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과 규제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카카오가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수수료를 올리려 했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되면 이용자의 비용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관련 업계와의 상생이 어려워지는 등 그야말로 '갑질'의 폐해를 낳게 됩니다.
카카오의 대표적인 골목상권 침해 사례로 '택시'와 '대리운전' 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반면에 '퀵서비스'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요. 카카오가 최근 공을 많이 들이는 사업이 바로 퀵서비스이고, 이 시장도 택시나 대리운전 못지않게 카카오의 영향권 안에 들어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카카오가 퀵서비스를 하고 있는지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카카오는 석 달 전에 퀵서비스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다만 B2C(기업-소비자 거래)가 아닌 B2B(기업 간 거래) 영역에 먼저 진출하다 보니 일반 소비자들은 모를 수밖에 없습니다.
카카오 퀵서비스는 이제 첫발을 떼는 단계이나 성장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우선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 퀵 서비스에 비해 카카오 서비스가 획기적으로 간편합니다.
예컨대 기존 퀵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A기업 소속 직원이 직접 신원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홍보팀 김OO 대리', '재무팀 박OO 과장' 이렇게 자신의 신원을 전화로 말하고 퀵서비스 기사를 호출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한건 한건 이용한 내역을 총무팀에 알려 결재를 받아야 하는 등 여간 번거롭지 않습니다.
반면 2500만명이 사용하는 카카오의 모빌리티앱 '카카오T'를 사용하면 이러한 번거로움이 해결됩니다. A기업이 카카오모빌리티와 계약을 맺으면,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앱을 통해 간편하게 퀵 기사를 부를 수 있습니다. 결재 역시 총무팀이 월간 사용 내역을 취합해 한 번에 결제할 수 있어 편리합니다.
카카오는 기존 퀵서비스 시장의 복잡한 구조도 단순화했습니다. 기존 시장 구조는 '화주와 퀵 주문 소프트웨어를 운영하는 프로그램 업체(플사)-기사에게 일감을 주는 퀵 서비스사(퀵사)-퀵 기사(라이더)' 이렇게 4자 구조로 구성돼 있습니다. 카카오는 앱을 통해 이를 '화주-플사·퀵사(카카오)-퀵 기사' 3자 구조로 단촐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간편한 호출은 물론 요금이나 도착시간 등을 예측할 수 있게 됐습니다.
구조를 단순화하다 보니 가격 면에서도 파격적입니다. 플사와 퀵사에 수수료를 이중으로 물어야 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또 카카오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1년간 10% 할인' 프로모션을 내걸고 고객 확보에 만전을 기하고 있죠.
퀵서비스 시장도 카카오의 독주가 현실화한 만큼 업계의 반발이 나올만 한데요. 이상하리만큼 아직까지 그러한 분위기가 감지되지 않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퀵 기사에게 수수료를 받고 일감을 중개해주는 퀵사는 무려 3000여개에 달합니다.
이는 퀵서비스 시장이 택시나 대리운전 업계와 달리 뚜렷한 조직이나 단체로 결속되지 않는 데다 대부분 영세한 업체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카카오의 골목상권이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이 시점에서 특정 업계에선 반발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놓지 못한다고 하니 어쩐지 씁쓸하네요.
한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퀵서비스는 화물 운송 업계에서 가장 영세한 업체들, 생계형 노동자들이 많다 보니 저항력이 떨어진다"라며 "대표적인 업체도 없고 먹고사는 데 치중하다 보니 쉽게 뭉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카카오 퀵은 기업 고객을 넘어 개인 고객에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했습니다. 카카오 퀵을 골목상권 침해 논란의 잠재 후보군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기존의 퀵서비스 시장이 제아무리 단단하다고 해도 카카오 앞에서는 계란으로 바위치기겠죠. 현재 택시와 대리운전 업계는 밥그릇 싸움에 누구보다 적극적인데요. 상대적으로 '조용한 골목'에선 카카오가 어떻게 반응할지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