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액면분할을 절대 하지 않겠다며 고가주를 고집해 온 황제주도 여전하다.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도 그 중 하나다. 버핏은 앞으로도 버크셔 해서웨이의 액면분할을 하지 않겠다고 공공연히 말해왔고 수십년간 고집을 꺾지 않을 만한 이유도 분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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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의 팀 쿡(왼쪽)과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렌 버핏 |
◇ '쪼개야 간다' 효과 만끽하는 애플
항시 전 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되는 애플은 벌써 4차례에 걸쳐 액면분할을 실시했다. 이와 맞물려 주가도 꾸준히 상승 중이고 시가총액도 무섭게 증가했다.
애플은 1987년 2대 1의 액면분할을 실시했다. 그 뒤로 한참 뒤인 2000년과 2006년에 각각 2대 1의 액면분할을 실시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7대1로 주식을 더 잘게 쪼갰다. 발행 주식수도 4억3000만주에서 60억3000만주로 급증했고 첫 주식분할 직후 236억달러였던 시가총액은 3번째 주식분할 직후에는 5600억달러까지 늘었다.
애플 역시 주가가 오를수록 거래량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액면분할 후 다시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액면분할의 장점을 한껏 누리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액면분할 당시 마크 헐버트 마켓워치 칼럼니스트는 "액면분할은 애플 주가가 매수하기에 달콤한 가격대로 돌아오는 것을 의미한다"며 "실제 액면분할된 주식들은 3년간 12.2%까지 시장수익률을 상회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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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지난 19일부터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에도 포함됐다. 기존의 대장주였던 AT&T가 빠지고 그 자리에 들어간 것이다. 다우지수의 이런 변화는 미국 통신산업의 퇴조와 정보기술(IT)주의 위상이 여전함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애플이 지난해 6월 7대1로 주식을 분할하면서 다우지수 편입종목 주식들의 평균가격에 근접했기 때문에 사실상 다우지스 편입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애플 외에 코카콜라는 지금까지 10번의 액면분할을 실시했고 월마트와 마이크로소프트(MS)도 9차례나 주식 분할에 나섰다.
◇ '갈 주식은 간다' 이유있는 버핏
반면 액면분할을 절대 하지 않는 미국 기업들도 여럿 있다. 그 중 가치 투자자로 잘 알려진 워렌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대표적이다. 우리 돈으로 버크셔 해서웨이 A주가는 2억3000만원을 호가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주식이지만 거래량도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다 보니 액면 분할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상당한데도 버핏은 액면분할을 줄곧 반대하고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은 A주와 B주로 분류된다. A주는 1964년 버핏 회장이 대주주가 됐을 당시 19달러였던 주가는 50년 사이 1만배 이상 뛰었다. 물론 버크셔 해서웨이는 주당 가격이 15만원선으로 A주에 비해 크게 가격이 낮은 B주도 존재한다. 하지만 의결권이 A주의 100분 1 수준에 불과한 B주 역시 꾸준히 가격이 뛰는 가운데서도 액면분할 요구를 거절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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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10년간 버크셔 해서웨이 A주 주가와 거래량(출처:야후파이낸스) |
버핏은 오히려 액면분할에 나설 경우 단기 이익을 노리고 들어오는 소위 '뜨내기들'의 투기적 매매에 휘둘릴 수 있다고 보고 액면분할을 반대하고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 A주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주식이 될 수 있었던 데는 액면분할을 꾸준히 거부하면서 유통물량이 극히 제한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으로 빠른 시일 내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 말라"고 공언해왔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시가총액은 3472억달러에 달하고 투자자들에게 꾸준히 수익을 내주고 있다.
이밖에 미국의 오랜 곡물회사인 시보드(450만원대)도 액면분할을 하지 않고 있는 황제주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