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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줍줍]KH그룹, 왜 상환전환우선주를 택했을까

  • 2022.06.16(목) 08:00

계열사 세 곳 400억원 규모 RCPS 발행
풋백옵션 등 상호보증 형태로 자금 조달
쌍용차 인수 관련 투자금 마련 가능성도

종합콘텐츠 미디어그룹 IHQ가 지난해 KH그룹에 편입된 후 타법인 주식 취득을 위해 전환사채(CB)를 대거 발행하고 있다는 공시내용을 전해드린 적 있는데요.
▷관련기사: [공시줍줍]전환사채 연쇄발행해 기업인수한 IHQ

최근 IHQ가 같은 목적으로 이번엔 유상증자를 한다는 공시를 냈어요. 유상증자로 신주를 찍어내 상장하게되면 기존 주주들은 물량부담으로 주가가 하락할 수 있는데요. 그런데 이번 유상증자로 발행하는 신주를 따로 상장하지는 않는다고 해요. 이유는 바로 보통주가 아닌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하기 때문. 

▷관련공시: IHQ 6월 10일 주요사항보고서(유상증자 결정)

주목할 점은 IHQ뿐만 아니라 지배구조로 연결된 KH 건설과 KH 필룩스 등 KH그룹 계열사들이 같은 날(이사회 결정일 6월 9일) 모두 상환전환우선주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는 점이에요. 당장 상장하는 주식은 아니라도 유상증자는 주주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요. 어떤 내용인지 자세히 알아볼게요. 

상환전환우선주가 뭐지? 

우선 '상환전환우선주(RCPS, Redeemable Convertible Preference Shares)'가 뭔지부터 알아볼게요.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배당이나 잔여재산분배에 있어 우선권을 주는 대신 의결권을 주지 않는 게 보통인데요. 

이외에 붙일 수 있는 권리가 두 가지 더 있어요. 바로 '상환권''전환권'이에요. 상환전환우선주는 상환+전환+우선주가 합해진 말로 두 가지 권리가 다 붙어있는 우선주를 말해요. 

특히 상환권은 투자한 원금+이자를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인데요. 채권도 아니고 일반적인 주식의 성격과 괴리가 큰 권리인 만큼 투자자에게 매우 큰 혜택을 주는 것이라 할 수 있어요. 반대로 투자를 유치하는 회사 차원에서는 이렇게 큰 권리를 붙여줘야 하는 이유가 있겠죠? 

참고로 회사가 유상증자를 통해 주식을 발행하면 회계상 자본으로 인식하는데요. 상환전환우선주는 상환이 가능하다는 점, 즉 조달한 돈을 회사가 다시 주주에게 돌려줘야 할 수 있기 때문에 채권처럼 회계상 부채로 인식된다는 점도 기억해 주세요.

전환권은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를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에요. 보통주로 전환하면 유통주식수가 늘어나 주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죠. 

발행조건에 따라 의결권이 붙어있는 경우도 있어요. 이처럼 상환전환우선주는 주주가 가질 수 있는 권리 대부분이 붙어있는데요. 회사가 주주에게 이처럼 많은 혜택을 주는 주식을 발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KH계열사의 상환전환우선주 동시 발행 

IHQ는 오는 17일 1068만3760주의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밝혔어요. 조달 금액은 약 100억원, 제3자배정 방식으로 상환전환우선주를 받는 투자자는 메리츠증권이에요. 자금을 조달하는 목적은 바로 '타법인 증권 취득'

의결권은 없고, 발행 1년 뒤인 2023년 6월 17일부터 2025년 6월 17일까지 상환과 전환을 할 수 있어요. 1년간은 주식을 팔지 않는 보호예수약정을 걸었어요. 별도로 상장하지 않기로 해서 메리츠증권이 상환전환우선주를 보유하고 있다가 1년 뒤 상환할 수도, 보통주로 전환할 수도 있는데요. 만약 상환을 청구하면 IHQ는 연복리 5%의 이자(지급한 배당금은 차감)도 붙여서 줘야 해요.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KH건설과 KH필룩스의 유상증자 내용도 살펴볼게요. 

▷관련공시: KH건설 6월 9일 주요사항보고서(유상증자 결정)
▷관련공시: KH필룩스 6월 9일 주요사항보고서(유상증자 결정)

KH건설은 약 100억원 규모의 650만1950주의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하기로 했어요. KH필룩스도 같은 날 약 200억 규모의 980만3921주의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한다고 공시했어요. 대상은 모두 메리츠증권이고 전환가격을 제외한 모든 조건은 같아요. 자금조달 목적도 '타법인 증권 취득'으로 동일해요. 

이날 유상증자 발표와 함께 KH건설과 KH필룩스 그리고 KH전자가 낸 공시가 하나 더 있는데요. 바로 '주요사항보고서(풋백옵션등계약체결결정)'.

이번에 발행하는 상환전환우선주에는 콜옵션과 풋옵션도 함께 붙어있는데요. 콜옵션(Call Option)은 투자자가 상환권을 신청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먼저 투자자에게 주식을 받고 원금+이자를 상환하겠다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에요. 

반대로 풋옵션(Put Option)은 투자자가 회사에 주식을 되팔 수 있는 권리인데요. 풋백옵션(Put-Back Option)은 투자자가 회사에 주식을 되팔 수 있는 권리인 풋옵션에 추가 안전장치를 덧붙인 거라고 볼 수 있어요. 계약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여기서는 풋옵션에 대해 계열사 간 담보를 제공하는 상호보증 형태로 자금을 조달했어요.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KH그룹의 지배구조를 단순하게 보자면 KH전자 KH필룩스 KH건설 KH미디어 IHQ로 볼 수 있는데요. IHQ가 조달한 100억원에 대해 메리츠증권이 상환을 요청했을 때 KH건설과 KH필룩스가 가진 자산을 담보로 이를 보증하겠다는 것. 그리고 KH건설이 조달한 100억원은 KH필룩스가, KH필룩스가 조달한 200억원은 다시 상위 계열사인 KH전자가 보증하기로 했어요.

빚내서 다른 회사 지분 투자? 

상환전환우선주는 이미 투자자에게 많은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했는데요. 여기에 풋백옵션이라는 안전장치까지 걸었어요. 이렇게 보증까지 건 이유는 자금을 조달한 IHQ와 KH건설, KH필룩스 모두 현재 자금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이에요. 

세곳 모두 대부분 타법인 증권 취득을 목적으로한 전환사채 발행 잔액이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1500억원 넘게 있는 상황. 여기에 IHQ와 KH필룩스는 운용자금이 부족해 최근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더욱이 상환전환우선주 투자자가 상환을 청구하면 회사는 이익잉여금에서 빼 현금을 내줘야 하는데요. 이익잉여금은 회사가 열심히 일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을 쌓아둔 것으로 매년 수익을 냈다면 이익잉여금은 매년 늘어나는 구조예요. 회사가 벌어들인 수익은 주주의 몫이기 때문에 이익잉여금은 배당의 재원이기도 해요. 

문제는 이들 회사가 모두 상환 재원인 이익잉여금이 마이너스 상태라는 점이에요. 올해 1분기 기준 IHQ는 -582억원, KH건설은 -93억원, KH필룩스는 -593억원이에요. 이익잉여금이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을 쌓아두는 것인 만큼 적자를 지속했다는 의미인데요. 

투자자인 메리츠증권이 풋백옵션을 요청한 이유가 이 때문이죠. 풋백옵션에는 회사가 보유한 부동산, 수익증권, 토지 등이 담보로 잡혀있어요. 회사 관계자는 "(풋백옵션)은 메리츠증권에서 안전장치를 해놓은 것"이라며 "1년 후 중도 상환개념으로 그룹사에서 콜옵션을 통해 주식을 인계받기로 해 이익잉여금이 마이너스인 상황은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어요. 

참고로 이번 유상증자는 사모로 진행돼 일반 투자자가 참여할 수 없었는데요. 만약 공모로 진행되는 상환전환우선주 투자에 관심있는 투자자라면 투자 전 상환을 요청했을 때 이 회사가 곧바로 현금을 내줄 수 있는지 '이익잉여금'을 반드시 확인하고 투자해야 한다는 점.

어디에 쓸까? 

이렇게 어렵게 조달한 자금을 회사는 어디에 쓰려는 걸까요?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까지 감수하며 자금을 조달한 만큼 주주들이라면 이 자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눈여겨봐야겠죠.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공시하진 않았지만 동일시점에 동일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해 계열사가 함께 타법인 지분투자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어 보여요. 일각에서는 불리함을 감수하고 급하게 자금을 조달했고, 시기적으로 KH필룩스가 쌍용차 인수와 관련해 광림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금 일부가 이곳에 활용될 가능성도 점치고 있어요.  

자금 사용과 관련해 KH그룹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쌍용차와 관련해 아직까지 정해진 바는 없고 신중하게 논의 중"이라고 밝혔어요. 구체적인 투자사항은 내부 검토를 통해 공시로 밝힌다고도 했는데요. 

IHQ, KH건설, KH필룩스는 모두 전환사채를 대규모로 발행했고 운용자금을 목적으로 최근 유상증자를 하기도 했죠. 자금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 외부 자금을 수혈하는 것은 투자자로서 의구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해요.

최근 주가가 하락하며 전환가격도 일제히 낮아져 투자자들이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대거 전환하기도 했는데요. 쌍용차 인수와 관련해 호재가 있을 경우 주가상승과 함께 이들 물량이 시장에 대거 풀릴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해 주세요. 

*공시줍줍의 모든 내용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분석일 뿐 투자 권유 또는 주식가치 상승 및 하락을 보장하는 의미를 담고 있지 않습니다.

*독자 피드백 적극! 환영해요. 궁금한 내용 또는 잘못 알려드린 내용 보내주세요. 열심히 취재하고 점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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