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세장속 강자로 평가받는 상장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의 주가가 맥을 못 추고 있다. 최근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리츠의 이자 비용 부담이 늘어나 장점인 배당 수익이 줄어들 수 있는 우려가 커진 탓이다. 또 유상증자 소식도 주가 하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리츠 업계는 시장이 리츠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고정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비용 상승 부담이 없고 물가가 올라 임대료도 상승하면 배당 수익에 주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주가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인식되는 유상증자도 리츠에는 다른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리츠는 현금을 쌓아놓을 수 없어 새로운 자산을 매입해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자금조달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리츠 주가 하락은 '줍줍' 찬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일 KRX 리츠 TOP 10 지수는 1015.27로 마감하면서 지난 6월2일 1211.15 대비 16.2% 하락했다.
KRX 리츠 TOP 10 지수는 코스피 상장 리츠 종목 중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을 유동 시가총액으로 가중해 산출한 지수다. 국내 상장된 주요 리츠의 주가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다.
최근 상장 리츠의 주가가 하락한 이유는 기준 금리가 급격하게 인상되며 리츠가 보유한 부동산의 이자 비용이 늘어나면 배당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커진 탓이다.
증권가에서는 금리가 인상돼도 배당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력은 적다고 설명한다. 국내 상장 리츠 전부 고정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당장 이자 비용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출 잔여 만기도 2년여 남은 상황으로 매년 오르는 임대료 상승분을 반영하면 추후 증가하는 이자 비용을 상쇄할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금리 수준이 유지된다는 보수적인 가정에서도 대부분 리츠의 이자 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오는 2024년 이후가 될 것"이라며 "잔여 대출 기간 동안 비용 상승에 대비해 임대료 상승이 가능하다면 금리 상승에 따른 배당 수익 하락 요인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리츠 주가가 하락한 현재 상황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리츠 투자의 핵심은 배당인데 배당 여력이 줄어들지 않은 상황에서 저렴하게 리츠를 매수하면 실질적인 배당률이 오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실제 시총 상위 10개 리츠의 주가배당률 추이를 보면 주가가 하락한 현재 배당률이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 리츠 주가는 변동성이 낮아 공모가인 5000원을 잘 하회하지 않는데 내려가더라도 항상 매도의 기회가 주어졌었다"며 "3년 이상 배당을 꾸준히 받는 장기 투자를 고려한다면 리츠를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기업과 성격 다른 리츠 유상증자
리츠 유상증자 소식도 주가 하락세를 키운 요인으로 평가된다. 최근 전체적으로 리츠 주가가 하락하고 있지만 유상증자를 진행한 리츠의 하락 폭이 컸음을 감안하면 유상증자가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5월18일 유상증자를 결정한 제이알글로벌리츠의 경우 신주가 상장한 지난 3일까지 주가는 19.6% 하락했다. 지난 6월16일 유상증자를 결정한 SK리츠는 현재 구주주 청약까지 진행됐으며 지난 4일까지 주가는 18.1% 하락했다.
통상적으로 상장 기업이 유상증자를 한다는 것은 주가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기업의 현금이 부족하거나 채무가 많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유상증자로 주식 수가 늘어나면 주가가 희석되는 영향도 있다.
리츠 업계에서는 리츠와 일반 상장기업과 유상증자의 차이에 대해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유상증자는 리츠의 성장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설명이다.
일반 기업과 다르게 리츠는 현금을 모을 수 없다. 이익의 90%를 배당으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자산을 확보해 리츠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리츠의 성장은 투자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새 자산을 매입하고 자산 규모가 커지면 리츠의 신용등급이 상향돼 조달금리를 낮출 수 있다. 또 규모가 커지면서 글로벌 주요 지수에 편입되면 대규모 패시브 자금이 유입돼 주가를 부양시킬 수도 있다.
한 리츠 업계 관계자는 "리츠 유상증자가 단기적으로 주가에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주가와 배당금을 더 높일 수 있는 요인도 된다"며 "일반 기업과 리츠의 유상증자는 성격이 다른데 투자자들의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