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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 '수퍼쏠'로 디지털 판도 바꿀까

  • 2023.12.08(금) 10:48

핵심 서비스 한데 모은 '신한수퍼쏠' 18일 출시
금융지주 판 '금융 수퍼앱'…성공할 수 있을까

신한금융지주가 디지털 전략의 판도를 바꾸기 위한 카드를 조만간 내놓는다. 계열사 내 핵심 서비스를 한 데 모은 '금융 수퍼앱'을 출시하기로 하면서다.

금융권에서는 신한금융의 도전이 성공할 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토스의 성공방정식을 금융지주 중에서는 최초로 시도하면서다. 덩치가 커 모든 서비스를 한 데 묶기 어렵다는 숙제를 신한금융이 어떻게 풀어나갔을 지 관심이다. 

신한지주판 '금융 수퍼앱'은 어떤 모습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핵심 계열사가 제공하는 모바일 서비스 중 핵심 서비스를 한 데 묶어 서비스하는 '신한 수퍼쏠'을 오는 18일 출시할 예정이다. 

해당 플랫폼에는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투자증권, 신한라이프, 신한저축은행 등 5개 계열사의 핵심 서비스가 탑재된다. 

탑재되는 서비스는 △계좌 개설(은행) △계좌 조회 및 이체(은행) △카드 발급(카드) △카드 청구대금 결제(카드) △보험 가입 및 보험금 청구(보험) 등이다. 

여기에 더해 신한금융지주 계열사들의 대출 상품을 한 번에 비교하고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와 금융투자상품을 추천해 주는 서비스도 제공된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가장 사용 빈도 수가 높은 서비스들을 한 곳에서 제공하는 방식"이라며 "계열사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로그인 하는 등의 절차 없이 한 번의 로그인 만으로 신한금융 그룹사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이 기대하는 것

신한금융지주가 '신한 수퍼쏠'을 출시하면서 가장 기대하는 부분은 고객의 편의성 확대다. 

현재 금융권에서 가장 사용자 수가 많다고 평가 받는 토스의 경우 모든 서비스를 하나의 앱에서 제공하는 '원 앱'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토스의 월간활성화사용자수(MAU)는 2000만명 가량으로 국내 금융권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금융 소비자가 업권 별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여러 가지 앱을 설치해야 하는 등 불편함을 제거한 것이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은행계열 금융지주들 역시 이를 알지만 쉽게 펼치기는 어려웠다. 이미 오랜기간 계열사별로 고객 정보를 다루다 보니 이를 통합해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다. 하나의 고객 정보를 은행, 보험사, 증권사, 카드사 등이 동시에 수집해 다루는 것이 물리적으로도 법적으로도 불가능에 가까웠다. 

계열사들이 디지털 채널을 통해 현재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가 많다는 점도 문제다. 이를 한 데 묶어 제공하는 앱을 만들었다간 앱의 무게가 지나치게 무거워질 수 있다. 앱이 무거워진다는 것은 앱의 구동 속도 저하, 설치 용량 증가 등을 의미해 오히려 소비자들의 불편함을 야기할 수 있다. 

신한금융은 고객 정보 관리의 경우 '공유 형 모바일 플랫폼'이라는 관리주체를 새로 두어 해결했다. 앱이 무거워 질 수 있다는 문제점은 가장 사용빈도가 높은 서비스만 모으는 '선택과 집중'으로 해결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한 데 모아 제공하는 만큼 신한금융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편의성이 대폭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한이 포기하는 것

'신한 수퍼쏠'의 출시로 신한금융지주가 포기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기존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던 디지털 서비스의 시장 점유율 감소다. 

'신한 수퍼쏠'을 사용하는 고객이 많아지면 기존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던 모바일뱅킹(신한쏠), 카드앱(신한플레이)의 사용자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채널이 바뀌게 되기 때문이다. 

다른 은행 디지털 부서 관계자는 "핵심 서비스를 따로 때어 놓은 플랫폼을 내놓게 되면 반대급부로 기존에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던 플랫폼의 점유율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라며 "예를 들어 은행과 카드사의 앱을 동시에 사용하는 사용자는 2명으로 집계되는데 이 사람들이 한 곳으로 몰리면 1명으로 집계가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금융회사 투자자들에게는 디지털 채널의 MAU 등도 중요한 투자정보로 자리잡았기 때문에 점유율이 줄어드는 듯한 모습이 나타나는 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닐 것"이라며 "각 계열사의 내부 속사정은 모르겠지만 이러한 고민들을 실무진들 차원에서는 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한금융 측은 이를 '그룹 전체의 경쟁력'으로 해석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결국 신한금융의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을 확보하는 것은 변함없는 데다가 고객들이 편의성이 확대되면 시장 점유율은 회복을 넘어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일부 계열사의 MAU가 줄어들 가능성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다"라며 "다만 그룹 전체로 봤을때는 시장 점유율을 뺏긴다고 볼 수 없고 계열사 전체가 시너지를 내 고객의 편의성이 확대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빅테크 아성 깨기에는…

금융권 일각에서는 신한 수퍼쏠의 성장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제공하는 금융서비스가 '신한금융지주'의 서비스에 국한하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권에서 디지털 경쟁력이 가장 높다고 평가받는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토스 등은 사실상 전 금융권 및 금융사의 상품을 망라했다. 소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선택의 폭도 넓다는 얘기다.

반면 신한금융의 '신한 수퍼쏠'은 당장엔 신한금융지주 계열사의 상품들로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

핀테크 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디지털 경쟁력은 플랫폼 경쟁력, 즉 얼마나 쉽게 얼마나 많은 서비스를 비교할 수 있느냐일 것"이라며 "결국 신한의 현재 고객들만 사용하는 우물 안 개구리 서비스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이어 "결국 금융지주들도 타사의 서비스를 플랫폼에 내장해야 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며 "이같은 과감함을 누가 먼저하느냐가 진짜 디지털 금융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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