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석유화학 4사가 올 1분기 일제히 본업 수익성을 회복하며 최악의 국면을 통과했다.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이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금호석유화학이 이익폭을 넓혔다. LG화학은 배터리 자회사 부진으로 연결 적자를 기록했지만 본업인 화학 부문에서는 반등 신호탄이 확인됐다는 평가다.
업계는 2분기 실적 개선 예고에도 중국발 공급 과잉 해소를 위해 사업부 매각과 라인 가동 중단 등 생존을 건 고강도 구조조정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본업서 모처럼만의 기지개
13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 등 국내 주요 석유화학 4사는 지난 1분기 나프타(석유화학제품 기초 원료) 수급 차질과 중국발 공급 과잉 속에서도 스프레드(마진폭)가 일부 회복되며 수익성이 개선됐다.
롯데케미칼은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4조9905억원, 영업이익 735억원을 기록하며 10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매출 4조7099억원, 영업손실 4334억원을 기록했던 지난해 4분기 대비 매출은 늘고 수익성은 큰 폭으로 개선된 수치다.
기민한 원료 조달과 가동률 조정 등 생산 운영 최적화가 이번 실적 반등의 열쇠가 됐다. 특히 기초화학 부문에서 455억원의 이익을 냈는데, 원재료 가격 상승 전 저렴하게 확보한 나프타를 활용한 래깅(Lagging·원재료 투입 시차) 효과가 주효했다. 롯데케미칼은 올 하반기 국내 최대 규모 컴파운딩 공장 준공을 통해 고부가 스페셜티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화솔루션 역시 전 사업 부문 흑자를 내며 3개 분기 만에 반등했다. 1분기 매출은 3조882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5.4% 증가했으며 영업손실 4897억원을 기록했던 직전 분기 부진을 딛고 92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로 돌아섰다.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미국 현지 공장 가동 정상화와 우호적인 정책 환경에 힘입어 622억원의 수익을 냈고 케미칼 부문 또한 2년 반 만에 341억원의 흑자를 냈다.
금호석유화학도 실적 저점을 통과했다는 평가다. 1분기 매출 1조7800억원, 영업이익 59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15억원에 불과했던 영업이익이 한 분기 만에 40배 가까이 늘며 수익성을 회복했다. 원재료인 부타디엔(BD) 가격 급등이 수익성 개선 폭을 제한했으나 고부가 특수합성고무(EPDM/TPV) 부문이 15.8%의 견조한 이익률을 내며 실적 버팀목 역할을 했다. 순차입금 비율 또한 1%대로 낮추며 견조한 재무 체력을 입증했다.
LG화학의 경우 1분기 매출 12조2468억원, 영업손실 497억원을 기록했다. 본업인 석유화학 부문에서 1648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1년여 만에 흑자 전환했다. 다만, 연결 기준으로는 배터리 부진으로 적자를 피하진 못했다. 직전 분기 4133억원의 적자를 냈던 것과 비교하면 손실 폭을 대폭 줄였지만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전기차 수요 정체(캐즘·Chasm) 영향으로 자회사가 2078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탓에 본업의 흑자 효과가 빛이 바랬다.
중동 사태 반사이익 지속…역래깅 등 변수도
업계에서는 2분기까지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 사태로 인한 경쟁사들의 공급 차질이 국내 업체들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이란산 원유와 중동산 나프타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중국 업체들이 수출을 일시적으로 제한했고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일부 설비가 가동을 멈추면서 공급 과잉 압력이 낮아졌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계약 판매 위주의 특수화학 특성상 판가와 판매량을 1개월 전 계약하는데, 지난 2월 말 전쟁으로 3월 원가가 급등했을 당시 판가는 낮은 2월 원가에 연동됐던 상황"이라며 "원가 급등분이 반영된 4~5월 판매 계약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2분기 영업이익은 컨센서스를 대폭 상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 라이온델바젤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중동 사태로 세계 석유화학 설비 상당 부분이 제약을 받거나 가동 중단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하반기 전망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부정적인 래깅 효과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중동 분쟁 직후 치솟은 가격에 사들인 원재료가 실제 공정에 투입되는 시기가 다가오는 데다 유가가 하향 안정화될 경우 비싸게 산 원료로 만든 제품을 헐값에 내놓아야 하는 역래깅 현상이 우려된다. 결국 중장기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공급 과잉 해소를 위한 사업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국내 주요 화학사들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대산 공장을 오는 6월 초 물적 분할해 HD현대케미칼과 합병을 추진하며 9월 통합 법인을 출범한다는 목표다. 특히 사업 재편이 완료되면 대산 공장 내 1개 NCC(나프타분해시설), 여수 공장 내 2개 NCC를 2~3년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 역시 고부가·고수익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을 가속화해 경기 사이클에 흔들리지 않는 체질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내 세액공제(AMPC) 혜택을 극대화하고 금호석유화학은 고수익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며 반등의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