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폭탄을 떠안게 됐다. 당장 12월 금리인상 스케줄부터 불투명해졌다. 트럼프 당선은 그간 재정확대 등에 따른 금리 상승 요인으로 점쳐졌지만 당장은 트럼프 당선에 따른 금융시장 불확실성으로 금리인상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부에서는 친시장정책에 따른 통화완화 지속 가능성 기대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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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금리인상 '제동' 우려
시장에서는 클린턴 후보 당선시 12월에 예정대로 금리가 인상되겠지만,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에는 금리인상 스케줄이 뒤엉킬 것으로 예상돼왔다.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글로벌 경제전망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고, 금융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연내 금리인상 자체가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자넷 옐런 의장의 거취 역시 불확실해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트럼프는 몇몇 인터뷰에서 옐런 의장은 공화당 당원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교체 가능성을 시사했다. 옐런 의장의 임기는 2018년 2월까지다.
이런 연유로 최근 외신들은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다면 옐런 의장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전에 사임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 재정확대 시 금리 상승
트럼프 당선은 단기 불확실성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금리 상승 요인으로 비치며 시장에 부담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트럼프는 부채 발행을 통한 인프라 투자로 재정확대 정책에 나서겠다고 공언해 왔는데 이는 채권공급을 증가시켜 금리를 상승시킬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는 인터뷰와 TV토론 등을 통해 연준이 금리 인상을 지나치게 주저해 미국 경제에 커다란 버블을 만들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가 당선되면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도 속도를 낼 것이란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됐다.
하나금융투자는 "트럼프가 이길 경우 연말 금리인상에 제동이 가해질 것"이라며 "더 큰 문제는 트럼프 집권 시 중기적으로 미국 재정이 불안정해지면서 물가가 빠르게 오를 수 있어 연준이 더 급격히 매파적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동부증권도 "트럼프는 대선공약에서 재정 확대나 보호무역주의를 클린턴보다 더 강력하게 표명하고 있고 이는 모두 금리 상승 재료가 된다"며 "트럼프 당선 시 장기적으로는 더 높은 금리 상승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친시장적 정책 기대도 맞서
반면 트럼프가 재정확대와 더불어 통화 정책 역시 경기 친화적인 정책을 펼칠 것이란 전망도 맞선다. 트럼프는 공공연히 자신을 저금리주의자라고 말해왔다. 이를 감안할 때 무리해서 급격한 금리 인상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란 논리다.
과거 정권에서 공화당 집권과 금리 정책의 명확한 관계를 찾기는 힘들지만 대개 공화당 행정부가 들어선 후에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간 경우가 많았다는 점도 일부 위안을 준다.
SK증권은 "이미 미국 경기의 회복이 지나고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면서 금리인상의 타이밍을 놓쳤다는 지적이 있다"며 "경기하강 국면에서 급격한 금리인상을 단행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며 오히려 동결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