, IPO 간담회 후 잇딴 문제제기
추가 대출 확대·카카오페이 차별화 과제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 책정을 둘러싼 의심어린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은행과 플랫폼 사이에서 카카오뱅크는 플랫폼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반면 은행 애널리스트들은 은행업 쪽에 좀 더 무게를 두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따라서 상장 직후 주가는 물론 향후 기업가치 상승 기대를 유지하려면 카카오뱅크가 풀어야 할 숙제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은행인데 은행 아니라니…"불편"

지난 14일 카카오뱅크는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기업공개(IPO) 간담회를 열었다. 20일로 예정된 기자간담회에 앞서 열린 이 간담회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물론 기관투자자들의 간접적인 의중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미 카카오뱅크 공모가 산정에 대한 논란이 꾸준히 제기된 가운데 최근 IPO 간담회를 직관한 애널리스트들은 카카오뱅크의 정체성을 놓고 평가가 엇갈리며 기업가치 논란을 이어갔다. 

먼저 카카오뱅크의 경우 금융 플랫폼임을 강조하며 이에 준한 기업가치를 산정한 반면 애널들은 은행업 쪽에 초점을 두는 분위기다. 그러면서 비교회사가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카카오뱅크 역시 다른 국내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은행법이 요구하는 규제를 충족하며 영업해야 하는데 이는 곧 기존 국내 은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라고 밝혔다. 

특히 "국내 대형 은행 대비 7~12배 높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제시하는 공모가 범위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면서 "높은 PBR을 위해 사업 유사성이 떨어지는 해외기업을 물색한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메리츠증권도 "기업 가치에 대한 고민이 여전하다"면서 "은행이냐 플랫폼이냐라는 소모적인 논란을 차치하고 국내 상장은행 대비 10배 수준의 멀티플 부여는 불편하게 다가온다"라고 말했다.

대출 성장률 유지 "만만찮은 숙제"

무엇보다 증권사들은 카카오뱅크의 성장 열쇠인 대출 부문에서 공통적으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기업가치 유지를 위해서는 폭발적인 성장이 필요한데 인터넷은행 본연의 임무인 중금리 대출을 확대하려면 감속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일단 카카오뱅크는 상장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을 대출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카카오뱅크는 신규 조달 자금 중 1조5000억원 이상을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와 주택담보대출 등 다양한 상품 출시에 쓰겠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DB금융투자는 감독당국 권고대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높일 경우 일시적으로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하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유안타증권도 "카카오뱅크의 장외 시가총액이 KB금융보다 높게 형성된 데는 빠른 성장을 통한 여신 점유율 1위 기대 때문으로 추정한다"면서 "하지만 카카오뱅크 경영진은 단기간 대규모 자본확충을 통해 대형 은행에 준하는 여신 규모를 확보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고 자본확충 없이 국민은행의 점유율을 보유하기는 쉽지 않다"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한 실망감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메리츠증권 또한 "현재까지 성과는 고무적이지만 가계대출 성장률 또는 침투율 둔화는 부담"이라며 "금리와 한도를 제외하고는 상품 차별화가 쉽지 않은 대출시장에서 플랫폼 경쟁력만으로는 추가 성장률 확보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카카오뱅크가 기존 은행과 차별화된 신용평가기법과 건전성 관리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증권사들은 '아직 안정화 전'이란 사실을 감안하면 영업력이 지속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봤다. 

아울러 연간 5조~6조원으로 유지됐던 대출 성장률을 높이려면 주택담보대출과 자영업자대출 시장 진출이 필수적인데, 카뱅의 정체성인 비대면 플랫폼 영업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했다. 

DB금융투자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스스로도 주택구입자금은 오프라인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밝혔다. 

다만 메리츠증권은 "향후 카카오뱅크 대출 포트폴리오가 전월세자금,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 대출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며 "오프라인 점포가 없다는 약점에도 금리 경쟁력만 가질 수 있다면 성장률 확보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증권, 보험 가져간 카카오페이 '찜찜'

마침 상장 시기가 겹친 카카오페이와 차별화도 또 다른 공통 숙제로 꼽힌다. 카카오페이 역시 고평가 논란으로 상장 일정이 지연된 가운데 카카오뱅크와 업권이 일부 중복되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가 증권과 보험 계열사를 가져가면서 카카오뱅크가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비은행 부문 강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간담회에서 카카오페이의 비교 대상인 해외 핀테크 기업이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비즈니스를 겸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둘 사이의 관계 설정에 대한 질의가 있었지만 원론적인 답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DB금융투자는 "카카오의 생태계 내에서 시너지를 내고 있는 만큼 카카오페이와 관계 설정 문제가 중요하다"면서 "향후 상당한 숙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메리츠증권도 "동일 기업집단 내 다른 금융사의 존재로 결제와 증권, 보험 등 금융권 내 비교적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 사업 진출에 제약이 뒤따른다"라며 "시중은행은 핵심이익을 늘리기 위해 비은행 인수합병(M&A)을 구사했지만 카카오뱅크는 자본력의 한계가 분명해 추가 성장동력 확보 여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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