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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이 OCIO에 열 올리는 까닭은

  • 2021.08.25(수) 06:10

미래·NH 등 잇달아 조직개편…역량 강화
퇴직연금제도 도입으로 폭발적 성장 기대

사상 유례없는 주식 투자 열풍을 기회로 곳간을 넉넉히 채운 증권사들이 이제는 100조원대의 외부위탁운용(OCIO) 시장을 타깃으로 삼아 사업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향후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으로 향후 OCIO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에 대형사를 필두로 OCIO 조직을 정비하고 본격적인 영업 채비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사진=김기훈 기자 core81@

미래에셋·NH 등 앞다퉈 조직 재정비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이달 들어 OCIO 관련 조직을 대폭 개편했다. 기금운용팀과 OCIO컨설팅팀을 신설하는 한편 기존 OCIO솔루션팀은 멀티솔루션본부 산하로 옮겼다. 자산운용과 리스크 관리 담당, 자문과 기획 업무 담당, 마케팅 담당 등으로 조직을 세분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기금운용팀은 공적기금을 유치한 후 전담 운용사로서 자산운용과 리스크 관리 업무를 맡고 OCIO컨설팅팀은 기금 유치 후 자문과 기획업무를 담당한다. OCIO솔루션팀은 마케팅을 전담할 예정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조직개편과 더불어 지속적인 인력 충원과 OCIO 추가 시스템 개발 계획을 밝히면서 그룹이 지닌 강력한 퇴직연금 인프라를 활용해 OCIO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보다 앞서 NH투자증권은 지난달 말 기관자금 운용 자문과 지원 기능을 담당할 OCIO사업부를 새로 만들고 기존에 OCIO 영업과 기획을 담당하던 기관영업본부 등의 유관 조직을 사업부 관할로 넣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사업부 수장이다. 회사 대표이사인 정영채 사장이 OCIO사업부 대표를 겸임하기로 했다. 최고경영자(CEO) 본인이 OCIO 사업을 그만큼 중요하게 보고 직접 사업부를 챙기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무궁무진' 성장성에 매력

이처럼 국내 굴지의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OCIO 관련 조직을 정비하고 나선 것은 OCIO 시장의 성장성과 미래 수익원으로서의 가능성 때문이다.

OCIO는 자산운용을 포괄적으로 외부에 위탁하는 운용 체계다. 기존 위탁 방식과 비교하면 위탁운용기관에 전략적 의사결정 권한을 더 많이 준다.

우리나라 OCIO 시장은 지난 2001년 공적연기금투자풀로 시작해 현재 100조원에 달하는 전체 운용자산의 80% 이상이 주택도시기금과 산재보험기금, 고용보험기금, 공적연기금투자풀, 민간연기금투자풀 등 5개 대형 공적기금에 집중된 상황이다. 

이들 대형 공적기금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들이 대부분 맡아 굴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운용사와 증권사의 OCIO 운용 비중을 7대 3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최근 들어 OCIO 시장 범위가 대규모 공적기금과 공공기관 중심에서 민간기업과 대학기금 등으로 넓어지면서 잠재적 수요층을 공략하기 위한 대형 증권사들의 OCIO 시장 공략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OCIO 사업은 투자일임업 자격만 보유하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한 만큼 증권사들에도 별다른 제약은 없다. 이번에 조직개편에 나선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외에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 등이 일찌감치 OCIO 시장에 진출한 대표적인 증권사다. 

미래에셋증권은 민간기업들의 자금 유치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7개 기업으로부터 종합자산 위탁운용 형태로 5400억원을 유치하는 등 작년 말 기준 OCIO 운용 규모가 16조원에 육박한다. NH투자증권은 주택도시기금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내일채움공제 성과보상기금을 운용하고 있고, 한국투자증권은 고용노동부 고용보험기금을 굴리고 있다.

2019년 OCIO운용부를 신설하고 OCIO 사업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KB증권의 경우 최근 고용노동부의 '장애인고용 및 임금채권보장기금 대체투자 주간운용사'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위탁 규모는 2000억원 내외로, 남은 심사에서 최종 확정되면 KB증권은 오는 10월부터 4년간 기금 운용을 맡게 된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OCIO사업부 대표를 겸임한다./그래픽=비즈니스워치

'중기 퇴직연금기금제도' 기폭제 기대

OCIO 시장을 둘러싼 금융투자회사들 간의 힘겨루기는 갈수록 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고용노동부가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수익률 향상을 위해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기금형 퇴직연금제도가 현실화되면 시장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 시 OCIO 시장의 몸집이 1000조원대로 불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당장 내년 4월에 도입되는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가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는 상시 근로자 30인 이하의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개별 적립금을 모아 근로복지공단에 공동의 기금을 조성·운영해 근로자에게 퇴직급여를 지급하는 공적 연금서비스 제도를 말한다. 

금융투자업계는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이 기존 연기금 투자풀 형태로 운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면서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가 기금형 퇴직연금제도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조직개편 배경을 설명하면서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 시장 선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투자회사들이 OCIO 사업으로 당장 돈을 벌지 못하는 것을 알면서도 인력과 재원을 대거 투입하는 것은 OCIO 시장의 성장이 퇴직연금 시장의 성장과 궤를 같이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며 "OCIO 사업이 지닌 미래 수익원으로서의 매력을 고려할 때 증권사들은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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