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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2021 금융]③코로나19, 저성장 보험업계에 선물이 되다

  • 2021.12.30(목) 08:05

사회적 거리두기 속 사업비·보험금 지출 줄어
비대면 디지털화 전환 가속…빅테크와 협업도
4세대 실손보험 등장…무·저해지보험은 단종

2021년 금융권에는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빅테크·핀테크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해 기존 금융사들을 위협했고, 가상화폐도 시장을 뒤흔들었다. 은행들은 코로나19 한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을 눈앞에 뒀다. 반면 빚을 낸 대출자들은 기준금리 인상에 허리띠를 더 조여야 한다. 경제 환경의 변화 속에 보험과 카드사들은 새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올 한해 금융권의 주요 이슈를 분야별로 정리해본다. [편집자]

올해 보험업계는 당초 우려를 딛고 호실적을 올릴 전망이다. 2년간 지속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반사이익 덕이다. 보험사들은 비대면 강화 흐름에 맞춰 디지털화에 주력했고 '어제의 적' 빅테크와도 공생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병원 이용이 잦을수록 할증되고 자기부담금도 키운 4세대 실손의료보험을 출시한 반면 기존 실손보험은 손해율이 높다는 이유로 보험료 인상 조짐을 보인다. 해지환급금을 줄이는 대신 보험료를 낮춰 인기를 끌었던 무·저해지보험은 사실상 단종 수순이다.

보험업계, 올해 8조원대 순이익 전망 

/그래픽=비즈니스워치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생명·손해보험사들은 8조원늘 훌쩍 넘는 연간 당기순이익을 올릴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전체 보험사 순이익은 7조6305억원이다. 이는 전년동기 5조5574억원 대비 2조731억원(37.3%) 증가한 수치다. 업계 연간 순이익이 7조원을 넘긴 건 4년 전인 2017년(7조8323억원)이 마지막이다. 그만큼 올해 보험업계 수익성은 역대급이다.

주로 외부요인에 의해 보험영업 손실이 줄어든 덕이다. 생보사는 주가와 금리상승으로 변액보험 등 보증준비금 전입액이 감소하고 코로나19에 따른 대면 영업 감소로 사업비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손보사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교통량과 의료 이용이 둔화됐고, 이는 자동차보험과 건강보험 손해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코로나19는 저금리·유동성 확대, 개인 이동과 활동 제약 등으로 보험산업에 예상 외의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내년이 더 걱정" 7조 순익에도 보험사들 못 웃는 까닭(12월2일)

연초만 해도 보험시장이 저성장에 묶일 거란 우려가 컸다. 지난해 보험연구원은 올해 전체 보험사 수입보험료 성장률이 전년대비 1.7%에 그칠 것으로 봤다. 생명보험 수입보험료가 2020년 2.5%에서 2021년 -0.4%로 감소 전환하고, 같은 기간 손해보험은 6.1%에서 4.0%로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보다는 양호했다. 올해 1~3분기 전체 보험사 수입보험료는 155조6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1% 증가했다. 마이너스 전환이 예상됐던 생보사 수입보험료는 지난해보다 0.9% 늘었다. 손보사는 3.5% 성장했다.

코로나19에 등 떠밀린 디지털 전환

코로나19는 보험업계에 기회이자 위기였다. 전통적인 대면영업 방식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금융권에서 가장 보수적이라는 보험사들도 디지털로 눈 돌리게 됐다. 잇단 시장 진출로 경쟁 구도가 형성됐던 빅테크와의 협업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업계의 의식을 방증한다. 

이미 기성세대를 타깃으로 한 보험시장은 포화상태다. 여기에 카카오를 등에 업은 카카오페이가 내년 디지털 손보사 출범을 예고했다. 이 때문에 MZ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에게 익숙한 빅테크 플랫폼을 활용해 이들과의 접점을 넓히고, 보험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이용하게 하는 게 앞으로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보험사들은 디지털 전환을 위해 관련 부서를 신설하고 IT(정보통신), AI(인공지능) 인력을 흡수하고 있다. 생보업계 1위사 삼성생명은 지난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오는 2023년까지 회사의 디지털 성장률이 현재의 2배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디지털 부문 전담부서를 확대 개편하고 삼성 금융 계열사들과 통합 플랫폼 구축을 협의 중이다.

한화생명은 올해 초 보험·신사업·전략부문 등 3개 부문 체계를 갖추는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이 중 신사업 부문에 기존 디지털 영역을 강화하는 임무를 맡겼다. 한화생명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구독경제 시장이 급성장하는 데 착안해 지난해 11월 업계 최초로 '구독보험'을 선보이기도 했다. ▷관련기사: 한화생명, 무난한 성적표…적자행진 GA·구독보험 주목(10월29일)

4세대 실손보험 출시…무·저해지보험은 단종 수순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제2의 건강보험' 실손보험은 4세대로 넘어갔다. 2017년 3세대 실손보험이 출시된 지 4년 만에 4세대 실손보험이 새롭게 도입됐다. 새 실손보험은 기존 실손보험보다 보험료가 싸고 보험금을 한 번도 타지 않으면 할인도 해주지만, 자주 이용하면 보험료가 최대 4배까지 불어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일부 가입자의 과도한 의료쇼핑을 막겠다는 취지다.

금융당국은 4세대 실손보험을 출시하면서 손해율이 높은 1~3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쉽게 4세대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생각보다 전환율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의료기관의 과잉진료, 새로운 비급여 항목 생성 등 보험사들은 고질적인 실손보험 적자를 호소하고 있다. 손보사들은 올해 실손보험 전체 손실액이 2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본다.

역대 최대 수준의 손실이 나는 만큼 보험사들은 내년 20% 이상 보험료를 올리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융당국은 10% 초중반대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실손보험료 인상 초읽기…두자리수 갈까(11월29일)

무·저해지보험은 사라지게 됐다. 이 보험상품은 해지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대신 보험료가 저렴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일부 보험사가 예정 해지율을 부적절하게 산출해 건전성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보험사가 합리적인 해지율을 산출하도록 업계 공통의 '해지율 산출기준'을 마련했고, 내년부터 무·저해지보험의 보험료는 현실화된 기준에 따라 책정된다. 지금과 같은 싼 보험료를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다. ▷관련기사: [인사이드 스토리]무·저해지보험 퇴출과 보험사들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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