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증시가 중국의 설 연휴인 춘제가 끝나고 11일 만에 개장한 가운데, 개장 첫날 8% 가까이 하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보다 중국 경제에 더 큰 충격을 줄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다.
3일 중국의 대표 지수인 상하이종합지수는 7.72%(229.92 포인트) 하락한 2746.61포인트로 마감했다. 이날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23일보다 8.73% 급락한 2716.70에서 개장한 상하이종합지수는 장중 7~8%대 하락세를 보이며 변동성을 키웠다.
중국의 춘제 연휴 동안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우려에 중화권인 홍콩과 대만뿐 아니라 미국, 유럽, 한국 등 글로벌 주요 증시가 이미 하락했기 때문에 개장 첫날 큰 폭의 하락은 예견됐었다.
개장일을 연기해야 한다는 논의도 있었지만 일방적인 휴장은 유동성 문제나 글로벌 투자자의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예정대로 개장했다. 하지만 시장 예상보다도 충격적인 수준의 낙폭을 기록하면서 시장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이날 오전 0시 기준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는 1만7205명, 사망자는 361명으로 2003년 사스 때를 넘어섰다. 글로벌 신용 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올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기존 전망보다 1.2%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003년 사스 당시에는 중국 정부가 고정자산 투자 확대로 약화된 소비를 보완하면서 양호한 흐름을 유지했지만, 현재 중국은 디레버리징 정책이 진행되는 가운데 글로벌 교역도 부진해 소비 둔화를 상쇄할 여력이 약하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 역시 당분간은 부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홍록기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 증시는 코로나바이러스 불확실성과 당국의 정책에 따라 변동성 장세를 시현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관망세를 유지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2분기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테크주 중심으로 회복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단기 조정 후 반등을 염두에 둔 투자 전략 수립도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박수현 KB증권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영향으로 중국 증시의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면서 "다만 연초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신경제 섹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영향에도 불구하고 기타 섹터 대비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강효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도 "투자 관점에서 단기 부정적 영향을 피할 수 없는 업종이 많으나, 오히려 이를 기회로 활용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며 "여행서비스, 항공업, 소비재 업종으로의 직격타는 피할 수 없겠지만 필수소비재 업종은 오히려 그동안 부담스러웠던 고 밸류에이션 상태가 일부 해소되며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