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3000선에서 꾸준히 순항 중이다. 사흘 연속 오르며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앞서 이틀간 4% 넘게 조정을 받으며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면서 증시가 당분간 크게 오르기보다는 3000선 안착에 주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른바 레벨업된 박스권이다. 증시 상승을 이끈 주도주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는 가운데 변동성과 리스크를 보완해 주면서 박스권 장세에서 빛을 볼 수 있는 상품들도 자연스럽게 부각될 전망이다.
◇ 3000선 안착하는 박스권 흐름 기대
코스피지수는 지난 1월 8일 3152.18선까지 오른 후 얕은 기간 조정을 지속하고 있다. 전날(21일)만 해도 3160선 위로 올라서며 3000선을 쉽게 내주지 않는 모습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증시가 사상 최고치 경신을 계속 이어가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점 부담에 더해 상승 속도가 워낙 가팔랐던 만큼 조정을 거쳐야 추세 상승이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역시 코스피가 코로나 충격을 극복하고 반등한 후 다시 가파른 상승장을 펼치기 전까지 단기 박스권 흐름을 보인 바 있다.
그렇다고 크게 밀릴 장도 아니라는 판단이 우세하다. 워낙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데다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신규 매수세가 가세하면서 증시 하단을 지지해 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단기 과열에 대한 경계감이 여전한 만큼, 언제든지 변동성 장세가 연출될 수 있겠지만 막대한 증시 대기자금이 대기하고 있어 낙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증시 전반적으로도 최근 금리 상승과 함께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박스권 장세에 무게가 실린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변동성 장세가 반복될 것으로 우려되지만 이익 복원과 금리 상승 충돌로 새로운 박스권을 형성하는 장세로 이동하고 있다"라고 판단했다.
◇ 배당·리츠·인프라 등 인컴 상품들 주목
박스권 장의 경우 주식 관련 상품 비중을 줄이기보다는 업종별 차별화를 염두에 둔 선택이 필요하다. 반도체나 전기차, 5G, 신재생에너지 등 기존에 주도주 역할을 해왔던 테마 상품들의 투자는 계속 유효하다는 얘기다.
대신 배당이나 리츠,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는 해외 상품을 적절히 편입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앞선 박석중 연구원은 "산업금속과 농산품 등 원자재와 채권 인버스도 변동성 제어 수단으로 활용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실제 최근 글로벌 리츠 지수가 상승하고 있고 20일(현지시간)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인프라 투자 공약 대한 관심으로 북미 지역 인프라 지수도 오름세를 타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고배당주, 글로벌리츠, 인프라, 하이일드 채권 등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이른바 인컴 ETF가 지난 2년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전 세계 지수 추종 ETF 수익률을 밑돌았다. 특히 지난해에는 리츠와 인프라 가격 하락폭이 컸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경기와 상관관계가 높은 인컴 자산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리츠의 경우 백신과 정책의 수혜를 직접적으로 누릴 수 있는 섹터에 집중하고 올 상반기 글로벌 경기회복으로 인프라 투자에 대한 비중을 확대하라는 조언이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리츠, 인프라, 이머징 채권 등 경기민감 인컴 ETF 외에도 가치주 비중이 높은 고배당주 ETF 등 인컴 ETF 전반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봤다.
올해 투자매력이 높은 인컴 투자 ETF로는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배당주에 투자하는 Vanguard Intl Hi Div Yld Idx ETF, 글로벌 리츠 iShares Global REIT ETF, 글로벌 인프라 iShares Global Infrastructure ETF, 글로벌우선주 First Trust Preferred Sec & Inc ETF, 이머징로컬채권 VanEck Vectors JP Morgan EM LC Bd ETF를 제시했다.
국내 주식시장 역시 고배당펀드의 성과 반등을 기대해볼 만하다며 ARIRANG 고배당주, HANARO 고배당 ETF, KODEX 배당가치, KBSRAR 고배당 등 주요 고배당 주식투자 ETF를 소개했다.
◇ 변동성·리스크 제어 상품으로 보완
변동성 확대나 위험을 일부 제어할 수 있는 상품들도 고려 가능하다. 기존 포트폴리오에 대한 보완적인 역할을 해주는 측면에서다.
한때 박스권 장에서 각광받던 커버드콜 펀드도 그중 하나다. 커버드콜 펀드는 주식을 사는 동시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인 콜 옵션(Call Option)을 동시에 매도하는 전략을 쓴다. 주식시장이 보합세를 보이거나 강세장이라도 그 강도가 약할 때 추가 이익을 얻으면서 하락에 따른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근 증시가 크게 오르면서 커버드콜펀드의 경우 부각되지 못했다.
최근 한국거래소는 KRX BBIG K-뉴딜 지수의 변동성을 제한해 투자할 수 있는 KRX BBIG K-뉴딜 리스크컨트롤 12%지수를 선보였고 이를 추종하는 상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지수 구성종목이 많지 않은데 따른 높은 변동성과 함께 최근 상승장 이후 조정 가능성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DB금융투자에 따르면 최근 미국 ETF 시장에서도 리스크를 관리해 주는 ETF가 새롭게 상장됐다. 기술적 지표를 이용해 포트폴리오 내 미국 주식과 미국채 비중을 조절하는 ETF인데 주도주 중심의 테마 ETF와 달리 시장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다.
Global X Adaptivw U.S. Risk Management ETF(티커명:ONOF)는 200일 이동평균선, VIX 등 시장 지표를 표준화해 진입과 탈출 신호에 따라 주식과 채권을 넘나든다. 주식시장 진입과 탈출이 결정되면 최소 10일 동안 포지션이 유지된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1993년 5월부터 최근까지 ONOF의 전략을 코스피에 적용하면 장기적으로 시장수익률을 웃돈다"라며 "ONOF 전략을 기준으로 볼 때 아직 코스피 주식시장에 대한 탈출 신호는 발생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