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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마켓 키워드]①인플레의 조용한 ‘노크’

  • 2015.12.11(금) 10:45

미국-他선진국간의 통화정책 차별화 심화
완만한 인플레 상승…물가채·유럽주식 ‘관심’

2015년이 쏜살같이 흘러갔다. 올 봄 한껏 도약을 만끽하는 듯했던 증시는 돌고 돌아 결국 제자리에 머물렀다. 1900선으로 출발했던 코스피는 여전히 1900선이다. 증권업황도 모처럼만에 숨통이 트였지만 하반기 들어 다시 주춤하면서 내년은 올해만큼 체감온도가 높지 않을 전망이다. 이달 중순 예정된 미국의 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2016년은 더 큰 변화의 해를 예고하고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붉은 원숭이 해에 시장이 지혜로움과 영민함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까? 키워드를 중심으로 내년 시장 흐름과 주요 변수들을 조망해 본다.[편집자]

 

 

디플레이션 우려가 팽배했던 세계 경제는 한참을 늘적거렸고 이제 막 기지개를 켜고 있다. 2015년은 디플레 우려에서 서서히 벗어나 디플레와 인플레이션 사이의 어느 중간지점인 '로우플레이션(lowflation·과도하게 낮은 인플레이션)'에 머물렀다. 내년에도 느린 회복 속도는 여전하겠지만 동시에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바로 인플레이션의 조용한 귀환이다.

 

선진국들은 여전히 저물가에 대한 고민이 빠져있고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은 2017년까지 양적완화를 연장했다. 그러나 미국이 이달 중 금리를 올리면 10년만에 금리인상기로 접어들게 된다. 경제 회복과 물가 상승에 대한 자신감의 반영으로 볼 수 있다. 아직은 요란스럽지 않은 인플레이션이 노크하면서 미치게 될 반향에 전 세계가 집중하고 있다.

 

◇ '디커플링' 美·유럽, 완전히 다른 길로

 

연준이 12월 금리 인상에 나선다면 미국은 10년만에 기준금리 제로 시대와 이별을 고하게 된다. 이달 초 발표된 11월 미국 고용지표가 직전달에 이어 연이어 호전되면서 금리 인상은 더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미국의 경기회복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지만 미국 경기가 더는 후퇴하지 않고 회복 가도에 올랐다는 점에 대해서도 큰 이견이 없다.

 

물론 미국의 금리인상만으로 시장이 급변하지는 않는다. 미국의 긴축 여파는 당장 크게 제한될 전망으로 미국을 제외한 유럽과 일본의 통화완화 정책은 지속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는 선진국들의 경로가 확연히 갈리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디커플링 형태의 '탈동조화'를 넘어 내년에는 선진국간의 '차별화(Divergence)'가 더 뚜렷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국의 긴축 자체는 부담이다. 하지만 금리 인상 속도를 시장 친화적으로 조절하고 큰 충격을 주지 않는다면 오히려 금리인상에 나선 자신감이 위험자산 투자가 부활하는 데 윤활유 역할을 해줄 수 있다. 내년만큼은 미국이 긴축보다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금리를 올리는 것이란데 의견이 모아진다.

 

▲ IMF 세계 성장률 전망(출처:현대증권)

 

◇ 인플레 꿈틀...물가채 관심

 

인플레 상승 정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주목할 점은 인플레이션이 올해보다는 분명 오를 것이란 점이다. 이를 반영하듯 골드만삭스와 JP모간, UBS, 모간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하나같이 다가올 해에 물가연동채권을 사놓을 것을 조언하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내년에도 물가가 급격하게 오를 것으로 보지는 않고 있다. 대신 인플레가 최근처럼 완전히 휴지기에 놓이지도 않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코어(core) 인플레'가 여전히 중앙은행 목표치를 밑돌겠지만 둘 사이의 갭이 매우 좁아질 것"이라며 "디플레 우려는 거의 기억속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를 포함한 7개 투자은행들은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내년 1.8%까지 오르고 2017년에는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유로존과 일본은 각각 1.1%와 0.3%선에 그칠 것으로 봤다.
 
물론 저유가 등 에너지 가격 추이가 가장 큰 변수로 지목되고 있고 중국의 경제둔화 우려도 상당한 위협이다. 그러나 모간스탠리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일본의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서 물가연동채  투자가 핵심 포트폴리오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블랙록도 "최근 내년에 인플레이션이 급격하게 오를 일은 없겠지만 인플레 기대는 상당히 낙관적이라며 물가채는 기본적으로 매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미국보다는 유럽 주식

 

완만한 인플레 상승에 비춰 볼 때 주식시장 강세에 대한 전망은 유효하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유동성 파티가 일부 종료됨을 의미하지만 과거에도 미국이 경제회복에 대한 자신감으로 긴축에 나서면 주식시장은 항상 강세를 보였다. 이에 더해 유럽과 일본의 통화완화도 주식 선호가 지속되는데 힘을 실을 전망이다.

 

그러나 선진국만 놓고보면 미국보다는 유럽이 유망할 것이란 분석이 대세다. 내년에도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겠지만 그동안 상대적으로 뒤처졌던 유럽이 더 선방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 증시는 2009년 이후 3배나 올랐지만 유럽 증시는 2배 수준에 그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당장 금리인상과 달러 강세 여파에 따른 기업이익 전망이 불투명한데나 미국 경제의 의미있는 성장 없이는 증시가 일단 정점을 찍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면, 금융위기와 재정위기 여파가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진 유럽은 내년에도 양적완화를 지속할 전망이고, 상대적인 저평가에 더해 각종 구조개혁의 성과도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유럽의 상대 밸류에이션이 가장 싸고 경기와 기업이익 전망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내년 가장 확실한 상승이 기대되는 지역이라고 판단했다.

 

마크 해펠 UBS웰스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FT에서 "유럽의 성장 개선과 통화완화 정책이 유로존 기업이익을 지지할 것"이라며 "유럽 주식을 더 선호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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