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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범죄와의 전쟁…증권가는 '초긴장 모드'

  • 2022.08.24(수) 06:09

증권사들 연이은 제재심에 조사·압수수색 표적
자산운용사엔 이례적 강경 발언…업계 "압박감 상당"

증권가가 초긴장 상태다. 이복현호(號) 금융감독원이 금융투자업계에 전방위적으로 칼을 빼 들면서다. 앞서 이들 증권사가 홍역을 치렀던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가 재조준 될 것으로 예고된 가운데 최근에는 운용업계에도 경고성 발언이 전해졌다.

금감원의 이같은 기조는 특히 검찰의 압수수색과 함께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만큼 증권사들은 다음 타깃이 될 가능성에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 사진=비즈니스워치

의혹 제기 2년 만의 제재심…라임·옵티머스 증권사도 좌불안석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18일 삼성증권의 불법 대출 의혹을 제재심의위원회 안건으로 올려 심의를 마쳤다. 앞서 금융투자검사국에서 진행한 삼성증권 검사 결과를 제재심의국에서 심사조정해 상정한 내용이다. 

이날 기관이나 임직원 등 제재 대상과 수위는 일체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금감원이 자체 종결하지는 않은 만큼 삼성증권의 중징계 가능성은 커졌다는 해석이 많다. 경징계일 경우 금감원장 전결로 금감원이 제재를 확정하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종 제재 수위는 금융위원회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의 불법 대출 의혹은 2020년 10월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처음 제기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2015년부터 2017년말까지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삼성그룹 계열사 등기임원 13명(계좌 수 기준)에게 100억원이 넘는 돈을 빌려줬다. 사실이라면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제재심이 열린 시점에 적잖이 놀라는 분위기다. 의혹이 나온 지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시점에서 금감원이 중징계로 추정되는 조치안을 낸 점이 이복현 원장 취임 이후 금감원의 강경 기조와 연관이 없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 또한 조심스럽게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거의 잊다시피 했던 의혹이 2년 만에 다시 들춰지면서 증권사들도 놀랐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검찰 출신 원장을 필두로 한 금감원의 최근 행보에 업계가 체감하는 압박감은 상당하다"고 말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일으킨 증권사들은 더 좌불안석이다. 취임 당시 재조준을 시사하는 정도에 그쳤던 이복현 원장이 최근 이를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이달 16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라임·옵티머스 사태 재조사 가능성에 대해 "새로 검찰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을 중심으로 협조를 하고, 그 과정에서 시스템적으로 (금감원) 내부에서 착안되는 부분이 있으면 일부러 피하지는 않겠다"며 "금감원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려는 마음이고, 그 과정에서 당연히 점검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챙겨볼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관련된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이미 다 조사가 끝난 사안이 또 이슈가 되니 증권사들은 답답한 상황"이라며 "어차피 타깃은 정해져 있다고 보지만, 그 과정에서 다시 휘말리는 것 자체가 괴로운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금감원장은 경고하고 검찰은 불시 압수수색

자산운용사들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에 이어 강방천 전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이 차명 투자 의혹으로 연이어 금감원의 조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복현 원장이 운용업계에 직접 경고성 발언을 내놓은 만큼 해당 운용사에 대한 징계 수위는 낮지 않을 수 있다. 마치 고강도 제재를 예고라도 하듯 매우 이례적으로 낸 메시지여서다. 

그는 앞서 지난 9일 임원회의에서 "자산운용산업에 대한 시장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며 "이해상충 소지가 있거나 직무관련 정보이용을 의심받을 수 있는 부적절한 행위는 단념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감원 못지않게 검찰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불시에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채희만)가 지난 5일 이들 증권사 본사로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 사태와 관련된 자료를 확보했다.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와 관련한 파생결합증권(DLS)을 발행하고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체결한 증권사로 2020년 7월 투자 피해자들로부터 고소·고발된 바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금감원장이 바뀌고 증권사는 거의 매주 금감원의 검사와 검찰 압수수색의 표적이 되고 있다"며 "금감원이 금융회사를 감독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지금처럼 사정이 1순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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