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이재명 vs 윤석열]'공매도 폐지'는 없다…이유는

  • 2022.02.01(화) 06:10

이재명·윤석열 '형평성' 회복에 한 목소리
시장 고립·자금유출 등 유지 배경으로 꼽혀

20대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대선 후보들의 개미 표심 잡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동학개미운동을 기점으로 국내 투자 인구가 대폭 늘면서 두터운 표밭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들 사이에서 자본시장과 관련한 여러 공약이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투자자들의 핵심 관심사는 공매도다. 그간 기관과 외국인에게만 허락된 불공평한 제도라는 비난을 받는 등 개인 투자자들에게 증오의 대상이 됐다. 

다만 이재명·윤석열, 두 대권 주자는 개인들이 주장하는 공매도 폐지와 거리를 두고 있는 모양새다. 두 후보 모두 형평성 회복을 통한 개인들의 접근성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다. 

양 후보 캠프 및 관련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장 고립, 이에 따른 자금 유출, 선진국 지수 편입 등 공매도 폐지에 따른 후폭풍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합리적 제도 개선 한 목소리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가 부분 재개된 지난해 5월3일 이후 이달 27일까지 집계된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코스피 기준 4411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외국인이 3370억원 규모를 거래하며 전체 76%가량을 차지하고 있고 기관은 920억원으로 22%가량의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개인은 8억원 안팎으로 2% 정도를 기록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재개 당시 증권, 보험사들과 협의해 개인 대주 물량을 3조원 가까이 확보하고 개인들의 공매도 거래를 독려한 바 있지만 아직까지 큰 진전은 관찰되고 있지 않다. 여전히 기관과 외국인의 전유물로 남아 있는 셈이다.

이 사이 대선이 다가왔다. 여야 대선 후보들은 개인투자자 표심을 잡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이재명·윤석열 두 주자 모두 자본시장 개혁과 관련한 여러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공매도일 수밖에 없다.

주가 거품 제거, 유동성 공급, 위험 회피 수단 등이 공매도의 순기능으로 꼽힌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오히려 적정 주가 형성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목격해왔다. 공매도 폐지에 대한 목소리를 키우는 배경이다.

두 후보는 우선 형평성 회복에 대해서는 궤를 같이하고 있다. 지난해말 공정시장위원회 및 금융경제특보단을 출범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보도자료를 통해 증권사의 부당한 대차수수료를 바로잡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후보는 "증권사가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개인에게 주식대차 거래에 있어 상대적으로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며 "대차기간도 기관투자자 등에 비해 짧다"고 비판했다. 개인의 대차거래 수수료를 낮추고 거래 기간을 늘려 공매도에 대한 제약과 비용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또한 "공매도에 있어 개인투자자가 외국인 및 기관투자자에 비해 불리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기관에 비해 높은 담보비율 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고 역설했다.

실제 공매도 제도에서 개인투자자에 대한 역차별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개인의 상환 기간은 90일인 반면, 기관과 외국인은 없다. 단 대주 기관에서 상환을 요청하면 이를 언제든 반환해야 하는 '리콜'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다. 담보 비율 또한 개인은 140%, 기관과 외국인은 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촘촘한 감시' vs 윤석열 '거래 중지'

양 캠프에서 공매도 제도와 관련해 투자 주체별 형평성 회복에 의견을 같이하고 있지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세부공약에 대해서는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후보 측에서는 보다 강도 높은 감시 체계 확립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 후보는 "현재 외국인 공매도의 다수를 차지하는 프로그램 트레이딩 등에 대한 촘촘한 감시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며 "인공지능(AI) 기능을 통해 우회하는 시세조종 행위를 차단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후보 측은 지수 또는 주가 하락이 심화되는 국면에서 공매도 거래 자체를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후보는 "주가 하락이 과도할 경우 자동적으로 공매도가 금지되는 '공매도 서킷브레이크' 도입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공매도 서킷브레이크가 불필요하다는 시각이 감지되고 있다. 과거 폭락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공매도 거래 자체를 금지시키면 된다는 의견이다. 가뜩이나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 반감이 큰 공매도 제도를 복잡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나 재작년 코로나19에 따른 폭락장 때처럼 공매도를 일정 기간 금지시키면 그만"이라며 "수시로 거래를 막는 공매도 서킷브레이크를 도입할 경우 오히려 시장 참여자들의 혼란만 부추길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시장 모니터링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는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만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선택지에서 빠진 공매도 폐지…왜
    
양 캠프에서 공매도 제도 개선에 대한 여러 공약을 발표했지만 폐지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공매도 전면 재개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서울 여의도 사옥에서 열린 한국거래소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손병두 이사장은 현재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공매도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이사장은 "금융당국하고 의견소통이 이뤄져야 하지만 선진자본시장으로 발돋움하려면 공매도를 전면 허용해야 한다"며 "우리만 계속 제한하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더욱 전향적인 시각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22년 자본시장 전망과 주요 이슈'를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이윤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공매도 재개 또는 금지 효과, 거시경제 여건,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개 시기를 검토 중"이라며 "곧 2년이 되기 때문에 가급적 올해 상반기중 공매도 정상화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은 시장의 갈라파고스화, 자금 유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등과 같은 이슈들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대학 교수는 "사실 공매도를 허용한다고 해서 외국인 자금이 꼭 들어온다는 보장은 없다"며" 오히려 거시 경제 환경, 상장사들의 실적 전망, 환율 등이 외국인 투자 심리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했다.

다만 "공매도를 금지시키면 높은 확률로 외국인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은 크다"며 "통상 공매도는 외국인들이 투자 리스크 회피 용도로 많이 활용하는데 이 경우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다른 해외 시장 투자에 대한 유인을 높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속적인 자금 유출은 시장의 고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혁신 기업 육성 및 상장 유치 등이 어려워질 수 있고 이는 곧 시장 활력 및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자금 유입이 감소한다는 것은 시장의 갈라파고스화를 의미한다"며 "개인 자금만으로 시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시장 규모는 축소될 수밖에 없고,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주식시장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같은 대내외적 환경 등을 고려했을 때 두 후보 모두 일반 투자자들이 소원하는 공매도 폐지 카드를 꺼내들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이재명 후보는 코스피 5000을 공약으로 내걸었다"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글로벌 자금이 추종하는 MSCI선진국 지수 편입이 필수적이고, 시장 승격을 위해서는 양방향 거래가 가능한 공매도 전면 재개가 필수불가결한 조건이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 일반 투자자들이 강력하게 주장하는 공매도 폐지 대신 개인도 함께 하락 베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양 후보가 내세울 수 있는 최선의 카드였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